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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후폭풍] 영세사업자 웃고 카드사 직원, 소비자 울다 

이익 감소 우려에 카드사 인력 감축-서비스 축소... 1월 말부터 수수료율 인하 


2016년 1월 말부터 시행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앞두고 카드 업계가 울상이다. 순익이 감소할 게 뻔해서다. 카드 업계는 이에 따라 인력을 감축하고,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있다. 밴(VAN)사(결제 승인 대행업체)에 주는 수수료도 깎을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밴사가 집단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새로 만드는 카드의 혜택을 대폭 줄이고 있어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카드사 손실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세·중소가맹점은 웃지만 카드사 직원과 소비자, 밴사는 울상을 짓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카드사 수익의 절반 차지


지난 11월 초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6년 1월 말부터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0.7%포인트,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0.5%포인트 인하된다. 이번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지난 2012년 말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 3년마다 수수료율을 재산정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소상공인단체를 중심으로 높은 카드 수수료율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 영세·중소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을 시행령에 못 박도록 규정했다. 법 개정 이후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은 기존 1.8%에서 1.5%로 내렸다. 이후 3년 만에 다시 내리는 것이다. 카드사용이 늘면서 카드사의 수수료 수입이 늘었고, 시중금리가 내려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든 만큼 수수료율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앞두고 카드사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 수익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비중은 49.9%였다. 금융 위원회는 이번 조치로 영세·중소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가 6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 금액만큼 이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미 지난 2012년 카드 수수료율을 낮췄을 때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2013년 순이익은 2011년보다 25% 줄었다. 2015년 상반기 카드사의 당기순이익(1조877억원)과 하반기 순이익 추정치를 합치면 2조원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 계산대로라면, 수수료 감소로 카드사들의 순익 30%가 사라지는 셈이다.

카드 업계는 화살을 밴사로 돌렸다. 카드사가 밴사에 주는 수수료를 인하해 손실분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밴 업계가 결사 반대하면서 상황은 점점 꼬이고 있다. 수익을 메울 대안이 없는 카드사들은 인건비나 광고비 등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형 A카드사 관계자는 “내년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고, 300여명의 계약직도 정규직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자진 퇴사가 이뤄져도 인원 보충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미 감원을 했거나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곳도 있다. 신한카드는 12월 21일부터 23일까지 7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013년 이후 2년 만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15부터 가맹점 수수료가 떨어지는 등 수익이 크게 줄 수밖에 없고, 카드 업계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도 최근 임원 인사에서 34명 중 8명이 짐을 쌌다. 중소형 B카드사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율 인하 폭은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커 내년 수익은 예상보다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이런 경영환경 속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카드 결제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수수료 인하 효과를 상쇄해왔다. 그러나 체크카드와 소액결제 비중이 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체크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지난 3분기 16.6%로 신용카드(12.4%)보다 높다. 여기에 내년 하반기 인터넷은행들이 중금리 대출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카드론·현금서비스 대출로 얻던 수익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카드 업계의 하소연이다.

금융당국은 ‘엄살’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수수료율 인하는 카드사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저금리 기조로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졌고, 지난 7월부터 밴사 리베이트가 전면 금지된 점 등을 들어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낮출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영세가맹점의 부담을 줄여주려다 오히려 카드 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지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를 줄이거나 포인트 할인 등의 혜택을 없앨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수수료율 인하 이후 카드사들은 지난 3년간 모두 79차례 부가서비스 축소·폐지하는 약관변경을 신고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떠넘겨지는 셈이다.

급한 불 끄려 인력부터 줄여


벌써 이런 움직임이 보인다. 신한카드는 ‘The ACE SKYPASS 카드’, ‘Hi-Point RPM 카드’ 등 10개 카드의 신규 발급을 올 연말까지만 하기로 했다. ‘RPM카드’는 전월 실적에 상관없이 주유 시 L당 100원(휘발유 기준)을 적립해 줘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상품이다. KB국민카드도 ‘포인트리’시리즈 4종을 비롯해 27개 카드 발급을 2016년부터 중단한다. 금융포인트리 카드는 전월 실적에 상관없이 사용액의 0.5%를 적립, 주유·통신·대형 할인점 등에서는 3%까지 포인트 적립이 가능해 카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알짜 카드로 꼽혔다. 직장인 이주연(34)씨는 “소비자들의 혜택이 늘기는커녕 있던 혜택마저도 줄어들게 됐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가맹점 수수료 인하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카드사에 과도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안 관련 쟁점 및 과제’ 보고서를 통해 ‘시중금리가 낮아졌지만, 현금서비스나 카드론과 달리 가맹점 수수료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밝혔다. 또한 ‘전체 가맹점 결제 관련 비용에서 자금조달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10%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수료율 인하는 자금조달 비용에 비해 과도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국내 카드 업계는 해외에 비해 마케팅 경쟁이 과도하고, 그 부담을 가맹점들이 부담하는 구조”라며 “(최근의 논란은) 카드사업의 비용 구조가 개선되는 과정”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수수료율이 인하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증권·보험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카드 업계 규제가 더 강화됐다”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s.com

[박스기사] 카드사-밴사 수수료 인하 줄다리기

카드사 “고통 분담” vs 밴사 “카드사가 감당”

카드사는 매년 6700원의 손실 부담을 밴사와 나눌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신용카드의 결제승인과 매입 업무를 대행하고, 가맹점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보통 카드사들은 전산이용과 전표매입 등의 비용으로 밴사에 카드 승인 1건당 평균 110원 정도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밴사들은 다시 밴사 대리점에 전표 수거 등 관련 업무를 재위탁해 이들에게 전표 관련 비용으로 평균 35원 정도를 준다.

카드사들은 밴 수수료를 줄여 손실을 메울 심산이다. A카드사 관계자는 “110원 안팎의 밴 수수료를 내고 나면 소액결제의 경우 남는 것이 거의 없다”며 “결제 환경이 변한만큼 밴사 수수료도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페이 같은 간편결제 등장과 최근 정부가 5만원 이하 카드 결제는 무서명이 가능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입법예고 등으로 밴 수수료 인하 여지가 있다는 게 카드사들의 입장이다. 이미 2015년 10월 현대카드는 밴사에 삼성페이로 결제한 전자 전표를 수거하지 않고, 이에 따라 수수료도 지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카드사들은 밴 수수료를 카드 결제 승인 한 건당 수수료를 매기는 정액제에서 정률제(결제금액에 비례해 수수료 책정)로 바꿀 것도 요구하고 있다. 나이스정보통신과 한국정보통신·KIS정보통신 등 13개 업체로 구성된 밴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정률제 전환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과도한 부담을 떠안을 수는 없다”며 “보안성이 높은 집적회로(IC) 신용카드 무상 설치, 전표수거 수익 감소 등으로 밴 업계 수익성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밴 대리점으로 구성된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조영석 사무국장은 “밴 대리점이 관리하고 있는 가맹점의 80%가 중소·영세업자지만 우리(대리점)도 이들과 똑같이 영세사업자”라며 “밴 대리점이 밴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의 약 절반이상이 전표매입 수익인데 이걸 줄이면 어떻게 사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들의 순익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지만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높아 아직 버틸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매출 10억원 이상인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평균 2%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실에 따르면 대형 가맹점 수는 전체 가맹점의 0.5% 정도에 불과하지만 매출액과 수수료수익 비중은 각각 49%, 48%에 달한다.

밴 업계의 거센 반발로 수수료율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신한카드만 13개 밴사와 정률제 전환 협의를 성사시켰을 뿐 나머지 카드사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2016년 1월부터 기존 가맹점은 물론, 새롭게 계약하는 가맹점과도 정률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조영석 사무국장은 “핀테크 등으로 결제 환경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밴사 수수료 수익이 악화하면 카드 단말기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피해는 다시 영세 가맹점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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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7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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