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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슬럼프 갈등 극복] 변하고, 몰입하고, 소통하라 

흥미로운 새로운 목표 세우고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일러스트:중앙포토
그는 한 때 직장에서 아주 잘 나갔다. 머리도 좋고, 대인관계도 나쁘지 않은 편이어서 직장 일에 잘 적응했기 때문이지만, 진짜 이유는 대학 선배인 상사가 잘 끌어주었기 때문이다. 선배는 수 년 동안 인사부서의 책임자였고, 이후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 때까지 10여 년 간 그는 선배의 우산 아래 승승장구의 세월을 보냈다. 선배가 회사를 떠난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누구 라인이라고 수군거리는 모습이 보이고, 능력 없이 승진했다는 비난도 들린다. 그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립감도 강하게 느껴지면서, 방황이 시작됐다. 회사에 맘을 붙일 수 없었다. 권태와 지루함이 계속되었다.

고민 끝에 그는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 석·박사과정을 밟고, 학위를 취득한 후 대학을 비롯한 여기저기에서 강의를 했다. 외부 프로젝트에도 눈을 돌렸다. 자연스레 회사 업무는 최소화했다. 자기계발에 매진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회사엔 정이 붙지 않는다. 불안과 공허감이 계속된다.

해가 바뀌고 기관장이 바뀌고 나서, 외부활동에 대한 제한이 매우 엄격해졌다. 이젠 거의 외부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그보다 더 빨리 승진한 동료·후배가 여러 명 보인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팀원으로 데리고 있었던 한참 후배가 경쟁자가 되어 있기도 하다. 정신이 바짝 들었다. ‘직장에서 최선을 다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남은 시간 10년. 회사에 다시 몰입하려고 한다. 그런데 날아다니는 후배들, 벌써 저만큼 앞서가 버린 동료들 때문에 맘이 항상 부대낀다. 문득문득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인생살이가 내 맘 같지 않고 힘겹다.

권태, 공허감, 무기력으로 나타나

슬럼프란 능력을 제대로 발휘 못하고, 저조한 상태가 오래 계속되는 현상이다. 보통 운동선수, 연예인, 예술가 등에게 자주 사용된다. 슬럼프는 누구나 경험한다. 권태, 공허감, 무기력으로 나타난다. 만사가 귀찮고 지루하다. 인생이 재미없고 의미도 없다. 하루하루 피곤하고 버티기도 힘겹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잘 풀리다가도 어느새 꽉 막히고, 잘 나가던 사람도 추락하게 마련이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도대체 끝이 안 보인다.

우주엔 두 흐름이 있다. 하나는 무질서로 향한 힘이다. 만물(萬物)은 놔두면 흩어진다. 파괴가 일어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안 치운 방은 지저분해진다. 만사(萬事)도 놔두면 망가진다. 퇴화가 일어난다. 좋아하는 일도 따분해지고, 잘 하는 일도 지겨워진다. 무질서가 증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질서로 향한 힘이다. 만물은 관리하면 모아진다. 창조가 일어난다. 물고기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봄에 새싹이 돋아난다. 만사도 노력하면 이루어진다. 진화가 일어난다. 따분한 일도 좋아지고, 복잡한 일도 쉬워진다. 질서가 증가하는 것이다.

직장인에게 슬럼프는 언제 오는가? ①일과 능력이 불일치할 때 온다. 너무 쉬운 일은 권태를 일으키고, 반복적인 일은 공허감을 안겨주고, 너무 어려운 일은 무기력하게 만든다. ②관계와 소통이 부족할 때 온다. 나쁜 관계는 슬픔과 상처를 주지만, 좋은 관계는 기쁨과 의미를 준다. 소통은 물과 공기와 같아, 소통 없이는 하루도 살아가기 어렵다. ③신체적, 감정적으로 소진될 때 온다. 소진은 만성 스트레스로 피로에 떨어진 현상이다. 사람은 일만하고 살 수 없다. 계속적인 일은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특히 감성에너지가 방전된다.

슬럼프에 자주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매번 같은 덫에 걸린다. 걱정과 불평의 덫에 걸려, 늘 마음속 쉴 공간 없이 산다. 소외와 고립의 덫에 걸려, 늘 지루하고 재미없게 산다. 완벽과 높은 기준의 덫에 걸려, 늘 긴장하고 쫓기며 산다. 삶의 덫은 어린시절 부정적인 정서경험에서 온다. 부정적인 자기개념으로 작용하여 일생 영향을 미친다. 반복되어 나타나도, 정작 본인은 잘 의식하지 못한다. 알아챈다 해도, 스스로 잘 해결하지 못한다.

하나를 매듭짓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이제, 그에게 초점을 맞추자.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변화(Change)다. 과거 10년 동안의 슬럼프에 종지부를 찍자. 결심이 필요하다. 어떤 대가도 기꺼이 지불하자. 결단도 필요하다. 강철 같은 의지를 발휘하자. 남은 10년을 또 다시 슬럼프로 보낼 수는 없다. 노력이 필요하다. 포기하지 말고 될 때까지 하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권태, 공허감, 무기력에서 탈출하자. ①호기심을 자극하자. 재미있는 것을 찾아보자. “내일 아침 기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변해있을까?” ②열정을 일으키자. 의미 있는 일에 뛰어들자.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③에너지를 모아보자. 나의 탁월함에 집중하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고, 엄청난 에너지를 느껴보자. “나는 대단하다.”

둘째, 몰입(Immersion)이다. 그동안 너무 외부로 돌았다. 회사에 몰입하자. 몰입이란 어떤 일에 몰두하여, 나를 잊는 경지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여, 주위 세계를 잊는 상태다.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 된다. 긍정심리학자 미하이는 이렇게 말한다. “몰입은 바로 행복이다. 나와 회사가 성공으로 가는 일급비밀이다.” 몰입은 잠재능력을 발휘할 때 일어난다. 재미없고 단순한 일에서는 안 일어난다. 흥미롭고 도전적인 일에서 일어난다. 세 가지가 필요하다. ①분명한 목표를 설정하자.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회사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자. ②좀 더 복잡한 일을 맡자. 일단 시작한 일은 끝을 내고, 하나를 매듭짓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③피드백을 받자. 내가 보는 자신과 남이 보는 자신은 다르다. 피드백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일 때 효과적이다.

셋째, 소통(Communication)이다. 그동안 너무 닫고 살았다. 마음을 활짝 열자. 소통이란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경지다. 세 가지가 있다. ①자신과의 소통이다. 이전 방식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자.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 그것이 슬럼프를 넘어서는 첫걸음이다. ②팀원들과의 소통이다. 날아다니는 후배와 앞서가는 동료에게 겁먹지 말자. 이해받기를 바라지 말고 먼저 이해하자. ③조직원들과의 소통이다. ‘미인대칭’은 유명하다. “미소 지으며 인사하고, 대화하고 칭찬하라.” ‘3비’도 필요하다. “비난, 비판, 불평하지 말라.” 성인(聖人)은 소통의 달인이다.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성인(聖人)은 만물(萬物)을 키우고도 소유하지 않고, 만사(萬事)를 이루고도 기대지 않고, 공(功)을 세우고도 머물지 않는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318호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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