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업계 ‘허니버터칩’리큐르는 수도권 소주시장 판도도 바꿔놨다. 국내 소주시장은 점유율 46.1%를 차지하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공고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17.1%, 무학의 ‘좋은데이’는 11.6% 점유율로 1강2중 양상이다. ‘처음처럼’은 오랫동안 수도권에서 ‘참이슬’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견고한 ‘참이슬’의 벽을 넘지 못했다.롯데는 동남권인 부산·울산·경남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이 지역에도 절대강자가 존재했다. 무학의 ‘좋은데이’가 75%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롯데는 그룹의 아성인 국내 동남권 시장에서 소주 주도권을 가져와 전국 점유율을 높일 전략을 세웠다. 전략 무기가 ‘순하리’다. 그래서 롯데가 리큐르를 처음 선보인 곳도 부산지역 대학가다.시장 판도는 예상과 좀 다르게 흘러갔다. ‘순하리’ 이후 무학도 5월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란 이름의 리큐르를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유자 한 가지 맛인 ‘순하리’와 달리 블루베리·석류·유자·복숭아 등 다양한 맛을 선보였다. 특히 롯데가 동남권을 치고 들어오는 사이 무학은 수도권을 공략했다. 지금까지 수도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좋은데이’란 브랜드를 알릴 기회였다. 무학의 일부 대리점에선 리큐르에 일반 소주 ‘좋은데이’를 끼워주면서 브랜드를 홍보했다. 롯데의 리큐르 지방 공략이 무학의 수도권 공격에 길을 터준 셈이다. 무학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는 5월 출시 이후 2개월 만에 2500만병이 나갔다. 이 중 1000만 병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판매됐다. 판매량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팔린 것이 무학에겐 가장 큰 소득이다.
전국 소주시장 판도 지각변동하이트진로 역시 ‘자몽에이슬’이란 리큐르를 내놨다.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놨던 리큐르 제품을 한국인 입맛에 맞춰 시장에 출시했다. 하지만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진 않았다. 이미 일반 소주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굳이 생산라인을 바꿔가며 번외 경기를 치를 필요가 없었다. 출시 직후인 6월에 300만병으로 시작한 ‘자몽에이슬’은 7~9월 690만병, 10~11월 720만병 정도 수준만 판매하고 있다.결과적으로 하이트진로는 수도권을 수성했다. 롯데는 동남권을 중심으로 전국 리큐르 시장을 선점했다. 무학은 수도권에 진출해 시장을 확대했다. 더위가 한풀 꺾인 9월부턴 리큐르 인기가 다소 시들해졌다. 무학의 리큐르는 시장 규모가 줄어들며 전체 소주 생산의 10%만 유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리큐르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 롯데도 지난 여름만큼 뜨겁게 판촉 전을 벌이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럼없이 소주를 주문하는 젊은 여성이 늘어났고, 리큐르는 한국인의 주요 주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리큐르: 희석식 소주에 물이나 과일향 등을 별도로 섞어 바로 마실 수 있는 RTS(Ready To Service) 주류를 말한다. 발효주를 끓여 높은 도수로 만든 술을 증류주라고 하는데, 증류주에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들면 혼성주가 된다. 리큐르는 주종으론 혼성주에 속하고 형태론 RTS에 포함되는데, 주류 업계에선 통상 RTS라고 지칭한다.
[박스기사] 리큐르의 등장 왜? - 또 하나의 순한 소주 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