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군주론'의 이 한 문장] 내 재산 잃는 게 아버지 죽음보다 슬픈 법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타인의 재산에는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한다. 인간이란 자기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군주론] 17장

[군주론]의 백미이며 불편한 진실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버지의 죽음을 애통해 하고 오래 기억한다고 남에게 이야기한다. 자신도 그렇게 믿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다른 측면이 있다. 이는 의식과 당위가 아니라 본능과 잠재의식의 문제다. 즉 ‘가족 모두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당위이지만, 사랑하던 부부가 이혼하면서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고, 존경하던 부모님 별세 이후 자식 간에 재산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고차원적 리더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한다고 이야기하고 심지어 스스로도 그렇게 믿지만 실제로는 재물의 상실을 더 잊지 못하는 인간의 본능과 속성’을 이해하고 통치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더 슬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교화하려는 도덕군자나 종교인들은 그 자체로 의미는 있으나, 만약 군주가 이런 당위론에 매몰되면 공동체는 허상만 추구하다 현실에서 파멸하기 십상이다.

인간의 이기적 본능을 부정하는 것은 개인의 관념적 자유이지만, 개인의 관념과는 무관하게 이기적 본능은 자연법칙으로 존재한다. 다른 존재를 위하는 이타적인 성향도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물에서 나타나지만, 이 역시 집단 전체의 생존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의 진화된 것이다.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숭고한 삶’이 개인 차원에서도 고귀한 인생관이고, 공동체 전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는 바람직한 동력이다. 하지만 이기심의 극복이 개인 차원에서는 가치관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으나, 조직 차원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실의 리더는 ‘이기심’을 일종의 도그마로 치부해 부정할 것이 아니라 ‘이기심’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조직내에서 상호이익 구조를 만들어 발전적 에너지로 승화해야 한다. 또한 개인과 집단의 이기심은 차원이 다르다. 사랑과 자비로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이타적 개인들조차도, 무리 지으면 집단이기주의를 나타내는 게 비일비재하다.

마키아벨리는 정치 권력이 자의적으로 신민의 재산을 탈취하면 두려움이 아니라 미움 또는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 되기에 가장 기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군주의 행동이 공동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의 비조인 사마천은 2500년 전 [화식열전]을 통해 말했다. ‘세상을 가장 잘 다스리는 방법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이익을 통해서 이끄는 것이고, 그 다음은 가르쳐 깨우치는 것이고, 또 그 다음은 백성들을 가지런히 바로잡는 것이며, 가장 정치를 못하는 것은 재산을 가지고 백성과 다투는 것이다.’

1325호 (2016.03.1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