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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침 겪는 일본 게임 업계 - 과도한 개발비 광고료·경쟁에 몸살 

시총 1000억엔 신화’ 썼다가 거품론 휩싸인 ‘구미’ ... 상위 업체 독점구조 고착화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 번역=김다혜

▎일본 게임회사 구미(gumi)의 구니미쓰 히로나오 사장. 시가총액 1000억엔으로 화려하게 주식 시장에 데뷔했던 구미는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일본 게임회사 구미(gumi)의 결산 발표가 있었다. 경영 책임에 대한 질문에 구니미쓰 히로나오 사장은 “모바일 게임으로 세계를 제패해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선의 경영 책임”이라고 담담히 답했다. 지난해 12월 도쿄증권 1부에 데뷔한 구미는 이후 줄곧 시장의 화젯거리였다. 그러나 상장 후 불과 3개월 만인 3월 5일 13억엔 흑자였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4억엔 적자로 하향 수정했다. 동시에 30억엔 규모의 차입도 전격 발표했다.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했고, 주가는 2일 연속 하한가를 치며 1000엔대로 급락했다. 3주 후에는 100명 가량의 희망퇴직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한국 자회사 사원의 횡령사건도 드러났다. IPO(기업공개) 종목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감은 더해졌다. 이른바 ‘구미 쇼크’다.

공격적 투자로 확장 또 확장, 결과는 ‘글쎄’


다행히 구미는 결산 발표 2주 전 적자 예상을 다시 4억엔 흑자로 상향 수정했다. 매출의 약 70%를 점하는 모바일 게임 ‘브레이브 프론티어(이하 브레프로)’의 해외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고, 고정비 삭감이 순조로웠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 결산 결과도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다음 분기 전망은 다시 11억엔 적자 전환이다. 브레프로의 침체와 함께 해외 인건비 증가가 짐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시가총액 1000억엔으로 화려하게 상장하며 ‘벤처의 별’로 떠올랐던 구미가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애초에 구미의 실적은 상장 전부터 변동폭이 심했다. 구미는 2010년 갈라파고스 휴대폰(기존 폴더형)용 소셜 게임사업에 뛰어들며 ‘타도 징가(Zynga)’를 내걸고 사업을 확대했다. 징가는 당시 미국에서 각광을 받았던 PC용 소셜 게임회사다. 이에 대응하려 구미는 개발 인원을 크게 늘렸다. 2011년 5명이었던 직원 수는 1년 후 10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선행 투자로 복수의 개발 라인을 돌린 탓에 현금이 급속히 줄었다. 이 때문에 경영 위기를 인지한 재무 담당자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다행히도 ‘FIFA 월드클래스축구’가 히트를 했다. 위기를 모면한 구니미쓰 사장은 그 자금으로 공격적인 해외 진출에 착수했다. 2012년 한국·싱가포르·미국·중국·프랑스에 거점을 설립했다. 2013년 4월 직원 수는 635명으로 늘었고, 해외가 국내(일본)를 앞질렀다.

그러다 재차 위기가 찾아왔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주수익원인 소셜 게임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달리 인건비는 늘어 2013년 4월 분기 13억엔의 최종 적자를 내고, 국내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바로 그 때 구세주인 브레프로가 등장한다. 벼랑에 서 있던 2013년 7월, 구미가 출자한 엘림(2014년에 자회사화)이 출시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지금도 구미의 주력 상품이다. 해외 배급도 궤도에 올라 매출이 급속히 증가했다. 연이어 상장까지 성공하며 순조로운 성장 노선을 걷는 것처럼 보였으나 브레프로의 매출이 떨어지며 또 위기를 맞이했다. 구미 관계자는 “구니미쓰 사장은 실적 예상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적이 떨어져도 주저하지 말고 박차를 가하라는 것이 구니미쓰의 경영 스타일인데, 제동을 걸어 이를 제어할 만한 참모가 주변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구니미쓰 사장은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중국 푸단대에 입학했고, 이후 아시아·북남미·중남미 등 3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구미를 창업했다. 당초 갈라파고스 휴대폰 교류 사이트를 운영했으나 실적은 시원찮았다. 경영 위기가 닥쳤지만 ‘구니미쓰 사장은 매출이 제로인데도 7000만엔을 조달했다’고 2009년에 입사한 전 임원 호리우치 야스히로는 회상한다. 한 투자가는 ‘구니미쓰 사장은 크게 성공할 것만 같은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릇을 가진 인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게임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전개를 내다본 그의 경영 수완에 매력을 느낀 투자가들이 많다. 구미는 지난해 12월 상장 전까지 총액 127억엔을 조달했다. ‘그에게는 미래가 느껴진다. 정보 수집능력이 뛰어나며 이론과 행동력을 함께 갖춘 경영자’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책임 소재 불문명한 사내 분위기


그러나 그는 장래 비전을 그리는 경영자이지 조직을 원활하게 움직이는 실무자는 아니다. 상장 전 구니미쓰 사장은 외부에서 우수한 인재를 잇따라 끌어들였다. 그중에는 무슨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 채 입사한 관리직도 있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경영 수치에 관한 책임 소재가 애매해졌다’는 게 전 직원의 회상이다. 브레프로의 히트에 대해서도 ‘별도 회사인 엘림이 만든 것일 뿐 사내에선 머니게임(투기적인 투자나 자금 운영)과 정치가 만연해 있었다’라며 냉랭한 반응이다.

‘국내에서 히트 게임을 배출해 그것을 해외에 배급한다’. 현재 실적 회복을 꿈꾸는 구니미쓰 사장의 의욕은 대단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은 지난해 내놓은 ‘팬텀오브킬’이다. 더불어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이 무려 17개나 된다. 구니미쓰 사장은 ‘히트를 못 시킬 리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팬텀오브킬은 후지미디어홀딩스 산하의 벤처캐피털과 공동으로 개발한 게임이다. 수익을 절반으로 나누기 때문에 자사에서 단독 개발한 게임과 비교해 수익성이 높지 않다. 물론 해외 시장에서는 높은 성장을 기대할만하다. 현재 구미의 해외 직원 수는 약 900명 정도다. 해외 거점도 9개나 된다. 히트작이 나오면 틀림없이 그 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제일을 목표로 더욱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며 직면한 위기에 대해 조금도 불안한 기색이 없는 구니미쓰 사장이다. 그러나 상장기업이 된 지금, 실패했을 때 그 책임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현재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가챠(무작위 뽑기)’라고 불리는 아이템 과금으로 수익을 올린다. 게임 자체는 무료지만 유저가 게임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아이템을 유료로 구매하는 데 기대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에 6000엔 정도 하는 가정용 게임은 끝이 있지만 모바일 게임은 끝이 없다. 새로운 내용을 계속 추가할 수 있다. 수익을 계속 올리기 위해 게임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유저가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즐기도록 만드는 게 필수적이다. ‘버블&드래곤’의 경우 출시 후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이벤트나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는 등 운영에 노력을 기울여 유저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바일 게임이 대히트를 쳤을 때 그 수익은 가정용 게임과 차원이 다르다. 모바일 게임회사 겅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35억엔으로 닌텐도의 705억엔을 웃돈다. 믹시 역시 2013년 출시한 ‘몬스터 스트라이크’의 히트로 527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200배 증가한 수치다. 모든 게임회사가 일확천금을 노리고 게임 개발에 필사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히트하면 ‘일확천금’ 게임 하나당 개발비만 5억엔

하지만 근래 들어 시장 확대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2013년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5486억엔으로 전년 대비 78%나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13% 증가한 7462억엔, 내년에는 10% 증가한 8238억엔에 그칠 전망이다. 슬슬 한계가 보인다는 의미다. 더구나 모바일 게임 매출 랭킹을 보면 상위 10위가 1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유저는 돈을 지불한 게임을 오랫동안 계속하는 경향이 있다’(코로프라의 바바나루아쓰 사장). 이 때문에 한번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은 히트 게임은 운영 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면 오랜 기간 수익을 창출한다. 버블&드래곤이나 몬스터 스트라이크가 상징적이다.

게임 업계에 정통한 저널리스트 신 키요시는 “최근 개발비나 광고 선전비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신흥 게임회사가 히트작을 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플립폰 대상으로 제공했던 소셜 게임은 한 게임당 개발비가 3000만엔 정도였다. 그에 반해 모바일 게임 개발비는 현재 5억엔까지 상승했으며 개발 기간도 1년 이상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게임을 개발한 뒤에도 유저가 다운로드를 받게 하려면 대규모 광고가 필수적이다. TV 광고라도 내보내면 수억엔이 쉽게 나간다. 그러나 이렇게 자금을 쏟아 부어도 결과가 어떨지 예상할 수 없다. 다운로드를 많이 받더라도 실제로 유저가 얼마나 돈을 쓸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 변동성 역시 크다.

현재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은 겅호나 믹시처럼 히트작을 보유하고, 자금력이 있는 일부 회사의 독점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정용 게임 개발을 하는 중소기업으로부터 3000만엔 정도에 아이디어를 사들이는 모바일 게임 회사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번뜩이는 기획을 사들인 뒤 수억엔을 들여 외부 제작사에 맡긴다. 이렇게 외부 자원을 사용해 개발하는 게임 수를 늘리고, 히트 확률을 높이려는 의도다. 자금적인 여유가 없으면 불가능한 전략이다.

이를 기회로 삼는 기업도 등장했다. 구라타 나오키 마이네트 사업개발실장은 “모바일 게임의 세컨더리 마켓(타이틀을 매수해 운영하는 비즈니스)은 수년 후 1000억엔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봄부터 타사 게임 타이틀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초에는 배급이 1년 이상 지난 3000만~5000만엔(월 매출 기준)짜리 게임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1억엔이 넘는 게임도 사들였다. 타사가 이미 개발한 게임을 매입해, 여유 비용을 광고선전이나 운영비로 돌리고 착실하게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마이네트는 현재 12개 게임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 2~3년 후면 한계점인데…

게임 애널리스트인 히라바야시 히사카즈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 “과열기를 거쳐 안정기에 들어선 단계로 사양길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덧붙여 경종도 울렸다. “지금의 모바일 게임은 공익성이 없다.” 랜덤 시스템은 좋든 싫든 유저의 사행심을 조장하게 된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의 과금률은 10% 전후다. 즉 일부 열광적인 유저가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는 얘기다.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룬 모바일 게임시장. 그러나 스마트폰의 보급이 어느 정도 진행됐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2~3년 후에는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그 속에서 매력적인 게임을 얼마나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일본 모바일 게임 업계는 지금 난관에 봉착했다.

-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 번역=김다혜

1294호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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