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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국인의 삶을 바꾼 히트상품 | 허니 열풍] 과자부터 화장품까지 ‘허니 허니’ 

불황 때 나타나는 ‘작은 사치’ 심리의 일종 ... 극단적 맛 선호하는 경향이기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에게도 ‘허니 열풍’이 불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유커가 찾은 인기 상품 상위 10개 제품 중 3개가 허니버터 스낵이었다. 1위는 ‘허니버터 아몬드’가 차지했다. 6위와 7위도 ‘허니버터 믹스넛’과 ‘허니통통’이 이름을 올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한국에서 허니버터 과자가 인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중국인이 많다”라면서 “한국 관광 책자에도 한국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 중 하나로 허니버터 과자가 실려있다”고 설명했다.

유커에게도 ‘허니 열풍’

지난해 8월 ‘허니’ 열풍을 몰고 온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출시 이후 현재까지 1100억원 넘게 팔렸다. 15개월 연속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허니버터칩 후속 제품인 ‘허니통통’도 올 1월 출시 이후 매월 40억원어치 이상 팔리고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두 과자의 올해 매출은 15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해태제과의 올해 매출 예상치(8000억원)의 20%에 달하는 금액이다. 기름에 튀긴 감자스낵에 꿀을 덧바른 허니버터칩은 달콤함에 버터맛까지 더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출시 이후 유사 상품이 쏟아졌다. 농심 ‘수미감자칩 허니머스타드’, 오리온 ‘포카칩 스윗치즈’ 등 비슷한 제품이 20종 이상이 나오면서 ‘달콤한 감자칩’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

허니와 관련된 스낵 제품 출시가 늘면서 올해 제과 시장도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제과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허니 열풍은 감자 스낵에만 머물지 않고 요거트, 음료, 치킨 등 식품 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삼립식품은 국내산 아카시아 벌꿀을 함유한 ‘허니롤케익’을 선보였고, 빙그레의 요거트 브랜드인 ‘요맘때’는 국산 벌꿀을 담은 ‘허니 플레인’ 제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굽네치킨은 카레 양념치킨을 오븐에 구워 꿀을 바른 ‘허니커리 바사삭 치킨’을, BBQ는 아카시아 벌꿀과 마늘소스가 들어간 ‘허니갈릭스’를 내놨고, 이후 올해 대표 메뉴가 됐다.

식품 업계에서 꿀의 인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디저트 전문기업인 소프트리가 선보인 벌집 아이스크림이 원조격이다. 소프트리 벌집 아이스크림은 유기농 우유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벌집을 올려 단맛을 강조했다. 벌집 아이스크림 등장으로 이후 유사 업체들이 생기며 인기를 이어갔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지난해 9월 꿀 스낵이 출시되면서 허니 열풍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허니 열풍은 먹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꿀 성분이 든 화장품도 등장했다. 꿀에는 비타민·미네랄·아미노산·효소 등이 풍부해 피부 재생을 촉진한다. 살균력이 있어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도 효과적이다. 예부터 입술이 트거나 염증이 생기면 꿀을 입술에 발랐던 것도 바로 꿀의 이러한 효능 때문이다.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는 올해 대표 상품군으로 ‘로열 허니’를 적극 앞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대표 보습 라인 ‘로열허니 라인’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로열허니 에센셜 라인’을 출시했다. 토너, 에멀전, 세럼, 크림, 아이크림까지 총 5종으로 구성된 ‘로열허니 에센셜 라인’은 60일 동안 농축 숙성된 전라남도 화순 임형문 장인의 완숙꿀을 담았다. 미샤도 벌꿀과 버터 성분을 함유한 워시오프팩 ‘허니버터팩’, 토니모리는 ‘원더 허니 보습 크림’ 등을 선보이며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다. 허니 제품이 늘면서 국내 꿀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양봉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꿀 수매량은 800t으로 2013년(211t)보다 4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올 11월 말까지 꿀 수매량은 1200t이다.

이처럼 업계 구분 없이 ‘허니’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불황에 나타나는 소비 형태인 ‘작은 사치’에 있다. 고가이면서 건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꿀을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먹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작은 사치’ 기조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작은 사치의 형태로 마카롱·아이스크림·초콜릿 등 달콤한 디저트가 인기를 끈 것도 비슷한 이유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 탓에 전반적 소비심리는 위축됐지만 사고자 하는 욕구는 그대로 남아 자기만족과 행복을 느끼려는 ‘작은 사치’ 심리가 젊은층 전반에 퍼져있다”고 분석했다. 허니 열풍도 이런 흐름에 따른 현상이라는 의미다.

젊은층 입맛은 쉽게 변할 수도

또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단맛을 선호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통상 스트레스가 높아질수록 ‘단맛’과 ‘짠맛’ 같은 극단적인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성향이 있다. 실제로 적당량의 단맛은 포도당을 빠르게 올려 두뇌활동을 돕고 원기를 순식간에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는 좋은 에너지원이 된다. 일본 능률협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장기 불황 속에서 소비자들의 입맛은 ‘깊이 있는 맛’ ‘산뜻한 맛’ 등의 선호도는 줄어든 반면 ‘단맛’의 선호도는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도 경제 불황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단맛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 한해 달콤 스낵 열풍을 일으켰던 허니 열풍이 곧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홈플러스에서 판매되는 전체 감자칩 가운데 허니감자칩 매출 비중은 지난 6월 40%에서 11월 16%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허경옥 교수는 “허니 열풍은 단맛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소비가 늘면서 불황 속에서도 높은 매출을 올렸지만 젊은층의 입맛은 쉽게 변한다”며 “기존 허니 제품을 뛰어 넘는 새로운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인기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s.com

1314호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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