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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이 보는 스타트업 | 레드배지퍼시픽 김병국·김정우 공동대표] “한국 스타트업 역량 급성장” 

산업은행과 500억원 펀드 조성 … 기술 벤처 발굴해 글로벌 시장으로 이끌 것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김정우 대표(좌), 김병국 대표(우) / / 사진:오상민 기자
레드배지는 신생·중견벤처를 가리지 않고 두루 투자하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한국에 사무실을 열고 산업은행과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유망 기술 벤처를 찾아 기업당 50억원씩 투자할 계획이다. 1월 21일 만난 김병국·김정우 레드배지퍼시픽 공동대표는 “매일 3~4곳의 벤처기업을 찾아 관계자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공동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특징으로 기술력을 꼽았다. “벤처 설립자 대부분이 엔지니어 출신이더군요. 기술 트랜드를 이해하며 회사를 이끌어 가는 장점이 있지요. 하지만 기술에 관심이 많다 보니 디자인과 브랜딩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김정우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모든 역량을 갖출 수는 없다”며 “기술력과 장래성이 있다면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해 마케팅과 브랜드 역량 강화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국 대표는 “이를 위해 수동적인 자금 투자에서 벗어나 디자인·브랜드 구축과 질적 성장, 세 단계로 적극 경영에 개입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벤처 창업 트랜드에 대해선 핀테크·빅데이터·사물인터넷을 꼽았다. 레드배지퍼시픽과 접촉한 스타트업 대다수가 이 세 분야에 속한다. 해외에서 관심을 보이는 스타트업 가운데엔 영화·음악 등 문화 관련 벤처들이 많다고 한다. 김병국 대표는 “한국의 문화산업은 아시아에서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며 “싱가폴이나 홍콩이 아닌 한국을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정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시장으로 이끄는 일이다. 상장 차익을 맛본 후 2~3년 내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존 VC들의 단기 전략과 목표 지점이 다른 셈이다. 레드배지는 30년간 직접 기업을 운영하며 키우고 다른 기업과 인수합병(M&A)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또한 10년 넘게 투자를 계속 늘려온 기업도 있다. 2001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벤처인 조본이 좋은 예다. 초기 투자 이후 세 번의 경영위기를 맞았는데, 그때마다 투자금액을 늘리며 회사를 키웠다. 김정우 대표는 “우리가 한국 시장에 들어온 것은 중장기 투자에 적합한 스타트업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한국 스타트업 기업인의 역량이 성장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레드배지는 최근 대덕벤처단지를 찾아 스마트 스워치 기업 보템에 투자를 했다. 동시에 이 기업을 미국의 스마트 콘센트 기업 버트에 소개했다. 버트도 레드배지가 투자한 벤처 기업이다. 두 기업이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도록 돕기 위해서다. 김병국 대표는 “단기 수익 실현이 아니라, 창업 초기 기업의 성장을 함께하는 장기 투자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내 유망 중소기업을 세계에 소개하며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1320호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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