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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전쟁의 내일] 이륙 준비하는 ‘드론 택배’ 

세계 각국, DHL부터 구글까지 속속 참여 … 무인 배송로봇 등장도 임박 


▎DHL이 선보인 택배용 드론. / 사진:중앙포토
현재 세계 택배시장의 화두는 무인항공기 ‘드론’이다. 아마존·DHL·구글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드론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 중이다. 드론 택배의 포문을 연 건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이다. 2013년 12월 ‘프라임에어’라는 배송시스템을 선보였다. 물품 배달을 위한 재고 관리부터 유통까지 모든 부문을 자동화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그 중심에 드론이 있다. 아마존 측은 “드론을 활용해 물류센터로부터 반경 16km 이내에 있는 소비자에게 30분 내에 물건 배송을 완료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구글도 드론 택배시장에 뛰어들어

이후 많은 기업이 드론 택배 진영에 합류했다. 영국의 도미노 피자는 2014년 6월 드론이 피자를 배달하는 모습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또 다른 택배회사 DHL은 2014년 9월 육지에서 12km 떨어진 독일의 한 섬에 의약품과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윌마트와 알리바바와 같은 대형 유통 업체들도 드론 택배 경쟁에 가세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글로벌 IT 공룡기업 구글이다. 지난해 멕시코의 드론 제조 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깜짝 인수하며 드론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구글이 드론을 인수해 구글맵이나 정보 수집에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구글은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렸다. 구글에서 드론 사업을 총괄하는 ‘프로젝트 윙’을 이끄는 데이비드 보스는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항공교통관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또 한번의 깜짝 발표를 했다. “구글은 2017년을 목표로 드론을 활용한 물품 배송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드론은 빠르고 저렴하게 물건을 배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도 많다. 하늘을 나는 만큼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센서를 갖추고 다수의 카메라를 드론에 장착해야 하는데, 이 때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테러 관련 이슈도 있다. 드론은 최초 개발 목적이 군사용이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드론의 90% 이상을 군사용으로 사용한다. 드론이 상용화된다면 이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에도 많은 나라가 드론을 활용한 택배산업에 힘을 쏟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드론과 이를 활용한 물류산업은 쉽게 포기하기 힘든 미래의 먹거리다. 2012년 프랑스는 일찌감치 드론법을 개정했다. 미국의 연방항공청(FAA)도 드론 택배 사업 승인을 위한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 드론 택배 사업을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바꾸는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관련법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더 적극적인 드론 택배 도입을 추진 중이다. 11월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 경제계 대표들이 모이는 ‘관민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국가 공공사업을 수주하는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드론을 사용하는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나서서 드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세부 계획에는 2020년까지 드론 택배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대대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드론이 장악하고 있는 택배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로봇을 활용한 육로배송 서비스다. 인터넷 무료 통화 서비스로 이름을 알린 스카이프의 공동 창업자 아티 헤인라와 야누스 프리스는 최근 ‘스타십 테크놀러지’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스타십’이라는 무인 배송로봇을 만든다. 이 로봇은 시속 6km 정도의 속도로 최대 3.5km 떨어진 곳까지 물건 배송이 가능하다. GPS를 활용하며 인도에서 사람을 피하고 신호등의 신호를 구별해 건너는 기술을 갖췄다. 스타십 테크놀러지 관계자는 “충전 방식의 소형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1회 배송에 1달러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는 드론 배송의 10분의 1수준”이라고 밝혔다. 2016년 미국과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후, 2017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스타십 역시 관련 법안 마련이 필요하지만 드론에 관한 규제보다는 덜 까다롭기 때문에 빠르게 보급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택배시장에서도 드론은 뜨거운 감자다. 문제는 해외보다 더욱 까다로운 규제다. 국내에서 드론은 초경량비행장치로 등록되는데 한번 띄우려면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지방항공청으로부터 비행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나마 비행 가능공역도 한정돼 있다. 일부 군사지역에서는 국방부·항공청·수도방위사령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의 드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년 전부터 있었다. 드디어 정부가 화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재로 11월 6일 열린 ‘제4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이 드론과 택배였다. 정부는 드론 택배산업 육성을 위해 대한항공·KT·CJ대한통운 등 15개 사업자를 선정해 강원·대구·부산·전남 일부 지역에서 드론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라 150kg 이하 무인 비행장치는 150m 이하 고도에서만 비행이 가능한데, 시험 공역의 야간에 한해서 가시권 밖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도록 한 것. 일단은 구호품을 필요한 지역에 배송하는 테스트를 진행한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고 민간 사업자가 동참하는 만큼 한국의 드론 택배사업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드론 택배 사업의 한계를 지적한다. 드론 택배가 한국의 환경과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 택배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은 주요 주거 공간이 아파트다.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드론을 이용한 배송은 위험할뿐더러 효율적이지도 않다. 또 한국은 분단국가로 군사시설이 많아 보안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스마트폰 활용한 택배사업 활발

한국의 택배 사업을 ‘드론’ 중심으로 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해외와 비교해 기술적으로도 부족하고, 환경도 좋지 않다. 하지만 한국은 IT를 이용한 택배 시스템을 구축해 미래 택배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이미 많은 회사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택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스마트폰만 열면 내가 주문한 물품이 몇 시에 어디서, 출발하고 언제 도착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택배기사의 이동경로를 GPS로 보여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택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스마트 무인 택배함’을 설치하는 업체가 늘었다. 택배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받은 비밀번호만 가지고 무인함에서 택배를 찾을 수 있다. 집 주소를 제공하지 않고, 직접 택배기사와 대면할 일도 없어서 혼자 사는 여성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아예 출퇴근 경로에 있는 지하철의 사물함을 이용해 물건을 주고 받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해외의 택배가 항공 기술로 난다면, 한국의 택배는 감성 기술을 바탕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1313호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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