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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신차 판매 목표 달성률 집중 분석] 불황에도 신차 절반은 목표지점 통과 

가격 할인, 다양한 혜택, 저유가에 ... 전체 시장 성장률 8% 넘어 

2015년 11월까지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163만2929대다. 불황이 이어졌지만 역대 최초로 연간 판매 18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격 할인, 다양한 혜택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저유가도 판매량 증가에 한몫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출시된 신차는 100여 종이다. 이 중 판매 목표를 밝힌 20종의 목표 달성률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목표를 뛰어넘는 성과를 올렸다. 목표의 절반을 채우지 못한 차는 4종이었다. 신차의 희비를 가른 성공·실패 요인을 살폈다. 격변기를 맞은 수입차 브랜드의 성적표도 들여다 봤다.


늘어나는 차종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해마다 자동차 시장에는 100여종이 넘는 신차가 쏟아진다. 자동차 브랜드의 고민이 깊다. 경쟁자는 늘고 소비자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진다. 가격·디자인·성능 중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 굳이 그 차를 사지 않아도 대안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소비자에 선을 보이는 신차들은 더욱 어려운 관문을 뚫어야 한다. 출시 초반 주목을 받으면 생각보다 순조롭게 판매가 늘지만, 자칫 판매량이 주춤하면 영원히 잊혀지는 차가 될 수 있다.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은 순수 신차나 풀체인지 모델일수록 초반 기세가 중요하다.

올해도 100여종이 넘는 신차가 국내 시장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상당수가 변화의 폭이 적은 부분변경 모델이거나, 기존 라인업에 새로운 유종·배기량 등을 추가하는 모델이었다. 풀체인지 모델과 신차는 20여종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국내 시장에 선을 보인 신차 중 판매 목표를 밝힌 20대를 분석했다. 월 평균 판매 목표와 월 평균 판매 달성률을 살폈다. 신차의 성공 기준 가운데 하나가 판매 목표다. 목표를 기준으로 수급 계획을 짜기 때문에 판매가 목표량에 미치지 못하면 자동차 브랜드에게는 그만큼 부담이다. 특히 해외에서 생산된 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수입차 브랜드에게는 목표 달성 여부가 중요하다. 팔리지 않는 만큼 재고로 남는다.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무리하게 가격을 낮췄다간 제값을 주고 차를 산 고객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20대의 신차는 전반적으로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20대 중 11대가 목표 이상의 판매에 성공했다. 목표 달성률 50% 미만의 차는 4종에 불과했다. 본지는 2013년부터 해마다 신차 판매 목표 달성률을 분석하고 있다. 2013년(1215호)에는 19종의 자동차 중 3종만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2014년(1264호)에는 19종 중 5종이 목표치 이상을 팔았다. 최근 2년간의 데이터와 비교하면 올해 신차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목표치 절반도 못 채운 차 4종에 불과

올해 유독 신차의 성적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전체 시장의 파이가 커진 데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자동차 내수판매는 163만2829대(수입차 21만9534대 포함)를 기록했다. 11월까지의 판매가 지난해 전체 판매량(165만대)에 육박한다. 12월 판매까지 집계되면 전체 판매가 180만대를 뛰어 넘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역대 자동차 판매량이 180만대를 넘어선 해는 없다.

올해 예상보다 많은 자동차가 팔린 이유는 무엇일까?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산차의 경우 개별소비세 인하와 러시아·브라질 같은 신흥국의 경기 침체로 국내 시장에 더욱 집중한 게 판매량 증가의 배경”이라며 “수입차 판매는 유로화 약세와 유로6 도입,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에 따른 가격 할인에 힘입어 늘었다”고 분석했다. 올해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는 정책을 폈다. 기왕 차를 구입할 예정이면 연내에 사겠다고 결심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또 최근 국산차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데 주력했지만 올해는 신흥국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전략을 바꿔서 국내 시장 공략에 집중해 판매가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저유가 기조도 자동차 판매량 증가에 플러스 요인이 됐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많은 브랜드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쳤다. 큰 할인폭과 다양한 혜택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가 유로화 약세다. 내수시장의 수입차 판매 중 70% 이상이 유럽 브랜드다. 유로화 약세로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폭이 커졌다. 판매가 부진하면 곧바로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9월 디젤차의 유로6 기준을 도입한 것도 수입차의 판매 경쟁을 부추겼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따라 기존 유로5 환경기준을 충족한 차는 국내 시장에 판매가 불가능했다. 이런 재고 물량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수입차 브랜드가 많았다. 수입차 시장의 악재로 여겨졌던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는 오히려 수입차 판매를 늘리는 기폭제가 됐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10월 수입차 판매는 1만7423대로 줄었는데, 11월에는 2만2991대로 크게 늘었다. “폴크스바겐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이나 일본의 자동차가 주목을 받았다. 이어서는 폴크스바겐이 판매 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할인정책을 펼치면서 수입차 판매량이 더욱 늘어나는 결과가 나왔다.” 고태봉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 성장률 8% 넘어


결국 전체 자동차 수요의 증가가 신차의 판매 목표 달성을 도운 셈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올해 초반만 해도 2015년 국내 자동차 시장 성장률은 2~3% 수준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최근의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그마저도 높다는 의견이 있었다. 대부분 자동차 브랜드가 2~3%의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목표를 잡았는데, 실제 시장은 8% 이상이 컸으니 목표 달성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신차를 출시하는 브랜드의 전략도 좋았다. 시장 상황이 좋다고 모든 차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신차 출시 경향을 보면 팔릴 만한 차들이 적절한 시기에 시장에 나온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취향이 까다로워진 만큼 자동차 브랜드의 대응능력도 좋아졌다는 뜻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한국은 가솔린 세단 중심의 시장이었다. SUV·해치백·미니밴·웨건 같은 차들의 성공 확률이 높지 않았다. 시장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디젤차가 인기를 끌고 예상외 세그먼트의 차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혼란을 겪는 브랜드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어떤 차가 얼마만큼 팔릴지 계산이 서기 시작했다. 과거엔 물량을 너무 많거나 적게 확보해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는 주문을 받으면 1~2달 내에 출고가 가능한 수준에서 대응한다. 그만큼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게 가능해졌다.”

팔릴 차, 안 팔리 차 ‘계산이 선다’

판매 목표를 밝힌 대다수 신차가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목표를 달성한 차는 한 숨을 돌렸고, 목표치의 절반도 못 채운 4종(C4 피카소, 레전드, 아슬란, A1)의 한숨은 깊다. 크게 기뻐할 필요도, 낙심할 필요도 없다. 2016년이 있기 때문이다. 장문수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사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어지러운 형국이었다. 예상외로 판매량이 많았다. 판매에 영향을 주는 외생 변수가 많았고 브랜드간 출혈 경쟁도 심했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는 2016년이 자동차 본연의 품질로 경쟁하는 본격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1315호 (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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