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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르는 영농 바이오 비즈니스] GM(유전자변형) 작물이 끌고 미생물이 민다 

사실상 독점 체제 갖춘 몬산토의 위력 ... 비GM 기술에 투자하는 일본 기업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미국 일리노이주 로드니 실링 씨의 옥수수 농장. 대부분의 옥수수는 GM 종자를 사용한다. / 사진:동양경제
인구 증가나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미래 식량위기가 예견된 지 오래다.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의 한정된 농지에서 얼마나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종자 개발부터 바이오 테크놀로지까지 신기술 이용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식량, 사료 수요가 많은 옥수수나 콩은 세계 최대 생산지인 미국이나 남미에서 유전자변형(GM) 기술을 이용한 종자 사용이 늘고 있다. 그 기술로 세계 최고를 유지하는 곳이 바로 미국의 몬산토다. 몬산토는 GM 농작물을 통한 수확량 증가로 농업 종사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반면, 안전성과 폐쇄적 경영 방식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한다.

아직 일본에서는 ‘GM’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는 소비자나 식품 제조사가 많다. 일본 정부나 국제 기관의 안전 보증을 받은 작물이라도 GM 작물 재배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수입은 다르다. 옥수수의 경우 일본이 연간 1500만t을 수입하고 있는데, 그중 80~90%는 미국에서 조달한다. 1500만t 중 1100만t은 가축 사료로 사용되는데 그중 95%가 GM 사료다. 전분이나 식품 원재료 등에 사용되는 400만t 중 60%도 GM 작물로 추정된다. 시판되는 상품이 아닌 원재료나 사료용이라고는 하나, 따지고 보면 GM 작물은 이미 일본 식생활에 널리 퍼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농약까지 데이터화’ 속도 내는 정밀농업


바이오 테크놀로지는 GM에 그치지 않는다. 종자 개발뿐 아니라 미생물을 이용해 토양을 개량하는 등 수확량 향상과 연결되는 모든 기술을 다룬다. 기상이나 토양 정보를 수집하고, IT를 이용해 어디에 무엇을 언제 심는 것이 가장 좋을지 최적화하는 복합적인 영농기술(정밀농업)도 미국에선 보편화 단계에 진입했다. 그 선두에 선 것이 바로 몬산토다.

미국 중서부 세인트루이스에서 차로 1시간 정도를 달려 일리노이주 로드니 실링의 농장에 다다랐다. 그에게 GM 종자의 안전성에 대해 물어보니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옥수수가 자라는 걸 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사람에게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다면 이런 종자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 농장은 5대째 이어져온 곳이다. 1300에이커(526만㎡) 규모의 농지에 옥수수와 콩, 밀을 각각 3분의 1씩 심었다. 그는 1996년 GM 종자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GM으로 전환했다. GM 종자를 사용하면서 생활은 크게 변했다. 무엇보다 수 확량이 크 게 늘 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옥수수 수확량은 1에이커 당 3400㎏ 정도였다. 그 정도에도 꽤 수확했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확량이 4500~5300㎏ 가량이다. 작황이 매우 좋았던 작년에는 5700㎏을 수확했다. 옥수수 자체의 품질도 많이 향상됐다.” 몬산토의 종자를 사용한 이후 1에이커(4046㎡)당 40~45달러 가량 들었던 방충·제초 비용은 8달러 정도로 크게 줄었다.

옥수수 2자루를 따서 껍질을 벗긴다. 한쪽에서는 황금색 열매가 모습을 드러내지만, 다른 한쪽은 3~4㎝ 정도의 벌레가 나타난다. 미국은 GM 재배 시에도 비GM 종자를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여기서는 종자 전체의 5%) 이상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저항성을 가진 해충 발생을 막기 위해서다. 이 농장에서 심은 GM 종자는 제초제 내성과 함께 2종류의 해충 저항성(Bt) 유전자가 들어간 것이다. 결과는 분명하다. 그는 “GM 쪽이 뿌리나 줄기가 훨씬 튼튼하게 자라며, 건기에도 강하다”며 “당연히 수확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몬산토는 이런 GM 종자 시장의 주역이다. 몬산토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바로 종자 사업에서 나온다.

실링씨의 손에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들려 있다. 여기엔 IT 기업 클라이맷이 개발한 정밀농업용 소프트웨어 ‘Climate Pro’가 설치돼 있다. 클라이맷 역시 2013년 몬산토가 인수한 회사다. IT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영농을 실현하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기존 농업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일구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영농은 농장에서 얻은 데이터를 복수의 디지털 기술로 가시화해 운영할 수 있다’(프라딥 다스 클라이맷 주임연구원). 예를 들어 밭을 3D 지도로 구현해 하나하나의 지점을 클릭하면 그 곳의 토양이 어떠하고, 무엇을 재배해야 할지 보인다. 또한 시간 정보를 입력하면 작물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그 성장 단계도 재현·예측할 수 있다. 클라이맷은 무료인 ‘Climate Basic’과 유료인 ‘Climate Pro’ 두 가지 버전을 미국 전역 농장에 제공한다. 전자는 7500만 에이커, 후자는 500만 에이커의 정보를 취급한다. 7500만 에이커는 미국 전체 옥수수와 콩 재배 면적의 45%에 해당하는 숫자다.

‘GM 유해성’ 아직까진 근거 못 찾아


새로운 플랫폼 구축도 활기를 띠고 있다. 바로 ‘미생물제제(microbials)’다. 미생물을 이용해 토양의 질과 수확량을 높이고, 병충해를 줄이는 기술이다. 몬산토는 이 분야 최고 기술을 가진 덴마크 노보자임(Novozymes)과 제휴를 맺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가 본격화된 지난해 생물이 비료를 흡수하기 쉽게 해주는 미생물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미생물제제를 종자에 넣어 재배하면 땅 속의 뿌리가 보다 건강해지고, 토양의 질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몬산토의 판단이다. 샘 에싱턴 몬산토 부사장은 “아직 연구는 초기 단계지만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몬산토는 GM의 안전성이나 환경 문제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는 회사기도 하다. 에싱턴 부사장은 “비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인체나 환경에 대한 안전성은 정부나 제3의 기관이 오랫동안 실시해왔고,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실증됐다”고 반박한다. 바이오 테크놀로지의 안전성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해온 앨런 맥퀸 캘리포니아대 교수 역시 “지금까지 지적된 GM의 위험성은 모두 과학적으로 부정되고 있다”고 단언한다. GM에 부정적인 자세를 보이는 EU 조차 ‘아직 안전성에 부정적인 이유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과 달리 일본의 종묘 기업은 GM 작물 개발에 소극적이다. 호소이 히로시 가네코종묘 전무는 “아직 세간에 GM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시장에 뛰어들어도 역으로 부정적인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저항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일본 최대 규모인 사카타노타네의 가가미 쓰토무 상무는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GM 작물을 상업화하려면) 다양한 실험과 조사를 해야 하는데 폼종별, 국가별로 하려면 엄청난 비용 든다”고 털어놓았다. 농림수산성 등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상업용으로 재배·판매되는 GM 작물은 산토리그룹의 파란 장미가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GM 기술을 사용하지 않지만 일본 종묘 기업들의 실적은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 세계 170개국으로 시장을 넓힌 사카타노타네는 2014년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전체의 50%를 넘어섰다. 사카타노타네나 가네코종묘 모두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아시아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인구가 늘고 있으며, 야채를 좋아하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한자와 히데아키 가네코종묘 이사). 식습관의 서양화로 새로운 야채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도 호재로 작용한다. 일본 시장의 인구 정체 등을 감안해 각 사는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국가별로 천차만별인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사카타노타네의 경우 약 20개국에 설치된 해외 거점 리더로 현지 출신을 발탁했다. 그룹 전체 직원 수(약 2000명)의 3분 2가 외국인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한 일본식 종자

일본 종묘 회사가 만드는 품종은 ‘F1’이라 불리는 독특한 품질을 가졌다. 맛있고, 보기에 좋고, 생육이 빠르며, 수확량이 많다. 또한 특정 질병에 강하고, 수확시기가 일정하다는 장점도 있다. ‘장마, 태풍, 온도 격차, 습도 등 일본의 불리한 조건 속에서 나온 품종은 여러 장소에서 적응력이 좋다’(사카타 히로시 사카타노타네 사장). 세계 각지의 농경지에는 옛날부터 그 땅에 뿌리내린 품종이 있지만, 품질이 검증된 일본 종자는 여러 면에서 비용을 줄이고, 수확량도 늘릴 수 있어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사카타 사장은 “F1에서 씨앗을 취해 다음 번에 그대로 사용하려 해도 유전 법칙에 따라 같은 성질의 작물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각 농가가 매년 씨앗을 새로 사야 하지만 우리의 종자는 이를 감수할 정도로 장점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F1은 10여년에 걸쳐 목표로 한 성질이 안정될 때까지 몇 번이나 교배를 반복한다. 방사선을 활용해 돌연변이를 만들기도 하고, 이산화탄소를 조절해 수확 조건을 개선하기도 한다. 꼭 GM이 아니어도 길은 많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최근 이와테 대학은 개화를 서두르는 유전자가 포함된 무해한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통상 5~12년 정도 걸리는 사과 개화를 1년 내로 단축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계에서는 오히려 비유전자변형을 추구하는 목소리도 강하다’(한자와 이사). 압도적인 경영 자원을 자랑하는 해외 곡물 메이저에 대항해 일본 기업들이 지혜롭게 맞서고 있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 번역=김다혜

1304호 (20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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