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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치열해지는 ‘페이대전(大戰)’] 간편결제 시장 잡는 자 미래를 얻는다 

글로벌 ICT 톱10 기업 중 9곳 진출 ... 오프라인으로 시장 커지고 금융사·유통기업도 ‘~페이’ 경쟁 

‘3초(秒) 결제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언제 어디서나 보다 쉽고 빠르게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페이(Pay)’라는 브랜드를 들고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이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하고 남는다. 애플·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상위 10곳(시가총액 기준) 중 9곳이 이미 진출을 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네이버·다음카카오·신세계·LG유플러스를 비롯해 이동통신사·금융사·온라인 쇼핑몰·유통기업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양한 업종이 한 곳을 바라보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왜일까? 어떤 노다지가 숨어 있는 것일까? 간편결제 시장 최신 동향과 의미, 한계를 알아봤다.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인 국내외 ‘페이 서비스’를 비교하고, 증시 수혜주도 취재했다.

삼성전자의 야심작 ‘삼성페이’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올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에서 스펙을 공개한 지 4개월 만에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7월 15일부터 한 달간의 베타서비스 기간을 거쳐, 올 9월 한국과 유럽·미국·중국에서 본격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페이는 신용카드 없이 스마트폰으로 오프라인에서 간편하게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삼성전자가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기 하루 전인 7월 14일 애플은 영국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갖고 있는 영국 소비자는 이날부터 런던 지하철은 물론 각종 매장과 카페 등 25만 곳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은 중국 시장 진출도 타진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금융사들과 애플페이 서비스를 위한 비공개 회동을 갖는 등 한국 시장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 5월 말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안드로이드페이’를 전격 공개한 구글은 이르면 올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80%를 장악한 구글은 안드로이드페이를 차기 OS인 안드로이드M에 기본 탑재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말에는 한국에서 전자지불결제대행업(Payment Gateway, PG) 사업자 인가를 받았다. 안드로이드페이 사업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중국 결제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연간 결제 거래액이 700조원이 넘는 ‘알리페이’도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도 그중 하나다. 지난 5월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한국형 알리페이(코리안페이)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후, 알리페이는 국내 파트너사를 물색 중이다.

간편하고 편리한 결제를 앞세운 ‘~페이’ 서비스 출시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 페이팔이나 국내 KG이니시스 등 전문 PG업체들이 해오던 비즈니스에 글로벌 ICT 기업은 물론 업종을 망라한 국내외 주요 기업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특히 온라인과 모바일에 한정됐던 간편결제 시장이 오프라인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 선점을 놓고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간편결제는 온라인·모바일 쇼핑몰에서 공인인증서나 카드번호 없이 손쉽게 결제하거나, 오프라인에서 근거리무선통신(NFC)·마그네틱 리더기에 스마트폰을 갖다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서비스다. 흔히 ‘3초 결제’로 불린다. 지갑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빠르고 간편하게 물건을 사고 송금을 할 수 있다. 간편결제는 신용카드와 스마트폰의 융합 서비스로, 기술이 주도해 만드는 시장(Tech Push)이라기보다는 소비자의 수요와 열망이 만들어낸 시장(Market Pull)이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이유다.

결제방식의 패러다임 지각변동

열기는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올 5월 말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0위 안에 드는 ICT 기업 중 오라클을 제외한 9곳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차이나모바일·페이스북·버라이즌·알리바바·텐센트·삼성전자 등 쟁쟁한 기업들이다. 7월 20일 기준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 시가총액 1~6위 기업도 모두 간편결제 서비스에 나섰다. 국내 시장도 뜨겁다. 2013년 8월 LG유플러스가 페이나우를 출시할 때만해도 잠잠했던 시장은 이른바 ‘천송이 코트’ 논란으로 지난해 7월 정부가 공인인증서 및 액티브X 의무 사용을 폐지한 후 각종 ‘페이 서비스’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9월 다음카카오가 LG CNS와 손잡고 ‘카카오페이’를 선보였고, 올 6월 말에는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네이버 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통가에선 신세계그룹이 ‘SSG페이’ 서비스를 7월 23일 시작했다. 롯데·현대백화점도 연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이동통신 업계와 온라인쇼핑몰·오픈마켓·홈쇼핑·메신저·게임 업계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에 의거해 전자지급결제대행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등록 PG사는 59 곳에 달한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기존 결제방식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으로 본다. 또한 주요 기업들이 간편결제로 얻는 이익 그 자체보다는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시장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간편결제 시장이 핀테크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시장으로 이어지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서비스, 그리고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페이 대전’의 승자가 미래를 얻을 것이란 얘기다.

- 김태윤 기자 kim.taeyun@joins.com

1296호 (20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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