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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A타입 성격의 극복] 조급증 버리고 분노 다스려야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쉬워 ... “나도 질 수 있구나”라며 웃어야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전형적인 A타입인 빌 클린턴(왼쪽)은 결국 심장시술을 받았고, 전형적인 B타입인 윈스턴 처칠은 폭탄이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낮잠을 잤다.
그는 올해 나이 쉰으로 A타입 성격의 소유자다. 경쟁적이고 목표지향적인 ‘Type A’ 성격대로 25년간 열심히 일한 그는 지난 연말, 드디어 임원으로 승진했다. 물론 그간의 세월이 쉽진 않았다. 스트레스를 벗 삼아 살았다. 원하는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하직원들 때문에 화가 솟구칠 때가 많았다. 또한 차별화된 업적을 내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는데, 말을 잘 듣지 않고 이해도 잘 못해 맘이 까맣게 탈 때도 부지기수였다. 꿈이 모두 성취된 것은 아니지만, 1단계 목표는 달성했으므로 그는 한동안 행복한 기분을 만끽했다.

그러던 중 새해에 들어 매년 회사 차원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심전도 결과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고, 정밀검사를 통해 관상동맥이 두 군데 막혀 있음을 확인한 후, 즉각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그는 평소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가족력이 있어 5년 전부터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 외에, 음식도 조심하고 운동도 자주 하는 편이라 아직은 건강에 자신을 가졌던 그였다.

건강하다고 믿었는데 심장병이라니…

그런데 심장병이라니? 나쁜 생활습관이 아니라면, 혹시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의 병이 심장병을 유발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행복한 기분도 잠시뿐, 일할 의욕이 떨어지고 이러다가 죽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감까지 몰려온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프리드만과 로즈만은 심장병 환자의 공통적인 행동 특성으로 ‘A타입 성격’을 발표했다. 둘은 우연히 병원 의자들이 앞 모서리만 닳은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환자들이 의자 깊숙이 편안하게 못 앉고, 대화가 항상 일과 시간에 집중된 것을 알았다. A타입 성격의 특징은 분노, 조급증, 경쟁심으로 요약된다. 쉽게 화를 내고, 시간에 쫓기며, 지는 것을 싫어한다. B타입 성격은 정반대다. 화를 잘 안 내고, 시간에 느긋하며, 흘러가는 대로 산다.

A타입 성격은 자본주의 사회의 주역이다. 경쟁을 선도하고, 성공 지상주의를 건설한다. 엘리트, 일벌레, 전문가, 완벽주의자, 열정가 등으로 불린다. A타입 성격은 성취 지향적이다. 높은 경쟁에서 강한 압박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욕심이 많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벌이고, 많은 역할을 하며 바쁘게 살아간다. A타입 성격은 스트레스와 더불어 살아간다. 여유가 생기면 쉬지 못하고, 무엇이든 할 일을 찾는다. 일이 안 풀리면 쉽게 약해지고, 사소한 일에 사로잡혀 갑자기 무력해진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모두 망가뜨린다. 모든 유기체는 원인이 무엇이든지 동일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다. 반응은 경고기, 저항기, 소진기로 구분된다. 뇌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이 작동하고, 몸에서는 신경계와 호르몬이 작동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카테콜아민이 증가한다. 저항기는 보통 수 시간에서 수십 년에 걸친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소진기로 넘어간다. 이때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취약한 부위에 병이 오게 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다.

A타입 성격은 심장병에 취약하다. 심장병 환자의 대부분이 A타입 성격이다. 스트레스가 만성적이면, 카테콜아민 분비가 증가하는 체질로 변한다. 그래서 혈관 내 압력이 스트레스가 없을 때도 정상인보다 높게 유지된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혈류 속도가 증가되어 혈관 벽을 이루는 세포가 상처가 난다. 여기에 혈소판이 달라붙고 지방이 엉겨서, 딱지와 같은 죽상반이 만들어진다. 이는 동맥경화증으로 진행되고, 고혈압으로 발전한다.

죽상반이 생긴 사람이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갑자기 혈관 수축이 일어나 죽상반이 상처를 입는다. 이 때 죽상반 주위에 혈소판이 뭉쳐 혈관을 막거나, 죽상반이 떨어져 돌아다니다가 다른 혈관을 막는다. 이런 일이 관상동맥에서 일어나면, 심장병이 발병한다. 뇌혈관에서 일어나면, 중풍이 발병한다. A타입 성격은 중풍에 걸릴 확률이 2배다. 이는 흡연으로 인한 발병율과 비슷한 수치다. 특히 A타입 성격이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경우, 4배까지 올라간다.

자, 그에게로 돌아가자. 그는 이미 심장병이 왔다. 어떻게든, 성격을 A타입에서 B타입으로 바꿔봐야 한다. 클린턴 대통령은 전형적인 A타입이고, 처칠 수상은 전형적인 B타입이다. 클린턴은 심장시술을 받았고, 처칠은 폭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낮잠을 잤다. 그에게 도움 되는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분노를 다스리자. 분노는 지치고 힘들 때 온다. 충분한 휴식과 편안한 대화가 필요하다. 분노는 마음대로 안 될 때 온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순리를 따르자. 분노는 기대에 못 미칠 때 온다. 남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버리고, 나에 대한 완벽한 기대를 버리자. 그리고 반드시 화를 내는 것이 필요할 때는 대리인을 활용하자. 화가 나는 순간, 즉시 60초 동안 심호흡을 하자. 화나는 나를 받아들이고, 그런 나를 사랑하고, 마음의 평화를 선택하자. 분노가 치솟는 순간, 즉각 자리를 피하자. 한적한 곳을 걸으면서, 세 가지에 집중해 본다. ①왜 화가 나는가? ②무엇을 위해 화를 내는가? ③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가? 분통이 터지는 순간, 하루만 모든 결정을 보류하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종이 한 장에 써 보자.

둘째, 조급증에서 벗어나자. 조급증은 많은 일을 빨리 하려고 할 때 온다. 시간관리가 필요하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일은 과감히 없애자. 남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위임하자. 천천히 말하고, 천천히 걷자. 가끔 멍한 시간을 가져보자. 한적한 시골 풍경을 연상하고, 어린 시절 뛰놀던 장면을 떠올리자. 조급증이 생기는 순간, 즉시 60초 동안 심호흡을 하자. 모든 아이디어는 냄비에 물 끓듯이 생긴다. 조급증은 순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변할 수 있다. 모든 아이디어는 섬광처럼 스쳐간다. “바로 그거야, 너무 간단해!” 성취감이 몰려오는 순간, 조급증에서 해방된다.

60초만 멈춰 다시 돌아보길

셋째, 경쟁심에서 벗어나자. 경쟁은 미덕이다. 우리는 서로 겨루면서 성장한다. 같이 하는 친구가 있어 힘든 시험을 패스하고, 같이 뛰는 동료가 있어 장거리를 완주한다. 선의의 경쟁은 약이 된다. 지나친 경쟁은 악덕이다.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입시와 취업 위주의 교육을 통과하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도한 경쟁은 독이 된다. 경쟁심이 생기는 순간, 즉시 60초 동안 심호흡을 하자. 이기는 경우가 있으면, 지는 경우도 있다. 내가 이겼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은 악습이고, 남이 졌기 때문에 기뻐하는 것은 악취미다. 지는 경우가 있으면, 이기는 경우도 있다. 남이 이겼기 때문에 씁쓸한 것은 독이고, 내가 졌기 때문에 슬픈 것은 병이다. “내가 이길 수 있구나!” 하면서, 싱겁게 웃자. “나도 질 수 있구나!” 하면서, 슬며시 웃자.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310호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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