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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 기자의 글로컬 컴퍼니 | 로크웰 오토메이션 코리아] 산업 자동화의 미래를 그리다 

스마트 팩토리에 이어 컨넥티드 엔터프라이즈 구현 ...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건설에 참여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글로벌 기업의 해외 현지 지사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자사의 제품·서비스를 현지에 내놓는 한편, 현지에서 다시 해외로 진출하는 발판이 된다. 글로벌(Global)과 지역(Local)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른바 ‘글로컬(Global+ Local)형 회사’다. 한국에도 이런 기업이 많다. 국경이 없는 비즈니스 시대에 적합한 형태다. 글로컬 컴퍼니를 이끄는 CEO로부터 한국 시장에서의 역할과 위치, 세계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듣는다.

▎사진:지미연 기자
다시 제조업이 주목받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제조업에서 벗어나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사회에 폭풍처럼 번졌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제조업이 한계에 달했으니 공장 설비보다 인적 자원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상반된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의 생산기반이 되는 제조업으로 다시돌아와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런 주장은 해외에서 먼저 나왔다. 2013년 독일 정부는 제조업 혁신을 위해 ‘인더스트리 4.0’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제조업 중심주의를 재천명했다. 미국도 ‘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 2.0’을 내세워 산업계 중심의 제조업 부흥에 힘을 실었다. 그와 가장 비슷한 이야기가 지난 3월 19일 한국에서도 제기됐다. 대통령에게 보고된 제조업 혁신에 관한 의제를 통해서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실천계획까지 포함됐다.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첨단기술을 제조 현장 및 생산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혁신 3.0 를 잇는 ‘제조업 혁신 3.0’이라는 이름으로 ‘커넥티드 스마트 팩토리’ 정책을 주도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업해 범정부적인 제조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실증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기업과 접촉 중이다. 전자·디스플레이·기계·섬유 등 8개 업종에서 올해까지 700~900개 스마트 공장을 짓고, 2020년까지 1만개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구현할 계획이다. 대기업들도 새로 투자하는 공장에 이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 방법론을 논의 중이다. 수십년 만에 제조업 전반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혁신방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제조업 혁신 의제는 현대 제조업의 핵심 중 하나인 공장 및 산업 자동화 전문 기업 로크웰오토메이션(Rockwell Automation, 이하 로크웰)이 제안한 개념에서 시작됐다.

로크웰은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를 개발해 공장 자동화의 기초를 마련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PLC를 통해 이산제어·프로세서·모션·모터제어 등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지는 각각의 공작기계를 인간이 일일이 조율하고 진행 과정을 살펴야했다. 하지만 PLC가 적용되면서 각각의 공작기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실질적인 의미의 공장 자동화를 실현한 것이다. 기계간 네크워크뿐 아니라, 생산되는 전 과정을 한 눈에 확인해 이력관리·자산관리까지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이 때문에 로크웰은 산업공학이나 기계공학 분야에선 공장 자동화의 수준을 이끌어온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산업 자동화의 기본, PLC 창안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 있는 로크웰 오토메이션 글로벌 본사. / 사진:로크웰 오토메이션 코리아 제공
공장 자동화 분야는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두 회사가 양분하고 있다. 유럽-지멘스와 아메리카-로크웰로 구분된다. 로크웰의 시장점유율은 북미 65~70%, 남미 45% 이상이다. 로크웰은 1903년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 지역에서 시작된 전 세계 제조고객 및 장비제조사를 위한 공장 자동화와 정보 솔루션 기업이다. 현재 80여개국 450개 지역에 2만3000여명이 진출해 있으며 연 7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산업자동화 분야 중 글로벌 최대 규모다. 글로벌 제휴 파트너는 시스코·마이크로소프트 등이다. 계장기기는 엔드리스하우저 등과, 물리적인 부분은 팬듀이트와 함께 한다. 아시아·태평양에서 70여개 회사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글로벌 본사는 500개 이상 회사와의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자동화 관련 업계는 유럽계 지멘스가 북미 쪽으로, 로크웰이 유럽 쪽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한국에는 1985년 진출했다. 서울과 대구, 광주, 부산에서 145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대전 소재 대덕대학 내에 기술교육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한국에 파트너사는 60여개에 달한다. 로크웰은 2002년 삼성전자 자동화 공정 사업 부문을 인수해 국내 고객을 위한 비즈니스및 제품 개발 등에 투자를 해왔다.

로크웰 코리아의 연평균 성장률은 10~1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높은 성장률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시장이 확대돼서만은 아니다. 제조업 전반에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로크웰의 담당 범위가 늘어난 덕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세계 자동화 시장 성장률은 4%대다. 하지만 로크웰은 15%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경쟁사의 2배 이상으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로크웰 오토메이션 코리아의 최선남 사장은 “제품의 성능을 강화한 것이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시장에서 새 먹거리 찾아


로크웰 코리아는 한국 내 공장 및 제조에 주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대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설치할 때 파트너로 참여한다. 로크웰 코리아 물량의 60%가 한국 수주 해외 공장에 쓰이고 있다. 여러 자동화 회사가 공업지대 등에 대리점을 90여개나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로크웰은 전국에 단 4개 대리점만 가지고 있다. 이는 로크웰 제품과 기술에 특화된 전문화된 채널을 키우기 위한 로크웰의 노력의 결과다. 각 대리점의 규모는 400억원 정도로 큰 편이다. 로크웰 코리아의 성장률은 아시아·태평양 지사 중 최고 수준이다.

로크웰은 공장 설비를 기획할 때부터 파트너와 함께 한다. 공장 디자인을 시작해 각종 제어기기를 설계하고 필요한 기기를 모아서 구성한 뒤 프로그래밍·시운전까지 해서 공장 키를 넘겨준다. 쉽게 말해 제조 공장을 만들어주는 회사다. 최근엔 각종 건설사의 해외 수주 자동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조선 3사의 원유시추선 원유 생산과 저장 등 주로 시추와 관련된 오프쇼어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로크웰에 따르면, 세계 제조업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인구 증가, 중산층 증가 등으로 수요가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크웰이 판단하는 제조업 수요 증가폭이 크게 확대되는 기은준 ‘7000 만명의 인구가 중산층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산층 소비가 8조 달러 수준에 오르고, 산업생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물 소비가 30% 늘고, 차량 수는 100%, 철도는 80% 각각 늘어나 제조업의 르네상스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로크웰 내부의 시장분석에 따른 전망이다. 최 사장은 “한국은 현재 제조업 수요가 확대되는 구간에 들어있는데,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며 “공장이 준비돼 있고 스마트화돼어 있어야 수요 팽창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팩토리 위해 자사 표준까지 포기


▎로크웰의 글로벌 스마트 팩토리 개념도. / 사진:로크웰 오토메이션 코리아 제공
로크웰은 1997년부터 제조 현장 내 제어기기 간의 통합성을 주창해왔다. 여러 공장이 각기 다른 제품을 생산하지만 공장을 구성하고 있는 자동화 기기들이 정보를 수월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로크웰은 PLC를 ‘제어장치’가 아니라 ‘정보기기’로 보고 있다. PLC를 통해 생산 정보를 각각의 기기에 넘겨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상위 기업 시스템에서는 공장의 어느 부분에서 얼마만큼의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런 통합된 제어 및 정보, OT(제조운영기술)와 IT(정보기술) 간의 융합을 한국의 주요 대기업은 몇 년 전부터 채택, 스마트화된 공장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로크웰은 스마트 팩토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0년부터 주창하고 있는 스마트 제조 비전인 컨넥티드 엔터프라이즈를 실제 제조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컨넥티드 엔터프라이즈는 스마트 팩토리를 중심으로 유통센터-고객-스마트그리드-공급망이 하나로 연결·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비즈니스 최적화를 실현할 수 있다. 제조부터 유통까지 하나로 이어 재고 ‘0’의 상태를 실현하는 것이다.

본래 자동화 분야 기업은 어떤 표준을 쓸 것인가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갈린다. 특히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쓰는 각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코드에 따라 시장이 크게 변할 수도 있다. 북미 시장에서 거의 독점적인 점유율을 가진 로크웰은 스마트 팩토리를 제안하면서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모험을 감행했다. 개방형 산업표준을 선택한 것이다. 산업 자동화에 특화된 각종 표준을 과감히 버리고 시스코·마이크로소프트 등 IT기업이 사용하는 IT친화적인 산업용 네트워크 표준을 받아들였다. 이를 바로 이더넷(EtherNet/IP)이라고 한다. 전 세계 거의 대부분의 IT업계가 이더넷으로 네트워크를 연결한다. 하지만 그 전까지 각각의 공장은 공장을 만든 회사에서 개발한 네크워크 표준을 쓰고 있었다. 이더넷만 쓰는 IT업체는 각기 다른 통신 코드를 알 수 없어 공장 자동화에 참여할 수 없었다. 로크웰은 2005년부터 공장 표준을 개방형으로 변경해 모든 제어·네트워크 부품을 이더넷을 기반으로 변경했다.

사실 로크웰 입장에선 이런 표준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표준을 받아들이면 배타적인 이익을 포기해야 했다. 많은 공장이 로크웰의 기술로 설립돼 있었기 때문이다. 로크웰이 표준을 변경하지 않으면 기존 로크웰의 파트너이던 세계 각지의 글로벌 기업은 여러 공장간의 연속성을 위해 계속 로크웰에 공장 운영을 의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로크웰은 그런 독점도 미련 없이 포기했다. 최 사장은 “표준화로 독점하지 않는 것이 향후 더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라며 “미래 공장 자동화에 IT제품이 더 많이 쓰이게 되고 정보 네트워크가 훨씬 더 요긴해질 것으로 봤기 때문에 기존 이익을 포기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 커넥티드 엔터프라이즈(Connected Enterprise) : 기업과 기업을 둘러싼 모든 공급망이 하나로 연결·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비즈니스의 최적화를 이룰 수 있는 이상적인 기업. 제조 전반과 기업 시스템이 끊김없이 연결돼 마치 하나처럼 운영될 수 있는 기업이다. 제조업에 사물인터넷을 적용해 사람·프로세스를 포함한 기업 자산과 공급망, 고객까지 기업 인프라와 연결·융합해 스마트 팩토리 이상의 스마트 제조와 혁신을 가져온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1297호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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