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유감스런 공포 마케팅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

광고는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 대량 소비사회와 신문·잡지·라디오·TV 등 대중매체의 출현이 맞물리면서 발달했다. 광고는 근본적으로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유인하는 것이고, 광고를 접한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면서 광고효과가 발생한다. 사람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자극해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방법이 공포 마케팅이다.

다이어트 제품에 등장한 날씬한 미녀는 이 제품을 사용하면 모델과 같은 몸매를 가질 수 있다고 소비자에게 말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볼품없는 몸매에도 다이어트조차 하지 않는다면 자신있게 살 수도 없고, 멋있는 애인을 사귈 수도 없다는 메시지가 숨어있다. 건강제품은 ‘왕따 공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입 냄새로 왕따가 되고 싶지 않으면 구강청결제를 사용하거나 껌을 씹어야 하고, 여름에 체취가 심하면 왕따 되니 향수나 탈취제를 사용하라는 식이다. 보험업의 마케팅은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근간이다.

상업광고뿐 아니라 금연, 에이즈, 교통사고 예방 등 공익광고는 공포 마케팅에 더욱 적극적이다. 상업광고는 공포를 간접적으로 활용하지만, 공익광고는 공포를 유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운전하다 졸면 죽는다’는 식으로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가장 강력한 공포 마케팅은 종말론과 결합된 사이비 종교로 공포감 조성 자체가 성패의 핵심이다. 이들은 ‘세상이 망하면 어차피 쓰지 못할 재산, 내게 바쳐라. 그러면 영원히 행복해진다’라고 말하면서 돈을 뜯는 사업모델이다. 종말론은 인류문명과 함께 생겨난 이래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혹세무민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가깝게는 1999년 휴거 종말론이었다. 서양 중세 예언가인 노스트라다무스를 내세워 그럴 듯한 과학적 포장까지 거쳤지만 결국 졸렬한 사기극에 불과했다.

정치도 유권자의 표를 얻는 일종의 마케팅이기에 공포를 활용한다. 유권자의 공포를 유발시켜 상대방에 대한 분노까지 이끌어내면 커다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상호비방, 흑색선전과 같은 네거티브 전략을 적극 활용한다. 실제 선거에서도 ‘나를 찍으면 좋아진다’보다는 ‘무능하고 부도덕한 저 사람은 안된다’는 메시지에 유권자들이 강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라는 재료는 요리하기에 따라서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이들의 속성은 금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초기 진압에 실패하고 우왕좌왕하는 정부에 일부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상황을 활용해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공포심을 조장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저질 정치인들로 북새통이다. 유권자의 권익은 안중에 없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권자의 표만 얻으면 된다는 이런 부류들은 지금쯤 상황전개에 따른 각자 나름의 손익계산서를 챙겨보기에 바쁠 것이다.

공포 자체는 인간에게 잠재된 본능으로 일상생활의 위험을 회피하는 중요한 기제이다. 하지만 사이비 종말론처럼 의도를 가진 공포감 조성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공포 마케팅의 본질적 측면을 이해한다면 소비자로서 또한 유권자로서 더욱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291호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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