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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익는 구글천하] 애플천하 뒤집을 IT 제왕 

포털·동영상·운영체제로 수익 기반 탄탄... 인공지능, 우주 개발, 자율주행차, 드론으로 전방위적 영역 확대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구글은 2월 2일 애플을 끌어내리고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구글천하는 하루 만에 끝났지만 머지않아 대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튜브·검색엔진·안드로이드에서 탄탄한 수익을 올리는 구글은 드론·자율주행차·인공지능 같은 다양한 미래 먹거리까지 전방위적으로 챙기고 있다. 이런 식으로 IT 전 분야를 아우르며 ‘초연결 사회’ 건설을 꿈꾼다. 구글을 통해 세상을 보지만 구글도 모든 것을 보는 ‘구그롭티콘(구글+옵티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3월 대국은 구글의 미래 병기가 가진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2월 2일(현지시간)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시가총액이 애플을 앞질렀다. 이날 장 중에는 1%가 올랐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9%가 올랐다.
세계 인구 중 절반이 날마다 한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든 주인공은 구글이다. 납득하기 어려우면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떠올리면 된다. 많은 한국인이 네이버에서 뉴스를 읽고, 동영상을 보고, 쇼핑도 한다. 다만, 네이버의 존재감은 주로 한국에서 빛난다. ‘세계인의 네이버’가 바로 구글이다. 하루 평균 35억 명이 구글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고, e메일(Gmail)을 쓰고,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며, 구글맵으로 길을 찾는다. 인터넷에 접속할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 프로그램 대신 구글의 크롬(Crome)을 쓰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

구글 주가 40% 오를 때, 애플은 20% 하락


이런 덕분일까. 2월 2일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미국 나스닥에서 애플을 누르고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된 것이다. 당시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5680억 달러(약 700조1700억원)까지 올랐고, 애플은 5350억 달러(약 659조4900억원)에 머물렀다. 애플이 2013년 부터 꾸준히 지키고 있던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자리가 바뀌는 사건이었다. 다만, 구글천하는 하루에 그쳤다. 다음날 곧바로 애플이 구글을 따돌리고 다시 나스닥 대장주 자리를 지켜서다. 2월 24일까지도 애플이 525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유지하며 알파벳(4783억 달러)에 앞서고 있다.

하루 만에 끝난 반란에도 세계의 이목이 구글에 쏠렸다. 단순히 시가총액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구글과 애플의 최근 성장세가 극명하게 갈려서다. 불과 6개월 전인 2015년 5월에만 하더라도 두 회사의 시가총액 격차는 두 배에 달했다. 그러나 반년 사이 구글의 주가는 40% 이상 급등했고, 애플은 20%나 빠졌다. 구글의 행보에는 장밋빛 전망이 가득하고, 애플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는 “하드웨어 중심(애플)의 시대가 가고 소프트웨어 중심(구글)의 시대가 왔다”고 평가했다.

초기 IT산업에서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 PC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하드웨어 기업인 IBM과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패권 다툼을 벌인 것.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990년대까지는 IBM이 주도권을 가지고 시장을 이끌었지만 90년대 중반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가치가 급등하기 시작했다”며 “과거 PC시장의 흐름이 스마트폰 중심의 시장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과 구글의 싸움은 앞으로도 흥미롭게 이어질 전망이다. 애플과 구글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이라는 차이점이 있는 동시에,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경쟁을 하는 사이기도 하다. 애플은 과거 맥킨토시라는 가정용 PC로 성장한 회사다. 그러나 PC 제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애플을 떠났던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고 아이팟·아이폰 등의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재도약에 성공했다.

그런 애플의 최근 부진은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과 맞물려 있다. 해마다 10% 이상의 판매량 증가를 이어왔던 애플이 지난해에는 1% 미만으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애플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국가에서의 점유율 하락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8.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에서는 6.1%가 줄었고, 중국과 영국에서도 각각 5.6%와 3.1% 떨어졌다. 애플과 삼성이 양분하던 스마트폰 시장에 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중국 업체의 공략이 거세진 영향이 크다.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이 과거 아이폰을 처음 출시할 때만큼의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면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듯하다. 아이폰 출시 후 연평균 30%씩 성장하던 황금기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플의 스마트폰 점유율 하락과 함께 운영체제인 iOS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은 자사의 제품에만 iOS 운영체제를 사용하도록 한다. 과거에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책이었지만 바뀐 시장 환경에서는 애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더 많은 이용자가 있는 운영체제를 위한 콘텐트를 개발하게 마련이다. 이용자들도 콘텐트가 많은 다른 운영체제로 이동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2020년 안드로이드 앱 매출, 애플 스토어 추월”

이와 달리 구글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시장을 바라본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고, 영토를 넓혀가는 스마트폰이 대부분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장착하고 있어서다. 고가든 저가든 상관도 없다. 스마트폰만 보급되고 이용시간만 늘면 구글은 앉아서 돈을 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애초에 스마트폰 콘텐트 시장을 연 기업이 애플이라는 점이다.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핸드폰으로 돈을 내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재주는 애플이 부리고 돈은 구글이 버는 형국이다.

전문가들도 안드로이드의 미래를 더 밝게 바라본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 조사업체 앱애니는 2월 16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예측 보고서’를 냈다. 2015년 애플 앱스토어의 매출이 220억 달러로 안드로이드 스토어(183억 달러)보다 많지만, 2020년에는 안드로이드가 55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애플 앱스토어(448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다. 김준하 앱애니코리아 팀장은 “세계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안드로이드의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알파벳이 2월 2일 시가총액 1위에 깜짝 등극한 데는 전날(2월 1일) 이뤄진 4분기 실적발표의 영향이 컸다. 알파벳은 지난해 4분기 213억 달러(약 26조3000억원)의 매출과 49억 달러(약 6조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7.8% 늘었다. 매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광고였다. 109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알파벳의 실적 발표는 전 세계 투자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성장세가 무섭고 25%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이 놀라워서다. 제조업과 달리 수요가 늘어도 공장을 짓지 않아도 되는 IT 사업의 매력이 반영된 결과다. 무엇보다 사업의 포트폴리오가 이상적이다. 알파벳의 자회사인 ‘구글’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유튜브·구글맵·검색엔진에서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다. 동시에 미래를 위한 신사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구글은 기존에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 외에 인공지능, 우주개발, 자율주행차, 바이오, 드론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주도하는 신사업에서의 매출은 겨우 4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적자는 35억 달러나 됐다. 보통의 회사였으면 투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이지만 구글에선 관계없는 얘기다. 순이익이 충분히 받쳐주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어서다.

물론 구글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최근 IT 기술 개발의 속도를 제도나 사회 문화가 따라가지 못해 논란이 되는 일이 잦다. 새로운 기술 기반의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관련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대부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업체가 구글이다. 대표적으로 ‘잊힐 권리’ 같은 사안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신의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컨대 A가 B라는 사람에 대한 기사나 글, 게시물을 작성했을 때 B는 해당 사이트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보자. A는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수 있고, B는 자신의 인권이 침해 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어 논란이 된다.

구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그만큼 많은 개인정보를 관리해야 한다. 하나의 기업에 불과한 구글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의 정보를 독식하고 있다는 주장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근 구글은 인공지능·드론·빅데이터·자율주행차·스마트홈·인공지능 등 사실상 IT 전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인터넷 네트워크가 연결된 모든 곳을 집어삼킬 기세다. 이미 구글은 모든 것을 본다. 이른바 ‘구그롭티콘(구글+옵티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하에 있는 스마트폰을 쓸 때마다 어떤 콘텐트를 보고·듣고·읽는지 정보가 저장된다. 미래에는 네크워크가 연결된 집과 차에서의 생활까지 구글의 서버에 기록될 것이다. 하늘에서는 구글의 드론이 나를 감시한다. 이렇게 쌓인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나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반기는 여론과 이런 행태의 서비스가 인간이 존엄성과 행복, 나아가 안전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반대 여론이 동시에 형성되고 있다.

개인정보 논란 美 대선에서 뜨거운 감자로


▎글로벌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는 규제에 ‘구글세’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악한 기업이 되지 않겠다”던 구글의 이미지도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개인정보에 대한 논란이 미국에서 더욱 크게 불거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다. 최근 FBI는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범인의 스마트폰(아이폰)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공할 것을 애플에 요청했다. 그러나 애플은 FBI가 모든 아이폰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요청을 거부해 논란이 커졌다. 이 논란은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시장에서 경쟁자인 구글도 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애플과 입장을 같이 했다. 구글이야말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돈을 버는 회사기 때문에 이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최근 “정부 조사기관이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선례가 생길 경우 장기적으로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의 조세회피 논란의 중심에도 구글이 있다. 구글은 2011년 영국에서 약 5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같은 기간 영국 정부에 낸 세금은 100억원 안팎이었다. 여러 편법을 동원해 이익을 세금이 낮은 지역에서 발생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유럽 국가의 반발이 있었고, 글로벌 기업이 각국의 조세 제도 및 협약을 악용해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막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방안 중 하나로 마련된 것이 ‘구글세(Google Tax)’다. 일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구글세가 도입돼 세금 부담이 늘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이탈리아 세무당국에 구글세 명목으로 2000억원의 세금 납부를 준비 중이다. 세금 부담보다 더 뼈아픈 것은 조세회피 기업 문제를 다룰 때 매번 ‘구글’이라는 이름이 언급되는 것이다.

-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SNS) 상에 올라있는 자신의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 정보는 개인의 것이지만 삭제 권한은 기업에 있다. 개인의 인권침해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해 논란이 된다.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IT 업체는 비용의 증가와 기술적 문제로 권리 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구글세(Google Tax): 구글을 비롯한 다수의 글로벌 기업은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수익을 거둔 뒤 이를 세율이 낮은 국가에 설립한 자회사로 넘겨 세금을 줄여왔다. 이 같은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해 부과하는 세금이 구글세다. 세계 각국의 정부가 글로벌 기업의 해외 수입과 세금을 파악해 보고서로 제출한 다음, 과세 관할권을 가진 국가가 기업이 회피한 세금을 걷을 수 있다.

1324호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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