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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삼의 ‘테드(TED) 플러스’] 파워 포즈가 파워를 낳는다 

바디 랭귀지의 힘 … 성패를 가르는 2분의 마법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

▎ⓒted.com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것을. 아무리 하늘하늘하고 연약한 여자도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모성애가 발휘되면서 정신력 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원더우먼이 된다. 웬만한 가구 하나 옮기는 건 일도 아니다. 마음이 몸을 지배하는 것이다.

몇 해 전 연말에 골치 아픈 프로젝트에 엮인 적이 있다. 크리스마스와 신정까지 반납하고 객지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에 매달렸다. 다행히 최종 보고를 무사히 마치고 서울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좀 으슬으슬한가 싶더니 몸살 기운이 도는 게 아닌가. 나머지 동료들도 약속이나 한 듯 갑작스레 복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긴장이 풀린 탓이리라. 그런데 그때 고객 측에서 보고회에 불참했던 몇몇 이사들을 모시고 최종 보고를 한번 더 해야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자 우리의 마음, 그리고 또 몸이 잽싸게 반응했다. 몸살, 복통, 어지럼증이 씻은 듯이 사라지면서 쌩쌩한 작업 모드로 돌아갔던 것이다.

바디 랭귀지, 자기 자신과도 소통한다


▎‘파워 포즈’ 강연 동영상.
인간의 정신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초능력자도 아닌데 마음 먹기에 따라 몸 상태가 변한다. 그런데 그 반대는 어떨까? 몸이 마음을 지배할 수 있을까?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사회심리학을 연구하는 에이미 커디(Amy Cuddy) 교수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단지 자세를 바꾸는 간단한 행동만으로 힘 없이 축 처진 사람들을 원기왕성하게 만드는 신묘한 비법을 소개한다. 수퍼맨 흉내만 내도 진짜 수퍼맨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녀의 흥미진진한 얘기를 들어 보자.

바디 랭귀지, 즉 비언어적 행동(Nonverbal behavior)도 분명 일종의 언어이며 소통의 도구다.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음성 없이 30초만 보면 그 의사가 좋은 의사인지 아닌지, 혹시 환자와 마찰을 빚어 고소를 당하게 될지 어떨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정치 후보자들의 얼굴 표정을 단 1초만 보고 내린 판단으로 당선 여부를 70% 가량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바디 랭귀지는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인식뿐 아니라 나 자신의 인식까지도 바꾼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보통 행복할 때 미소를 짓지만, 반대로 입에 펜을 물고 억지 미소를 지어도 행복감이 느껴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힘(Power)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힘이 있는 사람들은 어깨를 쫙 펴고 당당한 자세, 일명 ‘파워 포즈(Power pose)’를 취한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의도적으로 파워 포즈를 취하면 실제로 힘이 더 세진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왜 그럴까? 커디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것은 파워 포즈가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힘이 있는 남성은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많고, 코티졸(Cortisol)을 적게 갖고 있다. 힘없는 사람은 그 반대다. 테스토스테론은 일명 ‘남성 호르몬’인데 주로 남자의 정소에서 만들어진다(여자도 남자의 10% 정도의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 테스토스테론은 성기능을 강화하는 역할 외에도 피부나 근육, 뼈 기능을 유지시키고 빈혈을 예방하며 기억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코티졸은 콩팥의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코티졸 수치가 높으면 불안과 초조 상태가 이어질 수 있고 체중 증가와 함께 만성피로, 만성두통,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면역기능이 약화돼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쉽게 노출될 우려도 있다.

에이미 커디 박사는 몸 동작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측정하기 위해 피실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에는 기지개를 켜듯 두 팔을 하늘로 뻗거나 다리를 최대한 벌리는 등 힘있는 ‘하이 포즈(high-power pose)’를 2분 동안 취하게 했다. 반대로 두 번째 그룹에는 소극적인 동작, 즉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팔짱을 끼거나 웅크린 채 턱을 괴고 역시 2분 동안 ‘로우 포즈(low-power pose)’를 취하게 했다. 2분이 지나자 두 그룹의 호르몬 수치에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실험 전후에 참가자들의 타액을 채취해서 성분을 분석해 봤더니, 하이 포즈를 취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 20% 증가하고 코티졸은 25% 감소했다. 이와 달리 로우 포즈를 취한 사람들은 테스토스테론이 10% 감소하고 코티졸이 15% 증가했다.

마음이 몸을 바꾸듯 몸이 마음을 바꾼다


▎1. 하이 파워(위)와 로우 파워 포즈. / 2. 테드 강연 도중 원더우먼의 ‘파워 포즈’를 보여주는 에이미 커디 교수.
커디 박사의 실험은 비언어적 행동을 통해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 2분간의 단순한 몸 동작 변화만으로 몸에서 보내는 화학적 메시지, 즉 스스로의 호르몬 수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다. 커디 박사는 말한다. “우리 몸은 마음을 바꾸고, 우리 마음은 행동을 바꾼다. 또한 행동은 결과를 바꾼다.” 결과까지 바꾼다고? 당연하다. 실제 하이 포즈와 로우 포즈를 취한 사람들을 놓고 누구를 채용하겠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채용 담당자는 하이 포즈 쪽을 선택한다고 한다.

사실 커디 교수의 인생 자체가 파워 포즈의 효과를 입증한다. 그녀는 19세 때 자동차 사고로 뇌를 크게 다쳤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그녀의 앞길을 부정적으로 봤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신감 있는 태도를 유지해 모두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했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대학과 대학원을 모두 무사히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 교수 자리를 당당히 거머쥘 수 있었다. 테드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그녀의 강연은 무려 2800만 뷰를 기록 중이다. 그녀의 힘있는 강의를 보는 것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이 치솟고, 코티졸이 낮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00m를 9초대에 주파하는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Usain Bolt). 그의 얼굴은 그다지 기억에 남는 편은 아니지만 그의 포즈만은 확실히 기억된다. 몸을 비스듬히 하고 양 손으로 활을 쏘듯이 하늘을 조준하는 포즈 말이다(미국 대통령 오바마도 따라 했다). 세계 최고 속도의 비밀은 어쩌면 자신감과 확신이 뚝뚝 묻어나는 그 파워 포즈에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승리 후의 세리머니가 아니라 출발 전에 그 포즈를 하게 되면 너끈히 8초대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뉴 노멀(New normal)과 신창타이(新常態)로 대변되는 격변의 시대, 새로운 기회는커녕 위기만 쌓이고 있다. 특히 나라의 주인공이어야 할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인간관계, 집, 꿈, 희망까지 포기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 못해 두려운 마음까지 든다. 삼포에서 오포를 거쳐 칠포에 접어든 우리 청년들에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파워 포즈’를 권한다. 몸과 마음은 결국 하나. 몸의 통증은 마음으로 다스릴 수 있고, 마음의 통증은 몸으로 다스릴 수 있다.

박용삼 - 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전자 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신사업 발굴 및 기획, 신기술 투자전략 수립 등이다.

1306호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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