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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비즈니스 모델 | ‘골라주는’ 서비스] 내가 원하는 걸 나보다 잘 아네~ 

큐레이션 서비스 인기 … 금융·소비재·콘텐트 분야로 확대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플라이북은 현재 내 상황에 꼭 맞는 책을 고를 수 있게 도와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양질의 책을 발굴하는 역할도 한다. / 사진:플라이북 제공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지난해 인기를 끈 한 카드사의 광고 문구다. 카드 한 장이면 할인·마일리지·멤버십 같은 복잡한 혜택을 알아서 누리게 해준다는 장점을 강조한 것이다.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골라주는 ‘퍼스널 쇼퍼’ 서비스는 더 이상 특정 고객의 전유물이 아니다. 금융·소비재·콘텐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골라주는’ 서비스가 뜨고 있다. 이처럼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상품이나 콘텐트를 추천해주는 것을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한다.

이 서비스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고 단순 비교가 어려운 금융권에서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증권정보 스타트업 기업인 뉴지스탁은 유료 회원에게 유망 종목을 추천해주고 종목 분석 툴을 제공한다. 문경록 공동대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기업분석 리포트는 전체 상장사의 25%도 분석하지 못한다”며 “개미 투자자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뉴지스탁은 상장된 전 종목을 자체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한다. 문 대표는 “제휴 증권사 고객까지 더하면 20만 명에 서비스가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상황 분석해 맞춤형 정보 제공

핀테크 스타트업인 레이니스트가 선보인 ‘뱅크샐러드’ 서비스는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가장 큰 혜택이 있는 카드를 추천해준다. 신용·체크카드와 주요 은행, 지방은행, 저축은행, 증권사에서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157종의 신용카드 혜택 서비스로 정리했다. 특정 분야의 할인카드를 단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자주 방문하는 가맹점에서의 소비액을 입력하면 어떤 카드가 가장 할인이 많이 되는지 할인 금액 순으로 추천해주는 것이 차별점이다. 모든 카드의 혜택은 1원 단위로 계산한다. 안성원 레이니스트 마케팅 담당은 “카드 추천을 받으면 월 평균 소비금액의 4%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샐러드의 웹 고객 수는 2015년 기준 50만 명이다.

핀테크 산업이 발달하면서 금융 관련 큐레이션 서비스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시박시(현 글로시데이즈)·베베엔코·눔코리아 창업에 참여한 이혜민 대표는 1월 14일 금융상품 추천서비스 ‘핀다’를 선보였다. 웹사이트에서 몇 가지 정해진 항목에 답하면 최적화된 은행 금융상품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상품 검색 목적은 크게 주택 대출과 전·월세 대출, 목돈 모으기로 나뉜다. 이혜민 대표는 “단순 금리 비교뿐 아니라 개인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가령 대출을 빨리 받을 수 있는 은행, 인터넷 신청을 할 수 있는 상품, 중도상환에 유리한 상품 등이다.

금융 큐레이션 서비스가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을 둔다면, 책 추천 큐레이션 서비스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플라이북은 책 추천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결합한 앱이다. 친구나 유명인과 관계를 맺고 이들이 읽고 있는 책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접할 수 있다. 나와 관심 분야가 비슷한 사람이 무슨 책을 읽는지도 알 수 있다. 박상문 플라이북 팀장은 “기계적으로 책을 추천하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계속 소설만 읽게 된다”며 “나이·성별·직업은 물론 현재 기분과 취향, 연애 유무, 관심사 등 고객의 세부상황을 정보화해 최대한 개인 맞춤형 추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월 평균 책을 3권 이상 읽는 독자 1만 명이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추천 받은 책을 집으로 배송하는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는 유료지만 매달 가입자가 100%씩 늘고 있다.

지난해 5월에 론칭한 영유아도서 추천업체 베베티움은 젊은 아기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출판계 유망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유료 회원들에게 매달 연령별로 4권의 책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베베티움을 개발한 손정욱 웬즈데이커머스 대표는 2014년 말 도서정가제 시행에 따라 도서전집의 가격 할인이 어려워진 점에 착안해 이 서비스를 떠올렸다. 사용자가 일정액을 내면 다양한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도입한 것. 손 대표는 “베베티움은 교수·건축가 등 전문위원 20명이 직접 추천도서를 선정해 소비자 공감대가 높다”고 설명했다.

‘먹방(먹는 방송)’ 열풍을 타고 음식 관련 큐레이션 서비스도 인기다. 맛집 검색 앱인 다이닝코드는 단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출신의 신효섭 대표가 데이터 분석을 식생활에 접목해 창업했다. 맛집이 노출된 블로그의 숫자, 방문자 수, 댓글 등을 분석해 가중치를 주고 광고성 블로그는 분석에서 제외해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음식 큐레이션 스타트업인 그리드잇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오늘 뭐 먹지?’ 역시 수 백만명이 애용하고 있다.

단순한 필터 역할 뛰어넘어야

콘텐트 분야에서도 골라주는 서비스가 주효했다. ‘우주의 얕은 꿀팁’이라는 표어로 유명한 피키캐스트는 스낵을 먹듯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낵 컬처’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사용자의 흥미를 끌 만한 정보와 지식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지난해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억원 투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6월에 모바일 앱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를 개발한 프로그램스는 월정액 무제한 VOD(주문형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의 론칭을 앞두고 가장 주목 받는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2011년 국내 첫 큐레이션 서비스로 알려진 ‘글로시박스(현 글로시데이즈)를 선보인 최홍준 대표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단순히 선택지를 줄여주는 필터 역할을 넘어 수준 높은 추천과 콘텐트 서비스를 해야 한다”며 “특정 분야를 아주 전문적으로 파거나 다양한 분야로 큐레이션 기능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언했다. 그는 “큐레이션에서 자연스럽게 커머스로 넘어가 판매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콘텐트가 중요하다”며 “양질의 콘텐트를 함께 전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현대인들은 가볍게 소비하길 원하고 재미없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며 “최적화된 맞춤형 정보를 원하는 니즈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1320호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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