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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왜 저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야?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마련... 소통에는 상대가 중요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어느 회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전무와 부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전무가 말했다. “김 부장,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부장이 대답했다. “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전무와 부장은 이 ‘무슨 말’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직장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CEO 때의 일이다. 회의 때 합의한 사안에 대해 간부들이 각자 부서로 돌아가서 서로 다르게 전달하는 걸 자주 목격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화가 났다. ‘내가 영어로 이야기 했나? 사람들이 도대체 왜 저래? 왜 저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야?’

사실은 그들이 말귀를 못 알아들은 게 아니다. 다만, 그들의 입장에서 알아들었을 뿐이다. 이때 나는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내 뜻을 잘 전달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내가 아무리 잘 전달하더라도, 상대방은 자신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걸 간과했던 것이다. 지위가 높을수록 이런 오류를 많이 범한다. 자신이 정확하게 말하기만 하면, 부하들은 자신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다.

‘자신의 깜냥대로 듣는다’

‘자신의 깜냥대로 듣는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수준과 입장에서 해석하고 이해하는 걸 빗대어 하는 말이다. ‘깜냥’이라는 말을 ‘필터’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이 ‘필터’에는 그 사람의 지식과 경험, 수준, 사람됨, 인격, 가치관, 신념, 의도, 입장 등 자신의 삶을 통해 받아들인 모든 게 축적되어 있다. 우리는 각자 이렇게 축적된 자신의 필터를 통해 세상을 받아들인다. 이때 필터가 서로 다르면 같은 말을 듣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결혼한 아들이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며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 엄마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몹시 상한다고 한다. ‘사내 녀석이 칠칠 맞지 못하게.’ 반대로 사위가 그렇게 하면 무척 흡족해한다고 한다. ‘우리 사위가 제일이야! 우리 딸이 정말 결혼을 잘했어.’ 아들이 설거지를 하면 칠칠 맞지 못하고 사위가 설거지를 하면 최고의 사위가 된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입장이 다르면 똑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 이유다. 사장은 사장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고, 부장은 부장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며, 사원은 사원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같은 말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원리를 간과한다. 그리고는 불통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한다. ‘저 사람, 왜 저래? 저 사람은 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저 사람, 먹통 아니야?’

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과 입장이 다르면,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소통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내가 정확하게 설명하면 상대방도 똑같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이게 바로 ‘불통’의 원인이다. 소통은 내가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더 중요하다. 소통에는 언제나 상대방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정확하게 말한 것은 그냥 ‘전달’에 불과하다. 내가 아무리 정확하게 전달해도 상대방이 다르게 알아들으면 무용지물이다. 상대방이 정확하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소통이 일어나는 것이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뜻이 통하고 오해가 없어야 비로소 소통이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소통을 꼭 해야 하는가? 소통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그렇다. 직장에서의 모든 일은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다. 일의 목적과 방향을 함께 정하고, 일을 추진하는 방법을 합의하고,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정하는 방식으로 모든 일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소통은 절대적 수단이다. 함께 합의한 목표와 추진 방법을 서로 다르게 이해한다면 낭패다. 목표를 잘못 이해했다면 서로 다른 길로 갈 것이고, 추진 방법을 오해했다면 서로 엉뚱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일을 하면서 서로 엇박자가 나고 오해하고 불신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다반사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이는 다음과 같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정확하게 설명하면 상대방도 정확하게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오로지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은 자신의 필터를 통해 모든 것을 해석하고 이해한다. 조금만 입장이 달라도 전혀 다른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통이 어려운 본질적 이유다. 그러므로 소통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소통은 원래 어렵다. 소통은 원래 잘 안 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그럼에도 소통을 쉬운 것으로 생각하고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자신은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통의 책임을 언제나 상대방에게 돌린다.

그렇다면 소통은 불가능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다음 두 가지만 잘 지켜도 오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첫째, 소통에는 언제나 상대방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상대방은 자신의 필터로 이해하기 때문에, 내가 전달한 내용을 다르게 이해했을 수도 있으므로, 어떻게 이해했는지 확인한다. ‘당신은 어떻게 이해했습니까?’ 하고 묻는다.

둘째, 내가 이해한 것도 상대방과 다르게 이해했을 수 있으므로, 내가 들은 것도 상대방에게 확인한다. ‘나는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제가 이해한 것이 맞나요?’

“소통은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

코칭을 했던 어느 전무의 사례다. 그 분은 성과도 좋고 직원들의 평판도 좋았다. 비결을 물었다. 전무가 말했다. “소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저의 비결입니다.” 그가 말하는 소통 방식은 이렇다. “저는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회의를 하지 않습니다. 회의를 통해 도출한 합의 사항에 대해, 각자 부서로 돌아가면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 낭비를 없애기 위해 가급적이면 소수의 이해당사자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직원들은 불필요한 회의 때문에 시간을 뺏기지 않고 자신들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의를 마무리 하면서, 합의된 사항에 대해 각자 어떻게 이해를 했는지 발표하게 합니다. 이때가 소통의 오류를 방지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입니다. 저는 소통의 본질은 서로의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1324호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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