Inside

함승민 기자의 센터링 경제학⑩ 세리에A와 동양·STX·웅진그룹이 몰락한 이유 - 달콤한 차입 경영 ‘독화살’로 돌아와 

잘못된 선택과 집중→과도한 차입→소극적 구조조정 … 외부 충격 흡수할 재무구조 와해 


▎1. 3월 8일 이탈리아 파르마 타르디니 스타디움에 ‘Chiusi per Furto(강도가 들어 문 닫음)’라고 쓰인 피켓이 걸렸다. 파르마는 3월 20일 재정난으로 파산했다. / 2. 인터밀란이 2010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이탈리아 구단은 유럽 대항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 3. 이탈리아 구단의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티아구 실바 등 스타 선수들이 세리에A를 떠났다. / 사진:중앙포토
이탈리아의 명문 구단 파르마가 파산했다. 이탈리아 법원은 3월 20일 공판에서 1억 유로(약 120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파르마에 파산을 선고했다. 올 시즌 세리에A에서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파르마는 심각한 재정난으로 선수들에게 봉급을 주지 못했다.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구단 비품을 경매로 내놓는 한편 선수들은 직접 유니폼을 세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단주가 최근 두 차례나 바뀐데다 지난달 취임한 잠피에트로 마넨티 구단주가 돈세탁 혐의로 체포되는 등 사태가 악화한 끝에 파산을 맞았다. 파르마는 2013년 설립 100년을 맞은 전통의 구단이다. 1990년대 이른바 ‘7공주(seven sisters)’의 일원으로 꼽히며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코파 이탈리아 우승3회(1991- 1992, 1998-1999, 2001-2002),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 우승 1회(1999) 등을 포함해 총 8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린 명문 구단이다. 그러나 재정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밀라노 더비’보다 ‘데어클라시코’가 인기

파르마의 파산은 이탈리아 세리에A 몰락의 상징이다. 세리에A는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순위 4위다. 여전히 유럽의 주요 리그 중 하나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과거의 영광에 비춰보면 지금의 상황은 몰락에 가깝다. 세리에A는 1980년대 성장을 거쳐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황금기를 구가했다. 유벤투스·AC밀란·인테르·라치오·AS로마·파르마·피오렌티나가 ‘7공주’ 시대를 열기도 했다. 당시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디에고 마라도나, 미셸 플라티니,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루이스 피구 등 한 시대를 호령한 축구 레전드들이 이탈리아를 자신의 무대로 삼았다.

이랬던 세리에A가 이후 쇠락기를 거치면서 최근엔 몰락의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두둑한 자본으로 최고 수준급 선수를 끌어 모으는 EPL이나 양강(레알·바르셀로나)의 막강함을 앞세운 라리가,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분데스리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구단의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는 챔피언스리그 등 유럽 대항전에서의 성적도 저조하다. 유벤투스를 제외하고는 16강 본선 진출조차 제대로 못한다. 올해 2월 기준 UEFA 클럽 랭킹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팀은 없고, 20위권 안에도 AC밀란 만이 턱걸이로 진입해 있을 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매겨지는 UEFA 리그 순위에서도 독일 분데스리가에 밀려 3위 자리를 내줬다. 그만큼 이탈리아 구단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관중은 냉정하다. 재미없는 경기는 보지 않는다. 세리에A 구단의 수준이 낮아지면서 팬들의 마음도 멀어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라이벌 경기의 주목도다. 밀란을 연고지로 한 AC밀란과 인테르의 ‘밀라노 더비’는 과거 국내는 물론 세계 축구팬이 가장 기다리는 경기 중 하나였다. 그런 최근 몇 년 밀라노 더비는 팬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기존의 인기 더비인 엘클라시코(레알vs바르셀로나), 노스웨스트 더비(맨유vs리버풀) 등은 물론이고 독일의 데어클라시코(바이에른뮌헨vs도르트문트)보다 이슈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자국 팬마저 줄어들었다. 2014-2015시즌 사전 티켓 판매는 전년 대비 5만 장 가까이 줄었고, 지난 시즌 객석 점유율은 56%에 불과했다.

리그의 수준 저하는 구단의 내실 문제로 이어졌다. 이탈리아에서 5년간 30여 개 클럽이 파산했다. 파르마 외에도 2년 전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던 명문팀 시에나와 지난해 5월 세리에C로 강등돼 한 차례 홍역을 겪었던 파도바도 경영난으로 밀린 세금과 임금 등을 해결하지 못해 이미 파산에 이르렀다. 이 밖에도 브레시아·바레제·몬차·레지나 같은 클럽도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

변동성 큰 사업에 집중해 위기 자초

여기서 잠깐 이탈리아 구단의 얘기를 뒤로 미루고 2010년대 들어 위기에 처한 국내 기업을 살펴보자. 웅진·STX·동양그룹 얘기다. 2012년 9월 웅진그룹은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불과 6개월 뒤인 2013년 4월에는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 신청과 6월 STX팬오션 법정관리 신청으로 STX그룹도 부실이 드러났다. 다시 5개월도 지나지 않아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졌다. 국내 굴지의 중견기업이 우르르 무너진 것이다.

이들과 이탈리아 구단의 몰락 과정은 묘하게 닮았다. 웅진·STX·동양은 각각 주력 업종과 세부적인 구조는 다르지만, 장기간 누적된 실적 악화와 과도한 차입경영으로 인한 재무 부담, 미적지근한 구조조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세리에A의 침체 원인과도 유사하다. 특히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고 외부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점에서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기업의 수익이 나빠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경기 변동에 따른 실적 악화가 있을 수 있고, 우수한 경쟁자의 출현이나 신제품·신기술이 시장을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경제위기, 전쟁과 같은 외부요인도 있다. 축구도 마찬가지로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세리에A의 경우 이탈리아의 경제의 전반적인 불황, ‘갈치오 폴리’라는 대규모 승부조작 스캔들로 인한 리그 이미지 실추, 느리고 거친 경기 스타일, 급부상한 분데스리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자체는 기업이나 구단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대응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가 선택과 집중이다.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 주로 잘할 수 있는 분야 또는 기존에 경쟁력을 확보해 이미 어느 정도 시장 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가 대상이다. 선택만 잘한다면 효과적인 경영 전략이다.

결과론적이지만, 이탈리아의 구단과 국내 부실기업은 잘못된 곳에 집중했다. 특히 변동성이 극심한 분야에 의존한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 됐다. 이탈리아 구단은 대부분의 수입을 TV 중계권료에 의존했다. 티켓·유니폼 판매 등 경기 당일 거둬들이는 수입이나 스폰서십의 비중은 작다. 2012년 딜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이탈리아 구단 중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AC밀란이 티켓과 회원권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3560만 유로(약 432억원) 수준이다. 이는 레알의 1억2300만 유로(약 1492억원)는 고사하고 EPL·분데스리가의 중위권 팀인 토트넘(4800만 유로)·함부르크(4200만 유로)보다도 적은 액수다. 그러나 TV 중계권료 수입은 생각보다 변동성이 심하다.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무대에 진출하지 못하면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작은 외부변수에도 강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STX는 선택과 집중의 대상으로 조선·해운업을 골랐다. 물론 이 분야는 STX의 성공기반이다. 설립 초기에는 이 전략이 업황 개선과 잘 맞아 떨어지면서 그룹이 단기 급성장하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그러나 성공에 취해 경기 민감 업종에만 집중하면서 업황 부진에 대응하지 못하는 위기를 자초했다. 동양그룹은 건설업황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계열사가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 덩치가 작아 사실상 건설 중심의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그룹의 실적을 좌우해서다. 경기민감 업종에 집중했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STX와 구조가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부진한 업종에 대한 과도한 집중이 그룹 전체의 부실을 불렀다.

비효율적 베테랑 영입이 부실 키워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잘못된 영입(M&A)도 닮았다. 수익 악화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 되자 이탈리아 구단은 유명하긴 하지만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 선수를 다른 리그에서 데려오기 시작했다. 구단의 내실보다는 ‘우리 정도의 구단이라면’이라는 체면치레에 신경 쓴 영입이다. 싼 이적료로 데려왔다고는 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주급이 높다. 인수 비용은 낮지만 유지비용이 높게 드는 셈이다. 실제 전력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다른 리그에서 벤치를 지키는 선수를 높은 비용으로 영입한 꼴이다. 비슷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독일이 유소년·외국인 선수 정책을 개선한 것과 비교된다. 분데스리가가 위기 때 신사업에 투자한 반면, 세리에A는 과거에 크게 성공했지만 이젠 레드오션이 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웅진그룹의 부실이 급격히 심화한 원인도 극동건설이라는 쓸모없는 베테랑의 영입이다. 비교적 낮은 인수가격과 건설업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겠지만, 결론적으로 건설사 인수는 패착이었다. 건설 업황이 부진한 데다 경쟁은 치열했다. 유지비용은 드는데 실제 수익은 내지 못해 부실을 키웠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도산한 많은 기업과도 유사한 구조다. 당시 회사의 규모 확장에만 집착하거나, 또는 회장님의 명예를 위해 건설과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많은 기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들의 첫 번째, 두 번째 실수가 변동성 큰 사업에 집중하거나 잘못된 영입을 추진한 거라면, 세 번째 실수는 재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수익은 줄어드는데 빚은 늘렸다. 앞서 예를 든 파르마는 총 부채가 1억 유로(약 1200억원)에 달한다. 밀린 세금만 해도 1700만 유로(약 200억원)다. 2012년 이탈리아 축구연맹과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스하우스쿠퍼스(Pw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세리에A에서부터 하부 리그인 세리에B, 퍼스트 디비전, 세컨트 디비전에 포함된 107개 이탈리아 프로 축구단 중 단 19개 구단만이 흑자를 내는데, 총 부채는 늘었다. 세리에A 소속 클럽의 부채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26억 유로(약 3조1500억원)로 집계됐다.

최근 무너진 국내 기업들도 많은 부채를 지고 있었다. STX는 M&A를 통한 사세 확장 과정에서 자금이 계속 투입됐다. 그룹의 부담이 커지는 데도 조금만 참으면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기존 차입금을 계속 연장하는 동시에 부진한 사업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 자금 수요를 위해 신규 차입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업황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자 과거에는 견딜 만했던 원리금 상환이 부담이 됐고, 결국 차입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일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동양그룹도 늘 이자부담에 허덕일 정도로 재무구조가 부실했다. 동양의 2007년 이후 부채비율은 2011년를 제외하면 매년 1300~1800%대에서 움직였다. 회사의 주인은 이미 채권자였던 셈이다.

“부채 많다” 마녀사냥은 경계해야


▎세종시에 건설 중이던 극동건설의 아파트 건설 현장. 웅진의 극동건설 인수는 패착이 됐다.
차입경영은 양날의 칼이다. 경영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독이 되기도 한다. 사업의 수익성이 차입 비용에 비해 높으면 차입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다. 이익에 비례해 나눠줘야 하는 주주배당과는 달리 채권자에게는 정해진 이자만 주면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빌린 돈으로 장사를 잘해 큰 돈을 버는 건 훌륭한 기업가로 칭찬받을 일이다. 따라서 단순히 부채가 많다, 부채 비율이 높다, 이자보상배율이 낮다는 이유로 마녀사냥처럼 몰고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문제는 수익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배당은 의무가 아니지만, 이자는 의무다. 제때 주지 못하면 기업의 신용이 흔들린다. 사실 누군가 계속 돈을 빌려주는 한 기업이 부도날 일은 없다. 축구계에서도 이탈리아 구단만 빚이 많은 게 아니다. EPL·라리가의 거대 구단도 빚더미 위에서 운영된다. 그러나 이들의 채권자는 상환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돈을 더 빌려주겠노라 난리다. 그러나 그러다 수익을 내지 못하고 상환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순간 신용이 떨어지고, 채권자는 ‘내 돈 빌리세요’에서 ‘내 돈 갚아라’로 돌변한다. 나중에 갚아도 될 줄 알았던 돈을 당장 갚아야 하기 때문에 재무 부담이 가중된다.

경영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 한 외부 충격을 흡수할 정도의 재무구조를 평소에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빌려준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예상치 못 한 계기로 갑작스레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의 경우 규제 강화로 계열사가 발행한 채권이나 기업어음을 계열 증권사가 취급할 수 있는 한도가 줄어들면서 부실 우려가 불거졌다. 투기등급이었던 동양그룹은 그동안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외부자금을 조달해왔다. 자금조달 창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일순간 확산되면서 정작 취급한도가 줄어들기도 전에 그룹이 쓰러진 것이다. 이탈리아 구단도 비슷한 규제의 영향을 받았다.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룰이다. ‘FFP’는 빌릴 수 있는 돈에 제한을 두는 규정이다(센터링 경제학② FFP와 부동산 규제 참조). 동양과 마찬가지로 자금조달에 대한 의구심이 퍼지면서 재무부담이 가중됐다.

차입 부담과 수익성 악화는 악순환의 고리다. 재무 부담은 축소 지향적인 경영으로 이어진다. 돈이 궁해진 이탈리아 구단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티아구 시우바 같은 스타급 선수를 팔았고, 대신 앞서 말한 비효율적인 베테랑 선수를 사왔다.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졌다. 시설투자도 멈췄다. 현재 이탈리아의 축구 경기장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지어진 게 대부분이다. 이후 신축·보수된 곳은 드물다. 시설이 낙후되면서 경기장을 찾는 관객은 줄었다. 실제로 세리에A에서 경기당 평균 3만5000명의 관중이 모이는 팀은 AC밀란·인테르·유벤투스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의 팀들이 2만명의 관중도 모으지 못한다. 형편없는 시설과 빈 관중석은 TV 중계로도 나타난다. 중계로 보이는 그림이 안 좋아지면 방송사와, 방송사에 광고를 주는 스폰서에 관심이 줄고, TV 중계료 수익이 감소한다. 그래서 다시 재무 부담이 커진다. 부실기업도 이런 악순환을 거친다. 수익성 악화 문제가 불거졌을 때 동양그룹은 상대적으로 투자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그만큼 타사와의 경쟁에서 뒤처졌다. 아파트 브랜드가 대표적 예다. 다른 건설사들이 저마다 브랜드를 도입해 인지도와 이미지를 제고하는 동안 동양그룹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했고, 이는 부실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구조조정 늦어질수록 재무구조는 악화

이탈리아 구단과 부실기업의 마지막 실수는 ‘때를 놓친 구조조정’이다. 수익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차입부담이 커졌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해서 차입금을 줄이거나 증자 등을 통해 신규 조달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갚는 것이 있다.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쉽지 않은 방법이다. 이미 수익성이 훼손된 기업은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렵다.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마음에 가격을 고집하다 보면 재무구조는 더 나빠진다. 이탈리아의 구단들은 위기가 왔음에도 리빌딩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클럽들이 보이는 ‘레전드 존중’이라기보다 ‘의리’로 보일 정도로 과도하게 구단의 노장 선수를 품고 있었다. 이들의 주급을 감당하느라 젊고 훌륭한 선수는 영입하지 못했다. 구조조정에 소극적으로 임해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을 기회를 놓친 것이다. STX도 구조조정에 신속하지 못했다. 매수자가 나서도 가격을 문제 삼으며 매각을 지연시키는 등 구조조정이 시급한 기업이 해서는 안 될 태도를 보였다. 다른 회생 방법을 찾지 못해 구조조정을 결심했다면,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마뱀 꼬리를 과감히 잘라내야 하는 것이다.

1279호 (2015.04.06)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