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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마을 | 전라북도 무주군 안성면 진원·오천마을] 이웃과 소통하며 행복 일군다 

귀농인 위해 오미자·천마 등 작목반 운영 ... 4년 전 마을 사업도 시작 


▎1. 진원·오천마을은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흐르는 풍수의 기본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 2. 2년 전 귀농한 신용식(50)·송윤선(51) 부부가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 5월 8일 전북 무주 진도리 오천마을의 푸름꿈고등학교 체육관에는 하루 종일 마을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장년층의 흥겨운 풍물놀이에 어르신들과 마을 주민들은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어버이날을 맞아 마을 회관에서 70여명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로잔치 행사가 열린 것이다. 진도리에서 가장 큰 연례행사다. 이 행사는 기획부터 진행까지 진도리 청년회에서 맡았다. 부녀회에서는 음식 준비에 나섰다. 김강엽(50) 무주진원반디길마을 영농조합법인 위원장은 “전라북도에서 지원받지 않고 어버이날 행사를 진행하는 유일한 곳”이라며 “올해 20주년을 맞는 해라 더욱 뜻 깊었다”고 말했다.


진도리는 주민들 사이의 관계가 어느 곳보다 돈독하다. 행사가 있는 날이면 모두 모인다. 얼핏 ‘분위기가 좋구나’라고 지나칠 수 있지만 이곳의 상황을 알면 조금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진도리에는 진원마을·오천마을·오동마을·도치마을 등 네 곳의 마을이 있다. 마을 전체 300여 가구 가운데 20% 이상이 귀농·귀촌가구다. 무주군 내에서 귀농·귀촌인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중 진원마을과 오천마을 중심으로 귀농·귀촌인들이 늘고 있다. 이풍현(53) 오천마을 이장은 “최근 50대 귀농·귀촌자들이 늘면서 마을 분위기가 예전보다 밝고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이장도 4년 전 오천마을로 왔다. 이 마을이 고향인 그는 경기도 안양에서 운영했던 사업을 접고 2011년 12월 이곳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고 있다. 이 이장은 “아버님이 연로하시고 노후에는 고향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 내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 광주가 고향인 신용식(50)씨도 2년 전 귀농을 결심하고 오천마을로 왔다. 신씨는 아내 송윤선(51)씨의 친구로부터 이곳을 소개받고 왔다. 신씨는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이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고 지내면서 시골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설명했다.

풍물패 등 마을 활동으로 친분 쌓아


▎진원 마을의 부모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기 때문에 무주만나지역아동센터에서 방과 후 아이들을 돌봐준다
귀농·귀촌을 택한 사람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란 쉽진 않다. 그러나 이 마을은 그런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다. 다양한 마을 활동 덕이다. 귀농·귀촌인들을 위해 작목반을 비롯해 풍물 놀이패, 청년회 등의 활동이 있어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신씨는 “마을 행사나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고 먼저 온 귀농·귀촌인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3305㎡(약 1000평)규모의 땅에 오미자와 매실, 아로니아베리(블루베리·산딸기와 비슷한 베리류)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가 처음인 그가 농사일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무주군농업기술센터와 마을 작목반이 큰 도움이 됐다. 무주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귀농·귀촌인들에게 특용작물에 대한 재배기술·농기계 교육과 직거래 판매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센터에서 이론을 배우고 마을 작목반에서 실전 교육을 받는다. 마을 작목반에서는 안성면의 특산품인 천마를 비롯해 오미자·아로니아베리 등을 재배한다. 김강엽 위원장과 같은 선배에게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진원마을은 마을의 안정적인 소득과 마을 활성화를 위해 무주진원반디길마을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한다. 4년 전 마을 주민들과 1280만원의 출자금으로 시작됐다. 진원반디길은 여름철 산길에 반디가 많아 그 이름을 따서 지었다. 반디길 체험은 물론 모닥불 체험, 도예체험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금강 상류에서 즐기는 금강래프팅과 산골마을에 자리잡은 펜션도 운영한다. 마을 사업으로 생긴 수입은 운영비로 쓰고 나머지는 마을 기금으로 적립한다. 김강엽 위원장은 4년째 이끌고 있지만 월급 없는 봉사직이다. 마을 사업은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육성은 물론 농사를 짓지 않는 귀농·귀촌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신씨 아내인 송윤선(51)씨는 귀농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광주에서 공방을 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공방 생활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송씨 공방인 ‘다원도예’는 진도리를 대표하는 공방이 됐다. 진원마을 영농조합법인에서 다원도예를 마을체험 프로그램으로 포함시켜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집 옆에 지은 공방은 마을 학생들이나 관광객들에게 도예체험장으로 쓰인다. 틈틈이 도예 작품들을 무주IC 만남의 광장에서 주말에 전시 판매한다. 송씨는 “재능을 나눠 마을에 도움이 되고 마을에서도 재능을 인정해주면서 하루하루가즐겁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귀농·귀촌인들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마을에서도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귀농·귀촌을 오기전에 일정 기간 준비를 하는 것도 실패를 막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전라북도 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는 귀농·귀촌 관심단계·예정단계·1~2년차·3~5년차 등 귀농·귀촌 기간별에 따라 맞춤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고등학교에 이어 중학교 설립도 추진

오후 4시가 넘어서자 진원마을 입구에는 대형 버스가 한 대가섰다. 바로 초등학생들의 귀가 버스다.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리자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무주만나지역아동센터로 발길을 옮긴다. 부모들이 대부분 농사를 짓기 때문에 이곳에서 숙제와 공부를 시키고 저녁까지 먹여 집으로 귀가 시킨다. 초등학생은 센터 선생님들이, 중학생은 오천마을에 위치한 대안학교인 푸름꿈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지도한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수는 30여명이다. 비용은 학부모들이 월 1만~2만원 정도내는 게 전부다. 나머지는 무주군에서 지원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귀농·귀촌자들의 연령대가 낮아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문화나 교육 문제 등으로 30~40대를 보기 어렵다”며 “고등학교에 이어 중학교 설립도 추진하고 있는데 젊은 귀농·귀촌자들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1287호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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