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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1개월 데이터요금제 승자는?] 반격에 재반격 엎치락 뒷치락만 

선수 뺏긴 SK텔레콤, 강공·속공으로 응수 ... 이통 3사, 데이터 사용 늘릴 방안 고심 중 


장군과 멍군, 반격과 재반격이 오고 간다. 치열한 한 달을 보낸 이동통신 업계의 얘기다. 이동통신 3사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놓고 뜨거운 쟁탈전을 벌여왔다. 경쟁사가 새 요금제를 출시하면 바로 그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내놨다. 불과 2주전 자사가 내놓은 새 요금제를 갈아치울 정도로 고객 확보를 위한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KT다. KT는 5월 7일 ‘데이터 선택 요금제’ 출시를 발표했다.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료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을 기준으로 구간을 나눠 요금을 매겼다. 기본 데이터 300MB를 제공하는 가장 낮은 구간의 요금은 2만9900원. ‘2만원대 음성·문자 무제한 요금제’를 표방하면서 출시 나흘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업계에서는 뒷얘기도 흘러 나온다. 당초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여부를 놓고 SK텔레콤이 먼저 정부 당국과 협의를 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정부는 2만원대 요금제 출시를 원했는데 SK텔레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자 KT와 협의해 데이터 요금제를 먼저 출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이 손실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KT가 먼저 2만원대 요금제를 정부와 협의하면서 치고 나왔다는 것이다. 대신 KT는 1주일 간 선점효과를 낼 수 있는 시간을 누렸다.

1주일 뒤인 5월 14일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가 KT와 비슷한 구조의 ‘데이터 중심 LTE 음성자유’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맞불을 놨다. 차별화를 위해 고객이 많은 3만원대 요금 구간의 요금을 KT보다 1000원 가량 낮췄다. 이와 함께 비디오 전용 요금제도 내놨다. 기본 데이터와 별도로 자사의 동영상 서비스 전용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그로부터 다시 1주일 정도가 지난 뒤에야 ‘밴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놨다. 3사 중 가장 늦었지만, 그만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수를 뒀다. 전체적으로 유사한 구조지만, 무선통화에 유선통화까지 무제한으로 풀었다. KT·LG유플러스의 기존 데이터 요금제에선 일부 구간에서만 유선통화가 무료였다. 음성과 문자를 주로 사용하는 가입자 비중이 타사보다 높아 이 부문 수익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은 빗나갔다. SK텔레콤의 데이터 요금제는 출시 첫날 15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것을 비롯해 가장 먼저 가입자 50만명 고지를 돌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같은 날 기준으로 KT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는 35만명, LG유플러스는 15만명으로 추산됐다.

자고 나면 새 요금제 출시

이후 요금제 전쟁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업계 1위의 예상 밖 강공에 위기감을 느낀 KT와 LG유플러스가 반격에 나섰다. 먼저 LG유플러스는 5월 28일 새 요금제를 발표했다. SK텔레콤이 유·무선 통화 무제한을 발표한 지 1주일, 자사가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한 지 불과 2주일 만이다. ‘뉴 음성무한 데이터 요금제’로 음성 무제한을 유선통화로 확대했다. 또 ‘뉴 음성무한 비디오 데이터 요금제’는 SK텔레콤이 ‘Btv 모바일’의 콘텐트 이용권만 준 것을 겨냥해 이용권과 함께 실제 시청에 필요한 별도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KT는 새로운 부가서비스 ‘마이 타임 플랜’ 출시를 예고했다. 매월 몇 천원의 요금을 더 내 자신이 선택한 시간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저가 요금 구간 고객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았다.

그런데 이 때 SK텔레콤이 속공으로 KT의 허를 찔렀다. KT의 ‘마이 타임 플랜’이 정식 출시되기 전인 5월 29일 유사한 방식의 부가서비스 ‘밴드 타임프리’를 내놓은 것. 월 5000원으로 하루 6시간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KT는 사흘 뒤에야 예고됐던 마이 타임 플랜을 출시했다. 이에 대해 KT측은 “출시를 예고한 서비스와 유사해 당황스럽다”며 불쾌감을 내비쳤고, SK텔레콤은 “데이터 요금제 출시가 늦은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빨리 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 이후 가장 빨리 1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아 통신 3사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주도권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6월 5일 밴드 데이터 기본요금 6만1000원 구간 요금을 5만99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뒤질세라 LG유플러스도 60.9요금제(월 기본요금 6만900원)를 5만9900원으로 1000원 인하했다. 이에 따라 이 구간대 요금제의 요금은 통신 3사 모두 5만9900원으로 같아졌다.

한 달 간 숨가쁘게 이어진 이동통신 3사간 요금제 출시 경쟁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가격 인하를 끝으로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데이터요금제를 놓고 벌인 경쟁이 여기서 끝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미래형 요금제로 각광받으면서 현재까지 전체 가입자가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출시 1개월이 지나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앞으로는 데이터 이용을 늘릴 만한 부가서비스 위주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이통사 입장에선 데이터 이용률을 늘리는 게 관건이다. 지금과 같이 높은 요금제에서 낮은 요금제로 바꾸는 추세에서 가입자가 늘수록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결국 음성·문자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가입 고객들의 데이터 이용률을 끌어올리는 게 대안이다. 고객 확보에서 수익성 확보로 넘어간다는 얘기다.

실제로 KT는 6월 2일 콘텐트와 데이터를 통합해 제공하는 ‘알짜팩 플러스’를 출시했다. 앞서 등장한 ‘출퇴근 전용 요금제(SK텔레콤)’, ‘시간선택형 자유요금제(KT)’, ‘비디오 전용 데이터 요금제(LG유플러스)’ 등 데이터 특화 요금제가 잇따라 출시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SK텔레콤은 가입자에게 ‘Btv 모바일’ 이용권을 주면서 동영상 데이터 이용률을 높이는 중이다.

부가세 포함하면 3만원 넘는데…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참여연대 민생 희망본부와 성공회대 NGO프로젝트 학생모임 20여명은 6월 5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통신비 인하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혜택을 보는 건 음성통화와 문자를 주로 쓰는 직종과 중·장년층 등으로 제한적이고, 오히려 데이터 이용이 많은 계층에서는 통신비 인하 효과가 적다”고 주장했다. 요금에 부가세를 표시하지 않은 점과 데이터 제공량이 적다는 점도 반발을 사고 있다. 참여연대는 “부가세를 더하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최저 요금이 3만2890원인데 이를 부가세를 뺀 2만원대 요금제로 홍보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요금제 공시 방식을 부가세 포함 실제 부담 비용을 표시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 가장 싼 3만2890원 요금제에서 기본으로 주어지는 데이터가 300MB 뿐이라 자칫하면 추가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며 “가장 낮은 요금제에서도 최소 1GB의 데이터가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291호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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