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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부진한 브랜드·모델은] 아슬란·SM7·아베오 헛물만… 

가격대·세그먼트별 수요 예측 실패 ... 스포티지R·K3·제타 등도 실망 


▎현대차 아슬란, 르노삼성 SM7, 한국GM 아베오(왼쪽부터) 등은 각 기업의 기대와는 달리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게 마련이다. 올 상반기 현대차 쏘나타·그랜저, BMW 5시리즈, 폴크스바겐 골프 등 전통의 강자들에 대한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군소 모델들은 관심에서 멀어지며 약세를 보였다. 현대차 아슬란, 기아차 스포티지, 한국GM 아베오, 르노삼성 SM7 등이 대표적이다. 제조사들은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서며 이들 모델 띄우기에 나섰으나, 소비자들의 외면 을 받았다. 수입차라고 모두 잘나가는 것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뉴 C클래스, 폴크스바겐 제타 등 일부 차종은 판매량 감소로 고민 중이다.

그랜저는 잘나가는데 아슬란은…


현대차의 경우 4000만~5000만원대 차량 수요 증가를 겨냥해 출시한 아슬란의 부진에 속이 쓰린다. 아슬란은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올 6월까지 9개월 동안 판매 대수가 7781대에 그쳤다. 월 판매량이 1000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과 올 1·2월 등 세 차례에 불과했다. 지난 5월에는 504대를 파는 데 만족해야 했다. 현대차는 아슬란의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TV 광고 등 전방위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분위기를 돌려놓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연 1만대 판매도 어려워 보인다. 그랜저는 올 상반기에만 3만6398대나 팔렸다. 통상 현대차의 신모델 연구·개발(R&D) 비용이 3000억~5000억원이라고 봤을 때, 아슬란은 아직 R&D 비용조차 뽑지 못한 상황이다.

프로젝트명 AG로 알려진 아슬란은 그랜저와 플랫폼·엔진은 물론 시트 등 내외장재까지 공유한다는 점에서 출시 때부터 말이 많았다. 차량 만족도나 완성도가 아무리 높아도 하위 모델인 그랜저와 큰 차별성이 없다는 점이 감점 요인이었다. 더구나 두 모델의 가격도 1000만원 가까이 차이 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아슬란을 선택할 이유가 부족했다. 현대차의 판단처럼 지난 4~5년 전부터 4000만~5000만원대 수입 차량의 판매가 늘었고, 준대형 차종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지만 아슬란의 판매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상위 모델인 제네시스의 판매량은 지난해 하반기 1만6331대에서 올 상반기 1만8560대로 10% 이상 늘었다. 내년에 새 모델이 나올 예정인 에쿠스도 전기 대비 소폭 늘어난 3474대의 판매량을 보였다. 현대차는 과거에도 마르샤·다이너스티 등 틈새시장을 노렸다가 쓴 맛을 본 사례가 있다. 이에 현대차는 6월부터 아슬란의 가격을 최고 800만원 할인하는 등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최대 할인을 적용하면 그랜저와 가격이 비슷해지기 때문에 현대차로서는 크게 득이 될 것이 없다.

기아차는 주력 차종인 스포티지와 K3의 판매 부진으로 고민 중이다. 스포티지R은 올 상반기 1만7234대가 팔렸다. K3는 2만209대의 판매량을 자랑했다. 이들 모델의 판매량 자체는 높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각각 26.83%, 19.56% 급감했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풀체인지 모델 출시를 앞둔 탓도 있겠으나, 국산차에서 2000만~3000만원대 중형 모델이 강세를 보이며 실수요층을 뺏긴 영향이 크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형 쏘나타 출시 등 중형 세그먼트 차량이 늘고, CUV·박스카가 인기를 끌면서 경쟁 차종이 많아졌다”며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판매량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2~3년 전부터 라인업 강화에 나선 한국GM은 자사의 글로벌 베스트 셀링카인 아베오 판매에 고전하고 있다. 아베오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전기 대비 34.53%, 전년 동기 대비 44.6% 급감한 1350대. 월간 판매량은 200대 남짓에 그쳤다. 아베오는 미국과 유럽·호주 등지에서 가장 안전한 차로 선정되는 등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다. 한국은 중소형 모델의 경쟁이 치열한데다, 해치백의 인기가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비인기차량이다 보니 순정 부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억누른다.

벤츠 뉴 C클래스, 준중형 시장 장악은 언제


르노삼성의 경우 SM7과 SM3의 판매 부진이 눈에 띈다. 지난해 SM3와 QM5에는 네오(neo), SM5·SM7에는 노바(nova)라는 새 브랜드를 내놓으며 변화를 꾀했으나,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M3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7956대에 그치며 전기 대비 2000대 가량 줄었다. SM7도 지난해 말까지 반짝 판매 호조를 보이다 올 들어 꾸준히 감소해 지난 6월에는 271대로 월 판매량이 줄어든 상태다. 소비자들은 안개등 등 일부 사양만 바뀌었다며 새 브랜드에 만족감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입차 업체의 경우도 판매량이 크게 늘고는 있다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 일부 인기 모델들이 시장의 수요를 폭풍처럼 빨아들이며, 경쟁 차종은 물론 하위 세그먼트 차량들의 판매량도 영향을 받고 있다. 벤츠의 경우 지난해 7월 출시한 뉴 C클래스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뉴 C클래스는 올 상반기 2854대 (C200·C220·C250)가 팔렸다. 물론 낮은 판매량은 아니다. 경쟁 차종인 아우디 A4(2254대)보다도 600대나 많이 팔렸다. 그러나 출시 당시 ‘미니 S클래스’라 불리며 많은 기대감을 모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한 성적이다. 뉴 C클래스는 스포츠 세단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강한 골격과 기초 체력을 자랑한다. 벤츠는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BMW가 장악하고 있는 중소형 시장을 차지하는 한편, 연 3만대(벤츠 전체) 판매량 달성을 자신했다. 그러나 현재 성적표만 보면 뉴 C 클래스는 BMW 3시리즈(5771대)의 절반에 불과하며, 벤츠 최상위 세그먼트인 S 클래스 판매량(6073대, 마이바흐 제외)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제타도 실망감을 안겨준 차종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하반기 제타의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고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섰으나, 상반기 판매량은 1755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2390대)에 비해 26.57% 급감했다. 제타의 가격은 3000만원대 준중형차로 실용성과 디자인을 두루 갖춘 차로 평가 받는다. 다만, 비슷한 가격대에 도요타 캠리(3390만원), 혼다 어코드(3470만원), 닛산 알티마(3330만원) 등 상위 세그먼트의 일제 차량이 몰려 있어 경쟁력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새 모델이 출시된 캠리의 경우 전기(851대)보다 426대 많은 1277대의 상반기 판매량을 보였다.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1295호 (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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