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진정한 글로벌화의 조건 

최정호 뉴욕주립대 비즈니스스쿨 조교수 

최정호 뉴욕주립대 비즈니스스쿨 조교수
1990~2000년대, 세계화의 물결은 지구촌을 휩쓸었다. 1991년 소련연방 붕괴로 냉전이 끝나자 자유진영 기업들은 공산진영과 제3 세계 국가들로 끊임없이 개척의 발길을 뻗었다. 국가 간 협력·교역 증가로 세계무역기구(WTO)·자유무역협정(FTA) 같은 다자·양자 간 무관세협정도 열풍처럼 번졌다. 내수에 안주하던 기업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세계인들은 상품은 물론, 인적 네트워크·문화·사고방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현재 국제화를 넘어 글로벌 사회,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국제 질서는 물론 해외 기업의 투자 규정, 전략, 이민법 등 수많은 제도들이 변화, 세밀화됐다. 글로벌화가 현상에서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접근 방식 또한 달라졌다. 복잡해진 국가별 제도와 다양해진 글로벌 환경, 무역과 해외 직접투자 등 자본·상품 거래의 왜곡 등등. 이런 변화는 왜 발생했으며, 어떤 전략적 점검이 필요할까.

현재의 글로벌 무역은 각 국가가 비교우위를 가진 재화를 중점적으로 생산해 교역하면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따르고 있다. 에콰도르는 국내총생산(GDP)의 16%를 꽃산업에 기대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서비스업 비중은 64.7%에 달한다. 이란·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은 경제에서 석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고도화되고, 산업 분야가 세밀해진 현대 산업경제에서는 고전 이론을 무작정 따르기는 힘들다. 기업들의 혁신적인 연구·개발(R&D)이나 글로벌 기업 간 인수·합병(M&A)만으로도 국가 간 비교우위가 쉽게 뒤바뀔 수 있어, 어느 순간 국가 간 비교우위를 따지는 일이 무의미해 질 수 있다.

중국의 경우 가파른 경제 성장을 통해 벌어들인 돈의 상당량을 M&A와 해외직접투자(FDI)에 쏟아 붓고 있다. 외국의 유수 기업들을 빠르게 흡수하며, 중국은 지난 10여년간 많은 산업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결과 지난 2009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수출 증가는 단순히 저렴한 노동력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자본이 해외의 수많은 기업과 기술·인력·자원·인프라에 투자한 덕분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해외직접투자국가가 됐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막강한 기술과 경쟁력 있는 수많은 기업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이 과거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소 비약하자면 중국이 모든 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될 경우 중국은 수입 없이 수출만 하는 나라로 성장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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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호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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