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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카에 도전하는 中 ICT 기업] 자동차 시장에서 ‘제2의 샤오미’ 꿈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BMW·아우디와 손 잡아 … 무인차 개발 목표도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 부본부장

▎2015 CES에 나온 벤츠의 컨셉트카. 전자제품 박람회에서도 스마트카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간단한 퀴즈 하나. 다음에 열거하는 3개의 행사에서 공통으로 연상되는 단어는? ‘2015 CES’ ‘2015 상하이 모터쇼’ ‘제1회 CES 아시아’. 정답은 ‘스마트카’다. 스마트카는 자동차를 주제로 하는 모터쇼는 물론이고, 전자제품 박람회에서도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5 CES는 융합과 혁신이 화두였다. 단순한 소비 가전을 뛰어넘어 여러 장르의 기기가 상호 연결되는 것이 거대 트렌드로 떠올랐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선보인 고도의 스마트카 기술은 많은 사람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흐름은 4월 열린 ‘CES 아시아’ 행사에까지 이어졌다. 삼성전자나 소니 같은 단골 손님이 빠진 자리를 아우디·폴크스바겐·벤츠 등이 충실히 메웠다. 가전쇼와 모터쇼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앞으로 CES에서 자동차 브랜드의 신차가 소개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 스마트카 시장 규모 26조원

여러 시장조사기관들은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될 스마트카가 1억2000만대에 달할 것이며, 시장 규모는 9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 중 중국이 전체의 35%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스마트카 시장 규모는 올해 1500억 위안(약 26조원)에서 2020년에는 2000억 위안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 역시 스마트카산업 육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3월 중국 양회에서 발표된 ‘제조업 4.0’과 ‘인터넷 플러스’ 정책은 핵심 연관 산업으로 스마트카를 지목했다. 전통 산업을 업그레이드해 산업구조를 디지털 기반으로 바꾸고, ICT를 전통 제조업에 접목하는 경제 성장 모델로 제시했는데, 스마트카가 한 축을 담당할 것이란 뜻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스마트카산업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의 대표 3대 IT 기업인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BAT)는 물론이고 많은 정보통신기술(ICT) 강자들이 스마트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상하이차·지리자동차·비야디 같은 중국의 로컬 자동차 브랜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각 기업의 앞 글자를 따 BAT로 불리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자동차 브랜드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무인주행 자동차까지 만들 것이라는 야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현재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는 회사는 바이두다.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카에 적용할 수 있는 음성인식·증강현실·인공지능 등 차세대 첨단 기술 위주로 연구 중이다. 상하이GM과 아우디 등의 자동차 제조사에는 직접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카라이프’를 넣고, 바이두맵에 기반한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에는 BMW와도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무인자동차 주행기술을 시험키로 했다. BMW의 테스트 드라이빙을 위해 바이두는 바이두맵과 음성인식 시스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바이두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히는 빅데이터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다. 중국의 복잡한 도로에서 활용도가 높고, 자율주행자동차의 클라우드 컴퓨팅에 적용될 기술이다. 리옌홍 바이두 회장은 양회에 참가해 “바이두가 자동차 브랜드와 협력해 직접 스마트카를 제조할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연내 스마트카 개발을 완료하고 5년 내 상업용 스마트카를 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바이두가 개발 중인 자동차는 구글카처럼 100% 무인차가 아니라 운전대나 브레이크 페달이 달린 반자동 자율 주행차로 알려졌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절대강자인 알리바바의 스마트카 사업진출은 다소 뜻밖이라는 평가가 많다. 알리바바와 함께할 사업파트너는 중국 토종 자동차기업인 상하이차 그룹이다. 지난해 7월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으며 도전에 나섰다. 알리바바는 다양한 스마트카 전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상하이차는 알리바바의 ‘두뇌’를 탑재한 차를 제조한다는 계획이다.

3월 알리바바와 상하이차그룹은 10억 위안을 공동으로 출자해 스마트카 펀드를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알리바바의 자체 개발 운영체제인 ‘알리윈’을 상하이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한다. 알리바바통신, 가오더 내비게이션,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플랫폼, 음원사이트까지 집대성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2016년에는 알리바바와 상하이 차의 첫 번째 합작품을 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텐센트는 BAT 중에선 비교적 뒤늦게 스마트카 시장에 뛰어 들었다. 텐센트는 폭스콘·허시에자동차와 손을 잡고 스마트카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 위탁 제조업체이며 테슬라전기차 부품을 제조한 경험도 있다. 허시에자동차는 BMW의 전기차 시리즈인 i시리즈와 테슬라의 중국 딜러업체다. 텐센트는 폭스콘과 함께 스마트카를 제조하고 허시에자동차가 판매와 애프터서비스를 책임지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텐센트는 인터넷 개방 플랫폼과 스마트카 운영시스템을 개발해 제공한다. 폭스콘은 첨단 모바일 단말기와 스마트카를 디자인하고 생산·제조한다.

바이두는 美에 연구소 설립

지난해 4월 텐센트는 중국 국영보험사인 인민보험공사, 정유회사인 셀 등과 함께 스마트카 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협약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디지털 지도 제작 업체인 쓰웨이투신과 함께 스마트카 솔루션인 ‘위드라이브’를 제작해 발표했다. 스마트카 전용 블랙박스 ‘루바오박스’도 출시했다. 루바오박스는 텐센트의 루바오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스마트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제공한다. 여기에 차량 운행 속도와 경로, 급가속, 급정지 등의 운행정보를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으며, 공기유입량과 배기가스 중 산소농도까지 측정해 데이터화 할 수 있는 기기다.

BAT를 필두로 IT기업의 스마트카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중국 특유의 ‘뛰어넘기 식’ 혁신을 통해 다양한 사업에서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과거 VHS를 생략하고 곧바로 DVD 시대를 열었고, 유선전화를 생략한 채 무선전화 시대로 진입했다. 스마트폰과 드론도 대표 사례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내연기관의 발전단계를 무시하고 곧바로 스마트카 분야로의 진입을 꿈꾸고 있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와 활발하게 교류하며 기술과 비즈니스 역량도 키워나가고 있다. 거기에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전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막강한 내수 시장도 갖췄다. 스마트카라는 신 영역에 뛰어든 중국 기업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BAT는 지금 스마트카 분야에서 퀀텀 점프(대도약)에 성공한 ‘제2의 샤오미’가 될 꿈에 부풀어 있다.

1291호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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