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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골프투어의 황당무계한 사건 10] 버디 잡고 그린에서 깜짝 프로포즈 

웨지로만 퍼팅해 버디 5개 잡은 묘기 … 유럽프로골프 투어 사상 첫 파4 홀인원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부장

▎덴마크의 안드레아스 하르퇴는 지난 8월 메이드인덴마크 2라운드 경기 도중 여자친구 루이스 드 프리스에게 ‘깜짝 프로포즈’를 했다. / 사진:중앙포토
대개 4라운드로 열리는 프로골프 대회는 숱한 이변과 진기록의 장이기도 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명승부가 펼쳐지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 투어 속 에피소드 톱 10을 골랐다. 물론 이 중에는 감동과 골프에 대한 열정과 러브스토리도 넘쳐난다.

01. 예비 신랑신부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우승컵

호주의 서틴비치 골프장에서 지난 2월 8일 마무리된 빅토리안오픈 남녀 챔피언십은 한 편의 동화 같은 결말로 막을 내렸다. 결혼을 약속한 남녀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44세의 호주 선수 리차드 그린과 29세의 노르웨이 선수 마리안느 스카프노드였다. 최종 합계 13언더파를 친 스카프노드가 1시간 먼저 여자 대회 챔피언을 차지하자, 그린은 남자 대회에서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동반 우승을 완성했다. 일주일 전 약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최고의 결혼 선물을 서로에게 한 셈이었다. 호주 남녀프로골프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 대회는 남녀 골퍼가 같은 코스에서 경기를 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관심을 끌었다. 남녀가 한 조씩 번갈아 치는 흥미로운 조편성이라 남녀 경기를 모두 구경할 수 있는 재미도 쏠쏠했다.

02. 피지 바람의 선물 ‘한 타’


▎매트 쿠차는 지난 10월 호주PGA투어 피지인터내셔널에서 그린에서 바람 덕에 퍼트를 하지 않고도 1타를 벌었다. 매트 쿠차의 2012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모습. / 사진:중앙포토
미국의 매트 쿠차는 지난 10월 16일 프레지던츠컵을 마치고 피지로 건너가 호주PGA투어 피지인터내셔널에 출전했다. 1라운드 파4 2번 홀에서 약 1m 거리의 더블 보기 퍼트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쿠차가 마무리 퍼트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려던 찰나, 바람이 불어서 공이 스스로 구르더니 홀컵으로 쏙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그 홀 스코어는 보기로 인정됐다. 경기를 마친 쿠차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면서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일이 일어났다”고 웃었다. 이날 경기가 열리는 피지에는 초속 10m에 육박하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03. 투어 중에 깜짝 프로포즈

덴마크의 안드레아스 하르퇴가 지난 8월 22일 덴마크 히메르란드골프장에서 열린 메이드인덴마크 2라운드 경기 도중 여자친구 루이스 드 프리스에게 ‘깜짝 프로포즈’를 했다. 파3 16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갤러리 사이에서 응원하던 프리스를 그린으로 불러내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바지 주머니 속 상자에서 반지를 꺼내 프로포즈를 한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남자친구의 행동에 감동한 애인의 답은 당연히 ‘예스’였고, 그 홀을 둘러싼 3000여명 갤러리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하르퇴는 16번 홀에서 프로포즈한 이유를 “애인이 좋아하는 숫자가 7인데 1과 6을 더하면 7”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이 여기에 팔렸던 모양인지 하르퇴는 이날 3오버파를 쳐 124위로 예선 탈락했다. 혹자는 ‘탈락을 예상해서 전망이 가장 좋은 홀에서 프로포즈한 것’이라고도 평가했고, 어떤 이는 ‘거기서 보기라도 했으면 과연 프로포즈를 했을까’하며 웃었다.

04. 그린에서 퍼터 없이 웨지로 버디

미국의 로버트 스트렙은 지난 7월 6일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올드화이트 TPC에서 열린 미PGA 투어 그린브라이어 클래식 4라운드에서 후반 홀부터는 그린에 올라갈 때마다 퍼터가 아닌 웨지를 꺼내 들었다. 스트렙이 9번 홀에서 퍼터를 캐디백 근처에 던졌는데 그 순간 헤드와 샤프트를 연결하는 목이 부러져 사용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 골프 규칙에서는 라운드 중에 플레이 외적인 손상으로 클럽의 성능이 변경되면 이후 라운드 중에는 그 클럽을 사용하거나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트렙은 웨지 날을 이용해 퍼트를 하면서 후반에만 5개의 버디를 잡는 묘기를 보여줬다. 파4 13번 홀에서는 8m나 되는 버디 퍼트를 웨지로 넣는 묘기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회 우승자는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였다.

05. 한 홀에서만 5벌타

김현수가 지난 10월 23일 경기도 광주 남촌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KB금융스타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한 홀에서만 무려 5벌타를 받는 불운을 겪었다. 김현수는 파4 9번 홀에서 티샷이 우측으로 크게 밀리자 만약을 대비해 잠정구를 쳤다. 러프 근처에서 원구를 찾아냈다고 판단한 김현수는 두 번째 샷을 마쳤고, 잠정구를 집었다. 하지만 그린에서 자신의 공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원구를 다시 찾으러 되돌아갔지만 공을 찾지 못했다. 김현수는 오구 플레이에 2벌타, 로스트볼에 2벌타, 플레이 중인 볼을 집어든 행위에 대한 1벌타를 합해 한 홀에서만 5벌타를 받고 말았다. 잠정구 위치에서 일곱 번째 샷을 그린 엣지에 떨어뜨린 뒤 8번째 샷으로 홀인하면서 쿼드러풀 보기 즉 ‘양파’로 끝냈다.

06. 라운드 중에 캐디 해고

호주의 로버트 앨런비가 지난 7월 2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에서 열린 PGA투어 RBC 캐나다오픈 1라운드 경기 도중 캐디인 믹 미들레모를 해고했다. 파5 13번 홀에서 앨런비는 트리플 보기를 한 뒤로 캐디 미들레모를 해고하고 갤러리이던 톰 프레이저라는 골퍼에게 골프백을 맡겼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150야드를 남기고 미들레모는 8번 아이언을, 앨런비는 7번 아이언을 주장하다가 결국 8번 아이언을 잡았지만 바람 때문에 샷이 홀에 못 미치면서 다툼이 격해졌다고 한다. 앨런비는 그날 9오버파를 친 뒤 기권했다. 캐디 경력 15년인 미들레모는 “앨런비와 함께 하다가 도중에 그만둔 캐디만 내가 네 번째”라고 말했다.

07. 한 홀에서 2개의 홀인원

지난 6월 27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한 홀에 2개의 홀인원이 나왔다. 이날 행운의 주인공은 박서영과 이은주였으나 그날 저녁에는 희비가 많이 엇갈렸다. 오전조 1번 홀에서 출발한 박서영은 150야드 6번 홀에서 6번 아이언으로 티 샷을 했다. 이 볼은 그린에 떨어진 뒤 홀컵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프로 데뷔 이래 첫 홀인원이었으나 이날 3오버파 75타로 라운드를 마쳤다. 대신 부상으로 1000만원 상당의 아이언 세트를 받았다. 오후조인 이은주는 2번부터 5번 홀까지 연속 보기만 적어내다가 6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앞서 박소영이 먼저 홀인원을 한 때문에 이은주는 부상을 받지는 못하고 홀인원의 기쁨만 누렸다. 그날 저녁에 두 선수의 심정은 뚜렷이 대비되었을 것이다.

08. 도핑 적발로 출전 정지

미국의 스콧 스털링스가 지난 7월 6일 그린브라이어클래식을 마친 후 무작위로 실시된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3개월 출전 정지를 받았다. 스털링스는 금지 약물이 포함된 영양 보충제를 먹었다가 도핑 테스트에 적발됐다. PGA투어에서 3승의 스털링스는 2008년 PGA투어가 도핑 테스트를 실시한 이후 적발된 세 번째 선수가 됐다.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가 도핑에 적발된 것은 처음이었다. 스털링스는 3개월 동안 출전을 하지 못하면서 상금을 획득하지 못해 출전권을 잃고 말았다.

09. 공 굴려서 라운드 종료

아르헨티나의 안드레스 로메로는 지난 8월 9일 미국 네바다주 리노의 몽트뢰 골프장에서 열린 2부 투어 배라큐다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오른손을 다치자 15번 홀부터 마지막 4개 홀을 티샷 대신에 굴려서 홀아웃했다. 일반 스트로크플레이 방식이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회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방식에 따르면 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는 2점, 파는 0점을 주고 보기는 1점, 더블보기 이하는 3점을 빼는 방법으로 순위를 매긴다. 한 홀에서 아무리 많은 타수를 쳐도 3점까지 제한다. 공동 14위에서 라운드를 시작한 로메로는 부상 때문에 샷을 못하자 기권하지 않고 이 같은 묘안을 낸 것이다. 4개 홀에서 로메로가 잃은 점수는 12점이다. 이날만 총 9점을 까먹은 로메로는 중간 합계 11점로 공동 66위에 올랐지만 결국 마지막날 출전을 포기하고 말았다.

10. 305m 파4 홀 홀인원

스페인의 하비에르 콜로모는 지난 5월 8일 모리셔스 벨옴브레의 헤리티지GC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모리셔스오픈 2라운드에서 305m 전장의 파4 9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유럽프로골프 투어 사상 파4 홀에서 홀인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콜로모는 “공이 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갤러리들의 함성을 듣고서야 알았다”면서 기뻐했다. 10번 홀에서 2라운드를 시작해 9번 홀이 마지막 홀이었던 콜로모는 반드시 버디를 해야만 컷을 통과할 수 있었으나 이 행운의 홀인원으로 여유 있게 3라운드에 진출했다. 미PGA투어에서 지난 3월 발레로텍사스오픈 1라운드에서도 호주의 애런 배들리가 336야드, 파4인 17번 홀에서 홀인원을 했으나 첫 티샷이 아웃오브바운즈(O.B)였던 탓에 버디로 기록됐다.

-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부장

1312호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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