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ews

[글로벌 ‘양적완화 패밀리’ 늘어날까] 중국의 위기 중국이 해결하도록… 

위안화의 IMF SDR 편입으로 미국식 양적완화 가능 국가↑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9월 25일 끝난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은 중국의 시장개혁과 구조조정 의지를 지지했고, 시진핑 주석은 개혁개방에 대한 변함 없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번 회담은 위안화의 IMF SDR 바스켓 편입 가능성을 좀 더 키웠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이 글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통화 편입에 동의한다면 그 배경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부터 제시하면 ‘국제사회가 미국식 양적완화(QE)가 가능한 통화를 확충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QE 패밀리’ 충원이다. 중국 입장에선 2~3년 뒤 고조될 수 있는 위기에 대응할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가정에 기반한 가설이며 이를 확인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을 요한다.

◇시진핑 “위안화 SDR 편입 지지 감사” = 9월 25일 끝난 미·중 정상회담 이야기부터 하자. 이번 회담은 위안화의 IMF SDR 바스켓 편입 가능성을 좀 더 키웠다는 평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시장개혁과 구조조정 의지를 지지했고, 시진핑 주석은 개혁개방에 대한 변함 없는 의지를 피력했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진핑은 “(중국이) IMF 기준을 충족할 경우, 미국이 위안화의 IMF SDR 편입을 지지하기로 한 것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위안화의 IMF SDR 바스켓 통화 편입과 관련해 ‘IMF 기준을 충족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미국의 태도는 이전보다 한층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이는 국제금융 시장을 좌우하는 이너써클에 위안화가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물론 IMF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국이 등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G2 정상회담이 갖는 무게감, 양국 경제현안 나아가 글로벌 경제가 처한 여건이 양자협력을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미국이 등을 돌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번 회담결과를 지켜본 BNP파리바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가 IMF SDR 바스켓에 편입될 가능성은 90%로 커졌다”고 평했다.

◇중국의 통화정책 실험의 의미 = 중국 통화정책의 역사를 잠시 되짚어 보자. 1990년대부터 중국의 통화정책은 미국 연준 (Fed)의 통화정책과 결부돼왔다. 중국의 본원통화 공급 방식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외환을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시중에서 달러를 매입하고 위안을 파는 형태로 위안화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인민은행의 외환보유액은 부풀어 올랐고(미국 국채시장 수급기반이 됐다), 과도하게 풀려나간 위안화가 물가를 자극하지 못하게 은행 지급준비율도 계속 인상됐다.

미 연준이 돈을 풀 때는 밀려든 외화가 중국 본토로 유입되면서 본토의 유동성 환경도 풍족해졌고, 반대의 경우는 반대의 현상이 빚어졌다. 중국이 추진하는 위안 국제화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연준의 영향력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상당히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중국 인민은행을 대신해 미국 국채를 매입할 주체는 어디인가, 중국의 자본수출(위안화의 해외 방출)이 자산별·지역별로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주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과정, 이를 위한 자본시장 개방 과정이 순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시행착오를 겪기 쉬우며 국내외 경제 주체들의 상당한 인내심을 요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국제사회의 협력이다.

◇QE 패밀리의 충원 = 지금의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그리고 향후 더 지속될지 모를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은 국제 협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일까. 아니면 그야말로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들어서기 위한 수순일까. 중국의 가라앉고 있는 경기, 꼬여있는 지방정부 부채문제, 금융시스템 내 축적된 부실 자산 문제 등은 향후 중국에 더 강력한 정책수단을 요하게 된다. 이 위험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중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 역시 상당한 충격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 대목에서 위에서 언급한 위안화의 IMF SDR 바스켓 편입은 상징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위험관리 수단으로 실체적 힘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의 IMF SDR 바스켓은 달러·유로·파운드·엔으로 구성돼 있다. 4개 통화의 공통점은 ①QE를 했거나 QE를 진행 중인 통화이며 ②서로가 영구 통화스왑으로 묶여있는 통화다. 가까운 미래에 위기가 재연될 경우 기존 4개 통화들이 다시 QE에 나설 수도 있지만 자국 내 금융시장 왜곡, 그리고 내부 정치적 마찰로 추가 QE는 난관에 봉착할지 모른다.

중국도 중기 유동성 공급 수단인 PSL(Pledged Supple mentary Lending: 담보부보충대출) 등을 통해 변형된 QE, 이른바 ‘중국특색 QE’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그 효과는 자산시장에서 중앙은행이 직접 국채나 MBS(모기지증권) 등을 매입하는 형태의 미국식 QE, 명시적 QE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나타날 위기가 중국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면 중국 스스로 이 위기를 해결할 수단을 갖도록 하는 게 여러모로 속이 편하다. 아울러 위안화가 SDR에 편입될 경우 이는 기존 영구 통화스왑의 멤버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인민은행이 방어막(달러 핵우산) 속에서 미국식 QE를 펼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중국을 곤경에 빠뜨리겠다고 마음 먹을 경우 미국은 끝까지 비협조적일 것이다. 그러나 장기 추세로 확인되는 미국 경제의 활력 저하, 세계 성장에서 기여율 저하를 감안한다면 세계는 점점 G2, 아니 G제로(절대 패자가 없는) 시대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며,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을 2차 세계대전 후 구축했던 기존 금융질서 안에서 놀도록 하는 게 여러모로 비용이 적게 든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논리로 최근의 중국발 금융 불안과 국제사회의 합의가 도모할 다음 목적지는 인민은행발 ‘명시적 QE’의 토대를 만드는 것, 국제사회의 ‘QE 패밀리 충원’이지 않을까 예상한다. 사전작업이 순탄하다면 2017~2018년쯤 인민은행발 ‘명시적 QE’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국 경기 흐름과 금융시스템 내 부실화 정도가 좀 더 위험해질 수 있으며, 미국 경기는 지금보다 아래로 가라앉고, 일본 QQE(양적질적완화정책)의 유통기한이 끝나갈 때쯤이다. 주요국의 기존 정책수단이 고갈되는 시점이다.

-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Global Monitor 특약

1307호 (2015.10.26)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