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Letter] 일본프로야구 구단의 혁신 

 


올해 일본프로야구의 최종 우승은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차지했습니다. 호크스는 지난 6년 동안 재팬시리즈 우승 3번, 리그 우승을 4번이나 휩쓸며 명실상부한 최강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호크스는 원래 강팀이었지만, 이 같은 저력을 보여준 것은 근래 들어서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04년 파산 위기에 빠진 다이에로부터 구단을 사들여, 꾸준한 지원과 기다림으로 호크스를 강팀으로 길러냈습니다.

일본프로야구는 전통적으로 철도회사와 언론사들의 주무대입니다. 12개 구단 가운데 철도회사와 관련된 구단은 6개며, 언론사와 관련된 곳도 3개나 됩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 IT기업들로 판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경제가 노화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구단주들의 위상은 감소한데 비해 신흥 IT기업들은 승승장구했죠. 이를 바라보는 일본 야구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구단을 운영할 능력이 있느냐’ ‘자금력은 되느냐’ 등등. IT기업에 구단을 넘겨줄 바에는 차라리 구단 수를 줄이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지난 2013년 재팬시리즈를 제패하며 강팀 대열에 동참했고,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도 팀의 기본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습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막대한 돈으로 팀 순위를 유지하는 데 비해, 이들 팀들은 신인 선수를 육성해 짜임새 있는 타선과 선발진을 구축했습니다. 세이버매트릭스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죠. 이 덕에 호크스와 골든이글스가 속한 퍼시픽리그는 이제 센트럴리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환경, 시스템에 배타적이게 마련입니다. 오랜 기간 맞춰온 시스템을 바꾸는 데 따르는 여러 충돌과 비용을 걱정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세상이 변하는데 나만 바꾸지 않는다면 도태되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많은 국내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와 시스템 혁신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못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일본프로야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만 부르짖다 한동안 침체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IT기업들을 수혈하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만이 기업의 영속적인 활동을 보장하지 않을까요?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1312호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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