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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유망 기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게임 회사 유리 

플랫폼보다 기기·콘텐트 분야에 집중해야 ... 의외의 다크호스 등장 가능성도 


▎1인칭 슈팅게임(FPS)은 가상현실과의 시너지 효과가 좋은 콘텐트로 꼽힌다.
“가상현실(VR) 유망 기업을 꼽기에는 아직 이르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얘기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데다, 어떤 플랫폼이 주도권을 잡을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기 전에 누가 스마트폰 시대의 유망 기업이 될지를 맞추는 것과 같다. 다만, 발전 형태가 비슷한 스마트폰 시대에 비춰 힌트를 얻어볼 수는 있다. 즉, 스마트폰 시대 ‘플랫폼-기기-콘텐트’ 각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국내 업체를 바탕으로 VR의 유망기업을 유추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기대할 만한 영역은 VR기기와 콘텐트다. 독과점 구조가 예상되는 플랫폼 영역은 세계적인 IT 공룡 업체들이 진입해 있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스마트폰 부흥기를 돌아볼 때 안드로이드를 도입해 스마트폰을 만든 삼성전자나 아이폰의 생산 기지인 폭스콘 같이 기기 생산에 집중한 제조업체가 새로운 수출 주도 기업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플랫폼 선점 가능성이 큰 오큘러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유력한 후보다.

또한 VR기기는 해상도는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응답 속도가 빠른 디스플레이를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용자에게 멀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착용감 관련 무게도 고려해야 한다. 그만큼 고성능의 디스플레이 패널과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기술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관련 부품 생산 업체와 여기에 소재·장비를 공급하는 업체의 수혜를 예상해볼 수 있다.

또한 현재 개발 중인 VR기기가 스마트폰과 연동돼 구동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삼성전자와 부품 업체 입장에서는 VR기기뿐 아니라 이를 구동하기 위한 고가 스마트폰 판매라는 덤도 얻을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제조·부품 업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지금 기준으로 봤을 때는 SK하이닉스·OCI머티리얼즈·이엔에프테크놀로지·AP시스템·비아트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콘텐트 중에서는 게임 분야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 업체 가운데 VR 콘텐트를 만들만한 기술력과 VR과의 시너지 효과가 좋은 장르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가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슈팅·비행액션, 스포츠, 롤플레잉게임(RPG), 시뮬레이션 등이 VR과의 시너지 효과가 좋은 장르로 꼽힌다. 이에 따라 그래픽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엔씨소프트와 VR과의 시너지 효과가 가장 좋은 장르로 평가 받는 1인칭 슈팅게임(FPS)의 국내 최고 개발사인 넥슨지티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 개발 업체 스코넥도 VR 콘텐트를 발 빠르게 준비 중이다.

다만, 콘텐트 영역에서는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신생 업체가 수혜 업체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마트폰 부흥기에 등장한 ‘앵그리버드’의 로비오모바일이나 ‘애니팡’의 선데이토즈 같은 경우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은 “당시 규모가 큰 PC 게임 업체는 오히려 모바일 시장에 선뜻 진출하지 못하다가 시중이 성숙된 후에야 신생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콘텐트 분야의 유망 업체는 새 영역에 도전적인 신생 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1290호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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