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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질서 교란행위’ 처벌 규정 7월 시행] ‘주워 들은 정보인데…’ 변명하단 큰 코 다쳐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한 이익에 과징금 부과 ... “로펌 배만 불릴 것” 우려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4월 23일 자본시장 개혁방향 및 세부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더불어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엄중하게 다룰 방침이다.
#1. 애널리스트 A는 평소 보고서 작성을 위해 상장회사 직원들과 자주 통화하고, 모임을 갖는다. 어느 날 A는 한 상장회사 재무팀장으로부터 ‘회사의 분기 실적이 전망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날 A는 이를 펀드매니저인 B와 주식 거래를 하지 않는 친구 C에게 전달했다. 이를 들은 B는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해당 종목을 매도해 손실을 막았다.

#2. 애널리스트 D는 건설 업종에서 최고의 실력자로 꼽힌다. 그가 내는 보고서는 항상 조회수 최상위권에 오를 만큼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실제 주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한 건설회사의 신규 사업 수주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D는 발표 이틀 전날 친구 E와 저녁을 먹으며 보고서 내용을 간단히 알려줬고, 다음날 E는 해당 건설회사의 주식을 사서 3000만원의 이득을 얻었다.

위 두 사례에 등장한 다섯 명 중 처벌 대상은 누구일까? 현행법상 이들 중 처벌할 수 있는 사람은 A뿐이다. 회사 내부 관계자로부터 중요 정보를 전달 받아 이를 매매에 이용하도록 한 A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제 54조와 제174조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7월 1일부터는 펀드매니저 B와 애널리스트 D, 친구 E도 처벌을 받는다. 실제 주식 투자를 하지 않은 친구 C만 죄가 없다. 자본시장법 내에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관한 규제가 신설돼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적발될 경우 형사처벌은 아니지만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의 1.5배가 5억원을 넘는 경우엔 그 금액 이하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사실상 상한이 없다. 경우에 따라선 형사처벌보다 더 무서운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시세조종 행위 규제도 더 촘촘하게

현행법에도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의 불공정거래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지만 구성 요건이 너무 엄격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고, 금융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날이 지능화하는 불공정행위 기법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의 처벌 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다. 기존엔 내부자(회사 임직원이나 주요 주주 등)와 준내부자(인허가권자나 계약 관계자 등), 그리고 이들로부터 정보를 직접 전달받은 1차 정보수령자만 처벌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1차 정보수령자로부터 정보를 얻은 2차 이후의 정보수령자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사례 1의 펀드매니저 B와 사례 2의 친구 E가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이유다. 건너 들은 이야기라도 주식 거래에 활용해 이득을 취하거나 손실을 피했다면 처벌 받는다. ‘술자리에서 주워 들은 이야기’라는 변명도 이젠 안 통한다는 의미다.

다만, 미공개 정보를 받았더라도 단순한 풍문이나 투자분석 결과라고 생각하고 매매했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 새 규정은 해당 정보가 내부자 등으로부터 나온 ‘미공개 중요정보’라는 사실을 알고 매매한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볼 수 있는 주식 게시판 등에서 얻은 정보는 괜찮지만 지인에게 문자, 메신저 등을 통해 받은 정보를 매매에 이용하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미공개 정보의 범위도 확대됐다. 기존에는 회사 내부에서 만들어진 정보만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시장 정보나 정책 정보를 이용한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된다. 애널리스트의 분석 자료, 대량 주문 관련 정보, 금리 정책 정보 등이 포함된다. 회사 외부에서 만들어졌더라도 주식이나 금융투자상품을 사고 파는데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라면, 이를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 먼저 취득해 이용하는 것을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보겠다는 것이다. 취득 경위도 불문한다. 기존엔 해킹이나 절취 등의 방식, 즉 직무 관련성 없이 정보를 입수한 경우엔 처벌할 수 없었다. 앞으로는 부정한 방법으로 정보를 알게 된 사람도 과징금을 내야 한다.

현행법상 ‘정보 공개’의 기준은 금융위 또는 거래소에 비치된 날로부터 1일, 금융위 또는 거래소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지 3시간 이후, 언론 매체에 보도된 지 6시간 이후 등이다. ‘정보를 보고도 6시간 동안 매매를 하지 말란 의미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일반 투자자가 미공개 중요 정보라는 인식이 없으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 사실상 지인이나 업계 관계자로부터 몰래 취득한 정보가 아니라면 괜찮다고 봐도 된다.

시세조종 행위에 대한 규제도 더 강력해진다. 기존에는 ‘시세 조종 목적’을 갖고, 실제 시세에 영향을 줘야만 처벌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초단타 매매를 실행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는데도 목적이 입증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개정안은 목적을 따지지 않는다. 외형적·객관적으로 볼 때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과도한 허수 호가 제출, 가장 매매(매매의 외형을 갖췄지만 실제로는 권리의 이전 목적이 없는 매매), 손익 이전이나 조세 회피 목적의 통정매매(타인과 미리 같은 가격 또는 같은 수량의 거래를 약속한 뒤 하는 매매) 등이 포함된다.

개인 투자자(개미)라면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황현일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사무관은 “애초에 본인의 주문으로 시장을 움직이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런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무거운 과징금’ 시장 정화 효과 있을 듯


금융회사 직원들도 앞으로는 긴장을 많이 해야 한다. 무의식 중에 한 행동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이 상장기업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은밀하게 유통하는 건 엄중히 감독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공개 이전에 일부 관계자 사이에 유통되는 행위도 엄중 단속할 계획이다.

일단 개정안 시행과 함께 금융당국이 강력한 규제를 천명하고 나서면서 어느 정도 시장 정화 효과를 거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사에서 “금융당국은 특히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한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모든 감독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징금은 법을 어긴 경우 위법의 대가로 얻은 이득을 빼앗는 수단이다. 재판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보다 쉽고, 빠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먼저 규제 대상이 방대해짐에 따라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한 금융위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챙긴 부당이득이 2000만원 미만이면 과징금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금융위는 5월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업무규정 개정안을 공고했다. 구체적으로 과징금은 시장질서 교란행위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손실회피 금액의 규모, 위반 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0.5배에서 많게는 1.5배의 가중치를 반영해 산정하도록 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부당이득이나 손실회피액이 2000만원일 경우,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나치게 가벼운 사안에 대해 과징금이 남발되지 않도록 선을 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업계에서도 걱정이 많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매니저의 경우 펀드 규모에 따라 운용 자금이 수조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는데 규정대로라면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물 수도 있다”며 “펀드매니저의 활동 반경을 과도하게 억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펀드매니저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했다가 적발될 경우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회사가 아닌 본인이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황현일 사무관은 “펀드매니저가 운용 실적에 따라 경제적, 비경제적 이득을 얻는 만큼 부정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본인이 져야 한다”며 “이번 개정안의 핵심 취지는 자본시장 투자자 전체가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공정하게 거래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펀드매니저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가 부정한 방법으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펀드 운용에 이용하는 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펀드매니저도 위법 적발되면 수십억원 과징금 물 수도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건 매우 복잡한데 검찰이든 금융감독원이든 금융회사 직원을 조사하기 시작하면 당사자는 로펌을 찾아 법률 자문을 받아야 하는 게 보통”이라며 “로펌에 있는 금융회사 고위공직자 출신의 일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함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처벌 대상이 크게 확대됐으니 감독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조사를 시작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처분을 받지 않더라도 일단 혐의를 받으면 로펌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로펌만 배 불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전혀 그런 상황이 없을 것이라 단정할 순 없지만 너무 과한 추측”이라며 “오히려 회사 내 준법감시인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1291호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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