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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드 | 중국 자본 어디서 새나] 수입업자의 장부 부풀리기가 주범? 

경기 침체와 부정부패 단속으로 은닉 유인 커져 … 집중단속 해도 효과 미지수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summary | 중국 당국으로선 수입업자들의 장부 부풀리기를 통한 자본 유출을 계속 내버려둘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집중단속으로 수입을 통해 빠져나가는 자본 유출을 얼마나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통관 교역액과 은행권 교역대금 수취 지급액 사이의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하면 중국의 자본 유출 압력도 한고비를 넘겼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의 자본 유출과 위안화 환율을 둘러싼 불안감은 더이상 신선한 주제가 아닐지 모른다. 허나 중대한 실수는 몰라서 범하는 게 아니라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되곤 한다. 좋든 싫든 중국발 이슈는 올 한 해를 관통해 금융시장에 묵직한 변수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본토에서 자본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되고 있으며, 그 동기와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당국의 예상되는 대응은 무엇인지 살피는 작업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수입장부 룹홀(Loop hole): 중국에서 이뤄지는 합법을 가장한 자본 유출입 통로는 크게 네 가지다. ▶기업들의 해외 교역(수출입) 장부 조작 ▶해외 자회사 혹은 해외 유령회사를 이용한 허위 FDI(외국인직접투자)와 ODI(해외직접투자) ▶서비스 수지 적자가 과도하게 커질 때 나타나는 해외 여행을 통한 달러 축장 ▶지하금융을 이용한 달러 매집 등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위안화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할 때면 수출업자들의 장부 부풀리기를 통한 핫머니 유입이 주를 이룬다. 합법적인 FDI로 보이나 실상은 해외 자회사나 유령회사(검은머리 외국인)가 해외에서 조달한 달러를 FDI 형태로 국내 반입하는 경우도 증가한다. 반대로 요즘처럼 위안화에 대한 기대가 약세 쪽으로 쏠리면 수입업자들의 장부 부풀리기가 횡행한다. 수입 대금 형태로 달러를 내보내, 역외에서 환차익을 노리는 투기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ODI(중국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의 탈을 쓴 달러 유출도 생겨나게 된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은 기업의 수입장부 부풀리기다. 흔히 중국의 상품(Goods) 교역에서 수입 규모를 언급할 때는 ‘해관총서(우리의 관세청에 해당)’ 통계를 원용하는 편이다. 이는 통관절차를 거쳐 본토로 수입된 상품의 총 금액을 보여준다. 이와 별도로 외환관리국(SAFE)이 내놓는 통계가 있다. 매달 본토 은행들이 기업들의 상거래 활동으로 주고 받은 외환 지급 및 수취 내역이다. 이 가운데 본토 기업들이 수입대금을 치른다는 명목으로 은행을 통해 대외로 지급한 자금은 ‘은행권 대(對) 고객 상품수입대금 결제액’ 통계로 집계된다.

편의상 전자를 해관총서 수입액, 후자를 은행권 수입대금 지급액이라고 줄여 부르자. 자, 이제 지난 1월 이 두 통계가 어떤 차이를 보였나 살펴보자. 해관총서 통계상에는 1141억9000만 달러의 상품을 수입한 것으로 나온다. 허나 은행권 수입대금 지급액은 이 보다 많은 1706억9000만 달러로 찍혀 있다. 물론 여기에는 통관에 잡힌 수입액 외에 수출입보험료 등의 부가 비용이 계상됐을 수 있지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일 것이다.

이론상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통관 내역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수입이 이뤄지고 있거나, 기업들이 장부를 조작해 실제 수입 규모보다 더 많은 달러를 밖으로 빼내고 있거나다. 정황상 후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일부 IB(투자은행)들은 이런 식으로 본토를 빠져나가는 자금만 전체 자본 유출액의 70%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이런 식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환율을 방어하려 하니,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자본유출의 역사: 이런 양상이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두 통계(해관총서 수입액과 은행권 수입대금 지급액)의 격차는 2012년 전까지 비교적 미미했다.

그런데 왜 2012년부터 두 통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진 것일까. 우선 제도상에 변화가 있었다. 외환당국은 2012년부터 경상교역에 필요한 외환거래를 사실상 자유화했다(자본계정은 여전히 통제를 받고 있다). 교역에 필요한 서류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형태로 경상계정의 외환관리를 완화한 것이다. 구멍이 생기자 기업 오너들은 수입장부를 부풀려 해외로 돈을 빼내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니 수입 계정을 통한 자본 유출의 역사는 상당히 길다. 즉 위안화 쇼크 이전부터 돈은 야금야금 수입 결제 대금 형태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물론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때는 수출장부 조작을 통해 해외에서 본토로 가져오는 기업들의 핫머니가 더 많았기 때문에 전체 자본 유출입이 순유입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 연준이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이후부터 테이퍼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까지의 시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나저나 돈은 왜 해외로 달아나가고 싶었던 걸까. 묘하게도 중국 경기 모멘텀이 본격적으로 둔화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2012년부터 중국 경기는 꺾이기 시작했다. 당시 인민 은행은 지준율과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내렸고 원자바오는 맞춤형 인프라 촉진책을 내놓고 경기방어에 나섰었다. 경기 모멘텀과 중국 내 전반적인 투자 수익(Return) 둔화는 그 이후 더 두드러졌다. 게다가 2013년 상반기 시진핑의 정풍운동, 즉 당과 정부 고위관료에 대한 대대적인 부정부패 단속이 전개됐다. 가라앉는 경기와 정치적 불안으로 자산을 해외에 은닉하고 싶은 유인은 점증했다고 볼 수 있다.

작년 말과 올해 초 본토에서 자본 유출이 심화되자 ‘개인의 연간 환전 한도를 5만 달러에서 1만 달러로 줄이자’는 제안이 대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자본 유출의 주된 통로가 개인들의 환전보다는 교역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위안화가 약세를 보이자 수출 업체 중엔 환차익을 노리고 역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본국으로 가져오지 않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들의 연간 환전 한도를 줄여봤자 불안심리만 부추기고 만다. 그렇다고 무역 자체를 중단시킬 수도 없지 않은가. 2월에 차이신과의 인터뷰에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중국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면적 자본 통제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일리가 있다.

물론 중국 내 자본 유출 모두가 중국 경제의 불안심리를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속에는 대략 30%의 비중으로 기업들의 외채(특히 단기외채) 상환분도 포함돼 있다. 이는 외채 관리의 관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또한 지난 한 해 수입장부 조작을 통해 해외로 유출된 자금 중에는 과거 수출장부 조작을 통해 국내로 들여왔던 핫머니 자금의 상환분도 포함돼 있을 수 있다. 다만, 음성적으로 빠져나간 돈이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 내막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당국으로선 수입 업자들의 장부 부풀리기를 통한 자본 유출을 계속 내버려둘 수 없을 것이다. 지난 2013년 기업들의 수출 장부 부풀리기 단속에 나섰듯 수입 장부 부풀리기에 대한 단속 조치가 언제 단행돼도 이상할 게 없다. 물론 이런 집중단속으로 수입을 통해 빠져나가는 자본 유출을 얼마나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향후 통관 교역액과 은행권 교역대금 수취 지급액 사이의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하면 중국의 자본 유출 압력도 한고비를 넘겼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당국의 단속 못지 않게 중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1325호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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