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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을 붙여야 비로소 정보가 된다 

해시태그 기능 확산 ...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 늘어 

전미영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무장단체 ‘보코하람’ 에 납치된 소녀들의 귀환을 촉구하는 트위터 해시태그 ‘우 리 소녀들을 돌려줘’에 저명 인사 들이 동참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 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이 메시 지 보드를 들고 있는 사진을 퍼 스트레이디 계정(@ FLOTUS)에 올렸다. / 사진:트위터 캡처
미국방언학회가 2014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신조어는 다름 아닌 ‘#흑인의목숨도중요하다(#Blacklivesmatter)’였다. 띄어쓰기가 전혀 되지 않아 완결된 문장이라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단어라고 하기도 힘든, 더군다나 문장의 앞에 ‘해시태그’라 불리는 ‘#’기호까지 붙어있는 이 독특한 표현이 한 해의 언어 트렌드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로 선정된 것이다. ‘#’기호는 트위터의 한 기능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호 뒤에 특정한 단어를 넣으면, 해당 게시물이 그 단어에 대한 주제로 쓰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직접 고친 집안 인테리어에 관한 글이라면 ‘#셀프인테리어’로, 살림살이 방법에 대한 글이라면 ‘#살림노하우’ 이런 식으로 해시태그를 단다. 이렇게 해시태그를 달면, 나중에 다른 사람이 ‘살림노하우’라고 검색을 했을 때, 해당 해시태그가 달린 글과 사진만 모아서 볼 수 있다.

해시테그 기능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단지 분류하고 검색하는 것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단어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면서, 단어 이상의 파급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 해시태그를 달며 집단 채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 최근 외국의 한 연예인이 여성용 드레스 사진을 찍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업로 드하며, ‘#WhiteandGold, #BlueAndBlack, #TheDress’란 해시테그를 달았다. 그런데 그 드레스는 보는 사람의 시력 상태에 따라 흰색과 금색의 조합으로 된 드레스로 보이기도 하고, 파란색과 검정색의 조합으로 보이기도 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해당 드레스가 완판된 것은 물론이다. 사소해 보이는 이 사건은 해시태그의 영향력이 어떠한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검색 이상의 영향력

해시태그는 본래 검색의 편리함을 위해 도입된 기능이지만, 이제는 ‘내가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거나, ‘어떤 주제에 대해 지지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표현의 수단이 되고 있다. 말하자면, 어떤 단어에 해시태그를 붙이는 순간 그 단어의 의미가 달라진다. 2014년 올해의 단어였던 “#흑인의 목숨도중요하다”는 표현은, 단지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문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미국정부의 인종차별적인 행태에 격렬히 분노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음을 표현한다. 같은 주제의 다른 게시글과 지속적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특정 단어에 해시태그를 다는 행위는 ‘이 글은 특정 주제로 이루어지는 큰 논의의 일부로 읽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글을 작성하는 사람은 내 글이 하나의 이슈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글을 검색하는 사람은 수많은 SNS 게시글의 속에서 내가 관심 갖는 주제에 대해서만 골라 읽고 싶어 한다. 이 두 심리가 만나면서, 이젠 해시태그를 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다. 앞에서 설명한 드레스 논쟁과 비슷하게, 한국의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해시태그 릴레이 놀이도 인기다. 가령,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트’에는 ‘#다들_원하는_몸무게를_얘기해보자’라는 해시태그를 누르면, 온라인상의 수많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몸무게를 공유하며 웃고 떠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익명의 대중들을 연결해 하나의 집단 채팅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이처럼 해시태그를 다는 행위는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이지만, 마치 대중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를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전 세계 64개국 2200여 개 이상의 예술·역사·과학·문화 분야 관계기관과 함께 진행하는 글로벌 캠페인 ‘뮤지엄위크’는 사람들이 온라인 관람을 잘 즐길 수 있도록 해시태그를 적극 활용했다. 전 세계 기관이 보유한 콘텐트를 서로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트위터를 활용한 것이다. 행사 기간동안 프랑스의 ‘맘 아트 박물관’이 특정 주제로 해시태그 글을 달면, 국내의 다른 참여기관이 이에 참여해 서로 자료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눈다. 해시태그를 활용하면 쉽게 콘텐트를 분류할 수 있어, 주제별 분류가 필수적인 콘텐트 소비에 트위터가 가진 장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해시태그는 사람들 사이에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데도 활용된다. 건강 간식 스타트업 벤처인 ‘리얼씨리얼’의 대표 김정관씨는 ‘#리얼먹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로 음식 사진을 올리면 리얼바 1g을 결식아동들에게 기부하는 공익캠페인을 기획했다. 이는 순식간에 확산돼 단지 글에 해시테그를 다는 행위가, 제품을 홍보하는 동시에 공익활동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됐다. 작은 기호 하나가 정보의 생성과 확산, 그리고 사회적 움직임과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제 해시태그는 트위터를 넘어 다양한 이미지 기반 SNS에서 활용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은 모두 관심있는 주제의 이미지를 업로드하며 사람들 사이를 연결한다. 특히 글보다 이미지가 주인공이 되는 SNS 경우에는 검색을 돕는는 해시태그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이에 국내 업체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가령, 네이버에서는 ‘관심’을 기반으로 하는 SNS서비스인 ‘폴라’를 준비 중이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해시태그를 통해 이미지와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소통하는 SNS다.

과거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매스 커뮤니케이션’ 즉,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영향력 있는 특정 소수의 의견이 TV와 라디오를 타고 일반 대중들에게 확산되는 방식이었다.

해시태그족에 주목해야

인터넷과 각종 SNS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 대량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으로 소통한다. 해시태그가 활발한 현재는, 단순한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소수의 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내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들어줄 다수의 사람들을 따로 모으는 것이 중요해졌다. 사람들은 해시태그를 달면서 나만의 디테일한 관심사에 공감해 줄 누군가를 만나고, 또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새로운 관심사를 갖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정보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스스로 정보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해시태그족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우리 기업의 소통과 흐름은 어떠한지 다시금 돌아볼 일이다.

전미영 -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겸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수석연구원. 2010년부터 매년 [트렌드코리아]를 공저하며 한국의 10대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고 있다. 2013년에는 [트렌드차이나]로 중국인의 소비 행태를 소개했다. 한국과 중국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산업과 연계하는 컨설팅을 다수 수행하고 있다.

1284호 (201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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