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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성장 둔화 논란] 중국發 위기? 세계 경제에 기회? 

제조→소비로 구조 바뀌면 새로운 수요 창출원 … 부채 위기 가능성은 예의주시 

빌 파웰 뉴스위크 기자

▎올해 상반기 중국의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했다. / 사진:뉴시스
중국은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위안화가 달러처럼 ‘준비통화’가 되기를 원한다. 국제무역의 결제수단이 되고 외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으로 비축하는 통화를 말한다. 그 목적을 위해 중국은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에 편입시키려 한다. SDR은 회원국이 IMF로 부터 자금을 인출할 때 사용하는 기준통화로 IMF가 그리스 등 경제위기 국가에 구제금융을 집행할 때 ‘국제 준비자산’으로 사용된다. SDR 바스켓에 포함되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 반열에 올라 세계 경제의 ‘엘리트’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IMF는 올 여름 위안화가 좀 더 시장의 힘을 따를 필요가 있다며 그 제안을 거부했다.

위안화의 평가절하 전 환율은 1달러에 약 6.2위안이었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는 그 정도라면 위안화가 약간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3% 평가절하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위안화를 좀 더 자유롭게 변동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일종의 조정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자 중국은 당황했다. 어느 정도는 중국의 잘못이기도 하다. 중국과 세계 주요 도시(특히 미국 워싱턴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금융회사 사이에서 소통이 부족했다.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미숙함과 오만함이 합쳐진 결과였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경제 둔화 위기 증폭

위안화 평가절하가 충격파를 던진 직후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최근의 미국 증시 조정 국면도 부분적으론 그런 영향이 미친 결과다.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체제가 확립된 이래 중국 정부는 투자·수출 주도의 성장에서 소비·내수 주도의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계획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 공산당도 ‘시장의 힘이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인프라를 건설하는 국영기업의 대규모 융자로 중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중국 경제가 ‘재균형’ 국면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가 인정하듯 경제 구조의 재균형은 연간 성장률의 하락을 불러온다. 중국의 올해 성장 목표는 7%로 과거 10%였던 시절보다 상당히 낮다. 하지만 그 정도도 어려울지 모른다. 경제 역사를 보면 중국 같은 경제대국이 성장 모델을 수정하면 상당한 고통이 따랐다. 1960년대의 브라질, 더 최근엔 한국과 일본이 그런 고통스런 과정을 겪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경제학자 마이클 페티스는 경제 구조의 재균형이 관료들의 예상 보다 더 오래 걸리고 고통스럽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세계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어느 정도는 이해할 만하다. 중국의 경제 관리자들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경제를 안정시키면서 ‘마술을 부리는 능력’을 가졌다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들이 실제로 가진 것은 그런 능력이 아니라 경제에 풀어놓을 수 있는 풍족한 자금과 인프라 건설에 따른 풍부한 일자리였다.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완전한 소비자 주도 경제로 전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했다. 올해도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소비의 성장이 제조·건설 부문보다 더 클 것이다. 개인소득도 거의 10%씩 증가한다.

그렇다면 중국의 주가가 추락하는 이유는 뭘까? 부분적으론 지난해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A주(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주식 중 내국인과 허가를 받은 해외 투자자만 거래를 할 수 있는 주식)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전년 대비 96%나 오른 상태였다.

중국의 주식 시장은 투기의 온상이다. 따라서 주가가 경제의 방향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 투신사 매튜스 아시아의 투자 전략가 앤디 로스먼에 따르면 중국 도시 인구의 7%만이 주식을 소유하며 그중 69%는 1만5000달러 이하의 소액 투자자다. 다시 말해 중국 주가가 폭락한다고 중국이 망한다고 추론하는 건 잘못이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인해 미국 주가가 폭락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과연 투자자들이 우려할 만한 상황인가? 물론 어느 정도는 그렇다. 기업의 CEO는 직선적인 분석을 좋아한다. 21세기 첫 10년 동안 중국 경제에서 그 직선은 계속 위를 향했다. 중국은 모든 상품의 세계 최대 시장이 되며 고공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에 따라 미국의 대기업도 중국 사업에 ‘묻지마’ 식으로 투자했다. 특히 산업 인프라 부문의 투자가 과도했다. 필자의 한 친구는 미국 대기업 2곳에서 이사로 활동한다. 그는 올해 중국에서 판매 성장률이 4∼6%라고 말했다. 그 정도도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그들이 8∼10% 성장을 기대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두 회사는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 주가의 반응 중 일부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과잉반응이 문제였다. 지난 8월 24일 애플의 CEO 팀 쿡은 이례적으로 CNBC 방송의 투자전문가 짐 크레이머에게 e메일을 보내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예상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애플의 주가 급락을 막으려는 의도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아무튼 중국에서 아이폰이 잘 팔리는 이유가 뭘까? 중국의 도시 소비자는 돈이 있고 여전히 왕성한 소비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조만간 크게 바뀌진 않는다.

중국과 중국 경제에 관해 기억해야 할 다른 2가지 중요한 사안이 있다. 첫째, 거시적인 둔화가 글로벌 기업의 수익을 해치진 않지만 투자·수출 주도 경제에서 소비 주도 경제로의 전환은 세계 경제에 이롭다는 것이다. 뉴욕 소재 실버크레스트 에셋 매니지먼트의 패트릭 쇼바넥 전무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중국이 세계 성장의 견인차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계속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세계 다른 나라의 성장을 저해했다. 이제 중국은 고통스런 경제 조정에 직면해 소비 진작 정책을 채택했다. 그로써 중국은 세계에 절실했던 수요의 창출원으로서 진정한 세계 경제의 성장 견인차가 될 수 있다.”

옳은 지적이다. 지난 8월 25일 중국 인민은행은 증시와 경기를 부양할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 인하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5번째 인하 조치다. 오는 9월 6일부터 지급준비율도 현재 18.5%에서 18%로 0.50%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경제에 돈을 풀어 소비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GDP의 280%인 부채 문제가 뇌관 될 수도

다른 한가지 중요한 사안은 중국의 가장 어두운 구름이 부채라는 사실이다. 2008년 GDP의 약 85%에서 현재 약 280%로 늘었다. 대부분 국영기업이나 지방정부의 금융회사, 부동산개발업체가 안고 있는 부채다.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대규모 가계신용 증가를 다시 이끌어낼 기회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중국이 예상치 않은 부채 위기를 피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림자금융 부문의 대규모 채무불이행이나 예금인출 사태가 얼마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이 느려지고 부채 조달이 더욱 둔화되면 GDP 대비 부채 비율도 줄어들 것이다. 성장 속도를 늦추고 부채를 억제하는 시스템의 확립이 중국으로선 최선의 시나리오다. 10% 성장을 지속하던 시절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된다고 반드시 위기가 닥치진 않는다. 오히려 중국과 세계에 바람직한 일이다.

- 빌 파웰 뉴스위크 기자 / 번역=이원기

1302호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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