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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평가절하 그 후] 한국 기업 위안화 결제 늘릴 만 

중국 기업에 환전수수료 절감, 환 리스크 억제 효과 제공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 부본부장

▎위안화 평가절하 후폭풍에 국내 기업도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8월 11일~13일 3일 연속 위안화의 달러 기준 환율을 전일 대비 각각 1.86%, 1.62%, 1.1% 올리면서 전격적인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8월 10일 6.116위안에서 13일에는 6.401위안으로 치솟았다. 기간 중 평가절하 폭은 4.66%에 달하며, 위안화 가치는 최근 3년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위안화를 평가절하시킨 가장 큰 이유는 수출 확대 및 내수경기 회복이다.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대외 수출경쟁력을 위안화 절하를 통해 만회코자 함이다. 요즘 중국의 대외수출 부진이 심상찮다. 7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3% 감소했다. 6월 들어 2.8% 반짝 증가했지만 7월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수출 경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1~7월 누계 수출증가율 또한 지난해 동기 대비 0.6% 떨어졌다. 정부가 내놓은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조치에도 내수경기 또한 살아나지 않자 마지막으로 환율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중국 수출경쟁력 약화


두 번째 목적은 주요 화폐 대비 위안화의 상대적 평가절상에 대한 대응이다. 지난 2~3년간 위안화 가치는 다른 아시아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연초 대비 8월 초 기준 위안화 대비 원화는 10%, 엔화와 달러화는 18% 정도 절하됐다. 2012년 이후 교역가중치와 물가를 감안한 실질실효환율은 위안화가 21%로 가장 많이 절상되었으며, 원화는 16% 절상, 엔화는 34%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 링깃(RM)화 역시 지난 아시아 외환위기 이래 처음으로 달러 대비 4링깃을 넘겼다.

일각에서는 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위안화를 편입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미 달러화,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로 구성된 SDR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축통화에 걸맞은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 중국이 적극 추진 중인 위안화 국제화라는 플랜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SDR 편입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환율 조정도 실제로는 수출 증진보다 SDR 편입이 더욱 큰 목적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 공식 입장도 이를 뒷받침한다. 8월 13일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위안화 환율 조정과 수출 촉진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환율 조정을 통해 수출을 촉진할 필요는 없으며, 무엇보다 이번 환율 조정은 효율적인 환율 시스템의 시장화 시스템 도입을 통한 조속한 자본태환화 조치의 일환”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IMF 또한 이번 위안화 환율 조정과 관련해 “세계 금융 시장이 빠르게 통합되고 시장의 역할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으로서는 환율 유연성을 키우는 문제가 중요하다”며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8월 20일 IMF가 현행 SDR 바스켓을 내년 9월 30일까지 유지하기로 결의하면서, 중국 정부가 그토록 고대하던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은 최소 1년은 미뤄지고 말았다.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가 한국 기업에 주는 영향은 복잡 다기하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의류·섬유·신발·식음료 업종을 중심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중국 노동집약적 제품의 수출가격 인하 효과에 따라 세계 시장에선 경합 중인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 및 채산성 악화가 예상된다.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라 한국으로의 여행객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쇼핑계의 큰 손으로 떠오르는 중국 ‘유커’들은 한국 화장품, 생활 가전, 고급 소비재 구입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지만 이제는 지갑만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중국 경제 둔화와 위안화 가치 하락이 더해질 경우 한국 금융 시장에서 외국 자본의 급속한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내 현지 생산 비중과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크다는 점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만여개 이상에 달하는 한국 기업의 현지 생산기지가 중국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하가 내수 진작 및 수출 증대를 견인할 경우 진출 기업이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 2013년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에 있어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3.2%로 추산되는데, 중국의 대외수출 증가는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를 보는 현지 바이어들은 관망세를 취한다. 위안화 평가절하에도 한국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바이어들은 영향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측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다수이다. 또한 위안화 평가절하와 동시에 원화의 평가절하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질적 환차는 크지 않은 편이라며 중장기적인 추세 관찰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위안화 환율 변동폭이 과거보다 확대되고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환헤지 차원에서 무역거래에 위안화 결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09년 4월부터 중국이 위안화를 통한 무역결제를 허용한 이후 위안화 결제 비중이 연간 30%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위안화 결제액은 5조9000억 위안으로 2011년 1조6000억 위안에 비해 3.7배나 늘어났다. 전체 중국 무역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9%에서 22.3%로 뛰어올랐다. 특히 지난해 들어 위안화 결제 비중이 전년보다 10.7% 높아지는 등 기업 이용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국제결제에서 엔화 비중도 추월할 전망

2013년 1월만 해도 위안화의 국제결제 통화 비중은 0.63%에 불과하고, 순위도 13위에 그쳤다. 그러나 2년이 채 안된 지난해 11월 위안화는 캐나다 달러와 호주 달러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결제통화 순위에서 5위에 진입했으며, 조만간 일본 엔화도 추월할 전망이다. 위안화로 무역결제를 진행할 경우 중국 기업은 환전 수수료 절감 및 환리스크 감소 등의 장점이 있다.

대외적으로 위안화 무역결제는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기업의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은 2%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11월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되면서 국내에서 원화를 위안화로 직접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위안화 결제는 중국 바이어에게 환전수수료를 절감해주고 환율변동 리스크를 제거해 안정적인 교역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중국 내 자회사가 있다면 환전수수료 절감 등의 이점을 한국 본사가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본사와 지사 간 무역거래와 투자자금을 위안화로 송금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 부본부장

1301호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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