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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주 기자의 글로컬 컴퍼니 |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AAK)] 이국적이면서 가장 한국적인 호텔 

글로벌 5대 호텔그룹과 60년 전통의 한국 호텔이 이룬 하모니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앰배서더 호텔의 원류가 되는 금수장의 정문에 선 권대욱 AAK사장. / 사진:전민규 기자
세계 어디든 유명 호텔 브랜드를 찾아가면 정해진 공간에 갖춰져야 할 필수요소,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선진국·후진국 가릴 것 없이 브랜드만 믿고 가면 크게 실망할 일은 없다. 이 때문에 유명 호텔 브랜드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서비스와 스탠더드를 내세워 국경을 넘어 세계적으로 확장해왔다. 세계 어디서든 미국과 유럽, 일본의 호텔 브랜드를 만날 수 있게 된 이유다.

하지만 요즘 여행자들 분위기는 좀 달라졌다. 해외에 나가서까지 꼭 자국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느냐고 불평하기도 한다. 한국 사람이 이국적인 맛을 느끼기 위해 해외에 나갔는데 온돌과 된장찌개만 나오면 기분이 반감되게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어느 수준 이상의 기초적인 공간과 서비스는 유지돼야 호텔에 묵을 맛이 난다.

보편적인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각 나라, 각 지방의 특색을 잘 살려내는 게 호텔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호텔계 ‘글로컬리제이션(현지화 글로벌 전략)’이다. 해외 유명 호텔 브랜드와 현지 유명 호텔 브랜드가 힘을 합쳐, 세계인이 만족하는 고유의 호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가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AAK)다. 글로벌 호텔체인 그룹인 프랑스의 아코르(Accor)와 한국 호텔그룹 앰배서더가 합작해 설립한 인터내셔널 호텔 운영사다.

글로벌 브랜드 파워한국에서의 운영 전문성


AAK는 아코르의 글로벌 스탠더드와 브랜드 파워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호텔경영 노하우는 물론 글로벌 예약·마케팅·인사 교육 시스템까지 아코르가 관리한다. 앰배서더 그룹은 한국 시장에서의 운영 전문성을 살려 호텔 위탁경영 서비스와 플랫폼을 제공한다. 두 회사 합작으로 AAK는 한국 내에서 호텔 네트워크 규모가 가장 큰 인터내셔널 호텔 운영사로 확장할 수 있었다.

현재 5개 주요 도시에 6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16개 호텔에 약 4440실의 객실 네트워크를 관리 중이다. 신규 호텔도 확장하고 있다. 2017년 말까지 8개 브랜드, 23개 호텔(6500실) 이상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할 예정이다.

아코르 그룹은 한국 외에도 글로컬리제이션 전략에 따라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개장 예정인 신규 호텔 규모는 전 세계 800개로 15만6000여 객실까지 확대된다. 그중 한국은 아코르의 첫번째 현지화 사업처다.

아코르는 글로벌 호텔 업계 빅5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 조인트벤처를 시작했다. 한국을 현지화 전략의 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로컬 그룹과 운영회사를 합작으로 설립한 것도 한국이 처음이다. 아코르 92개국 진출 시장 중 한국에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한국 시장이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한 아코르의 해외 현지화 전략에 중심이 된단 의미다.

전략은 예상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노보텔, 이비스 앰배서더 등으로 한국 시장에 맞는 브랜드가 연이어 들어서고 있다. 특히 이비스는 한국 대부분 호텔에 있는 피트니스와 사우나를 없애는 대신 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노보텔은 5성급 호텔인데도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으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유지하고 있다.

아코르 브랜드가 가진 표준을 따라 방 크기나 벽지 색상, 식당 크기를 맞추지만 그 속을 구성하는 서비스나 내용 등은 앰배서더가 만들어서 운영하는 식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별도 연구할 필요 없이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호텔 서비스가 바로 가능하도록 경영 형태를 맞췄다. 이런 현지화 전략이 먹혀 들면서 AAK는 가파르게 성장해 주요 글로벌 빅5 업체 중 한국 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합작이 처음부터 성공적인 건 아니었다. 사업을 시작할 땐 늘 의견이 상충되게 마련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냐, 한국의 특수성이냐를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을 경우가 많다. 권대욱 AAK 사장은 이 과정에 대해 “합작하고 처음엔 잘 안됐지만 서로 자신들의 스탠더드를 고집하면서 내놓은 의견이 회의 중엔 생산적인 토의로 이어졌다”면서 “대부분 토의에서 한국 쪽이 설득하는 편이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쪽 주장을 수용하는 식으로 정착됐다”고 말한다.

조인트벤처 지분구조를 보면, 글로벌과 로컬이 각각 대등하게 나누는데, AAK의 경우 글로벌이 1% 정도만 더 가지고 있다. 아코르는 앰배서더와 함께 강남노보텔과 독산노보텔, 이비스서울 등에 합작 투자했다. 투자액은 앰배서더가 조금 더 많은 편이다.

호텔 업계에 따르면, 보통 유럽 호텔 브랜드가 해외에 나가 성공하긴 어렵다고 한다. 숙박업은 문화를 다루는 산업이다 보니 까다로운 면이 많은 유럽 회사와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아코르 역시 앰배서더가 27번째 접근한 파트너인데, 합작을 비교적 오랫동안 잘 유지하고 있단 평가를 받는다. 권 사장은 그 비결에 대해 “글로벌과 로컬이 서로 합리적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지 사업자로서의 자신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서로 발전한다. 그래야 한 식구처럼 지낼 수 있다”고 말한다.

유럽 호텔 브랜드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


한국의 호텔 업계 전체적으론 전망이 좋지 않다. AAK 역시 2011년에 비해 매출과 이익률이 점차 줄고 있다. 호텔이 너무 많이 들어선 게 문제다. 과당경쟁으로 각 호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30% 정도 줄었는데 중국 관광객이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과거엔 실질구매력이 높은 일본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물건만 사가도 비행기 값이 빠졌다. 하지만 일본의 실질구매력이 떨어지면서 그런 호시절은 지나갔다. 권 사장은 그 빈자리를 중국 기업이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의 마이스 관광을 적극 유치한단 전략이다.

문제는 해외 손님들에게 매력적인 콘텐트를 어떻게 만드느냐다. AAK는 한국 문화를 호텔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세웠다. 권 사장은 “경복궁만 해도 나름 훌륭한 가치가 있는데 홍보를 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남의 것을 카피해봐야 소용없고, 남들이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한국의 강점, 핵심 가치를 더욱 살리는 것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호텔 자체도 중요한 유산이다. 앰배서더는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호텔이다. 1955년 2층 건물에 19개 객실을 가지고 시작한 금수장이 원류다. 대기업들이 만든 특급 호텔과 달리 호텔업만으로 꾸준하게 성장해온 알짜배기 기업이다. 설립 후 10년 뒤에 앰배서더란 이름으로 개명했다. 오래된 만큼 한국 호텔리어의 사관학교라 불린다. 한국 호텔업 1세대들이 대부분 앰배서더를 거쳐갔다. 그래서 앰배서더에서 배운 직원은 어디를 가든 호텔리어의 표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앰배서더의 가장 큰 자산은 ‘교육’이다.

한국 호텔리어의 사관학교

서양식 호텔업을 처음 들여온 창업주는 벨보이부터 메이드까지 입어야 할 옷과 예절, 그릇의 위치부터 위생까지 전 부분을 꼼꼼하게 관리했다. 호텔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에도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앰배서더를 찾은 이유다. 그렇게 다져진 규범 등은 앰배서더 호텔 역사박물관에 모두 정리돼 있다. 호텔업을 공부하는 학자나 학생들, 다른 호텔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자주 들르는 한국 호텔업의 메카다.

역사박물관은 앰배서더 호텔 창업주의 저택이었다. AAK는 이를 특별 체험 프로그램과 한국 투어 일정에 넣고 있다. 서울 속 한국 호텔의 역사를 관광 콘텐트로 만든 것이다. AAK 본사 외에도 각 지역 호텔들 역시 그 호텔만의 고유한 경쟁요소를 찾아 관광시설로 만들도록 하고 있다.

현재 세계 호텔 업계에서 아코르의 경쟁 업체는 매리어트(Marriott)·IHG·스타우드(Starwood)·힐튼(Hilton)·윈덤(Wyndham) 등이다. 이들 호텔 업계의 최대 관심 이슈는 디지털마케팅이다.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업체가 SNS 등을 활용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코르 역시 향후 5년 간 2억2500만 유로(약 2770억원)를 들여 디지털 기술을 개선할 계획이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 마이스(MICE) - 기업회의(Meeting)·인센티브관광(Incentive)·국제회의(Conference)·전시사업(Exhibition)을 의미한다. 특정한 목적을 띠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대규모 인원이 함께하는 관광을 지칭한다.

1309호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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