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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질주한 신차] SUV 열풍에 쏘렌토·체로키 함박웃음 

합리적 가격에 기본기 탄탄 … 수퍼카 틈새 공략한 i8 


▎기아 SUV 쏘렌토.
부산에 사는 최규영씨(61) 지난해 신형 쏘렌토를 구입했다. 30년 넘게 세단만 타다가 처음으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사야겠다는 맘을 먹었다. 최씨는 “주변에 추천하는 사람도 많고, 딸 내외랑 손녀랑 같이 여행도 가고 싶어 SUV를 택했다”고 말했다. 막상 SUV로 마음을 정했는데 그 다음이 막막했다. SUV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SUV 차량을 쏟아냈다. 적당한 가격에서 구매를 할 수 있는 수입 SUV도 많았다. “가족들도 태우려니 소형 SUV를 일단 목록에서 지웠어요. 7인승 넘어가는 RV는 운전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뺐어요. 수입 SUV 몇 대를 놓고 고민했는데, 아무리 가격이 싸졌다고는 해도 동급 국산차와 비교하면 500만~1000만원은 더 비싸더군요. 이렇게 빼고 저렇게 빼고 하니 마지막에는 기아차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가 남더군요.” 최씨는 결국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드는 쏘렌토를 최종 낙점했다.

기승전‘쏘렌토’. 어떤 SUV를 살까 고민을 거듭해도 결론은 쏘렌토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8월 나온 3세대 올 뉴 쏘렌토는 그만큼 강점이 많은 차다. 2009년 2세대 쏘렌토를 출시한 후 3세대 모델을 내놓기까지 개발에 5년 넘게 공을 들였다. 콘셉트부터가 ‘격이 다른(Upper Class) 차’다. 동급 차종과 비교해 어느 한 곳 빠지는 데가 없다. 기아차가 자랑하는 디자인은 물론이고 주행성능, 내부 인테리어, 실용성까지 두루 뛰어나다. 2000만원 후반대에서 시작하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쏘렌토만큼 고급스럽고 잘 나가는 SUV를 수입차에서 찾으면 가격은 40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쏘렌토와 경쟁을 할 만한 차는 현대 싼타페 밖에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쏘렌토 올해 누적 판매량 6만대 넘어


▎BMW 플러그인하이브리드 i8.
쏘렌토는 출시와 동시에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이후 월 판매량이 5000대 밑으로 떨어진 적이 단 한 번(2014년 10월) 밖에 없다. 연간 5만대를 팔겠다고 했는데, 이미 올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판매량(6만4593대)이 연간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SUV의 특수 시즌인 6~7월에 고점을 찍었고, SUV 비수기인 겨울에도 월 5000대 이상의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올 6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신차 효과를 누리고 있는 싼타페와의 판매 경쟁에서는 조금 밀리고 있다. 하지만 격차가 크지는 않아서 2015년 마지막까지 최고의 SUV를 가리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SUV 열풍에 편승해 인기를 누리는 수입차도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프 체로키다. 크라이슬러는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다. 지난해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와 합병하면서 ‘피아트-크라이슬러(FCA)’로 다시 태어났다. 미국의 자동차 기술과 유럽의 디자인 감성이 만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케 했다. 체로키는 정통 SUV의 강자다. 다소 투박하지만 오프로드를 씩씩하게 달리는 이미지로 매니어층을 확보했다. 크라이슬러의 정통 SUV 체로키가 피아트를 만나자 첫 인상부터 달라졌다. 정면에 체로키를 상징하는 두툼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그대로였지만, 눈매(헤드램프)가 작고 날카롭게 변했다. 전체적인 라인도 부드럽고 세련되게 바뀌었다.

지난해 8월 올 뉴 체로키가 국내 시장에 등장하자 대중에 평가는 엇갈렸다. 기존 체로키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눈매와 몸매가 바보스럽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강인함에 부드러움을 섞어 대중화에 성공한 레인지로버처럼 체로키도 더 많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결과는 후자의 의견에 힘이 실렸다. 체로키는 월 평균 100대 판매를 목표로 출시했는데 월 평균 148대를 팔았다. 오프로드의 강자에서 도심에서도 빛나는 SUV를 콘셉트로 인기몰이를 했다.

체로키의 판매전략도 빛을 발했다. 체로키의 출시 가격은 4990만~5640만원이다. 국산 중형 SUV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국내 시장에 새로 얼굴을 알리는 체로키 입장에서는 초반 판매가 중요했다. 그래서 택한 승부수가 가격 인하 정책이다. 체로키는 지난해 8월 출시하면서 500대에 한정해 최대 600만원까지 할인하는 정책을 폈다. 이에 따라 국산 중형 SUV와의 가격차가 크게 줄었다. 식상한 국산 SUV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고려할 만한 가격이 됐다. 초반 준비한 500대 할인 물량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크라이슬러는 가격 할인 정책을 연말까지 연장하면서 판매량을 유지했다.

지프 체로키의 가격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있다. 체로키는 지금까지도 할인된 가격으로 차를 팔고 있다. 사실상 할인가가 정상가였던 셈이다. 일종의 꼼수을 부렸다. 그러나 물건이 좋아야 꼼수도 통하는 법이다. 가격을 아무리 할인해도 안 팔릴 차는 안 팔린다. 체로키는 높은 상품성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높은 연비와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초반의 좋은 반응이 지속적인 판매량의 증가로 이어졌다.

없어서 못 파는 i8

쏘렌토와 체로키가 SUV의 특수를 누렸다면,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을 거둔 차도 있다. BMW가 내놓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i8이다. ‘미래에서 온 자동차’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친환경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와 달리 i8은 폭발적인 성능에 방점을 찍은 차다. 최대 362마력의 힘을 자랑하고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4초다. 가격이 2억원에 달하는 최고급 수퍼카다. BMW는 월 15대 정도의 i8이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185대의 물량을 배정 받았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이미 예약 물량으로만 185대를 넘어섰다. 차를 살 의사가 있음에도 물건을 받지 못하는 대기자가 많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을 가진 자동차의 등장에 고액 자산가들이 지갑을 열었다. “현재 차량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연예계 스타와 기업가들이 다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5월에는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포르쉐를 제치고 1억원 이상 고가 차량 판매 1위를 달성했다. 9~10월에는 총 10대가 팔렸는데, 이는 예약이 밀리며 물량 공급이 어려워 생긴 결과다. 말 그대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없어서 못 파는 차’가 i8이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1315호 (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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