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ews

[다시 보는 아프리카①] 2015년 3.5% 성장률이 바닥일 듯 

유럽·중국 침체가 직격탄 ... 인구·자원 많아 서서히 회복 가능성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사진:중앙포토
아프리카 사람들을 만나 한국과 아프리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지적받는 부분이 있다. 예컨대 ‘한국과 아프리카(Korea and Africa)’라는 표현이다.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Korea and African countries)’로 표현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54개국이나 되는 아프리카 대륙이 한국과 등가로 연결될 수 있느냐는 ‘부드러운 항의’이기도 하다.

5%대 성장은 어려워


맞는 말이다. 아프리카는 54개의 나라가 있는 거대한 대륙이다. 일곱 빛깔 무지개보다 더 다양한 각양각색의 나라가 존재한다. 아프리카의 부자 나라 보츠와나 사람을 만나보면 그들의 얼굴에 넘치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보츠와나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7000달러(2014년, 구매력 기준)로, 브라질(1만 6200달러)·태국(1만5600달러)보다 많다. 코트디부아르 사람도 최근 몇 년 간의 고도성장에 고무된 표정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코트디부아르는 2010년 이후 5년 간 연평균 9.2%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3위권의 고성장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달리 최근 2년 간 에볼라로 인해 체력이 소진된 기니·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 같은 나라도 있다. 이런 다양한 나라를 뭉뚱그려 한마디로 표현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따금씩 지역 트렌드를 요약하는 통계적 필요 등에 따라 그런 어불성설을 용인하는 경우가 있다. 경제성장률도 그중 하나다. 21세기 들어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은 대륙의 빠른 성장 추세를 한마디로 보여주는 키워드로 종종 인용됐다. 하지만 최근의 아프리카 경제성장률을 보면 그런 흐름에 중요한 변화가 감지된다. 아프리카가 더 이상 고성장 대륙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월 19일 세계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를 내고 2015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을 3.5%로 낮춰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전망치 4.5%보다 1.0%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4.0%보다도 낮은 것이다. 1997년 이후 IMF가 발표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 중 가장 낮은 것이기도 하다. 3%대를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IMF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전망치 4.5%도 불과 6개월 전인 2014년 10월에 제시했던 5.75%에서 1.25%포인트나 대폭 낮춘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나온 3.5%는 불과 15개월 만에 2.25%포인트나 하락한 수정치였던 셈이다.

2015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성장률 3.5%는 같은 기간 세계 경제성장률(3.1%)보다 불과 0.4%포인트 높다. 이 정도 수치라면 굳이 아프리카로 달려가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나마 IMF 통계는 후한 편이다. 아프리카 54개국 전체 성장률을 종합해 발표하는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의 수치를 보면, 이미 3%대가 고착화되는 느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4%, 그리고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3.5%와 3.9%를 기록했다. 2011년에는 예외적으로 2.8%까지 추락했는데, 당시 튀니지·이집트·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도미노 민주화혁명이 발생하면서 북아프리카 성장률이 아프리카 전체 성장률을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97년 이후 평균 5%가 넘는 성장률(IMF 통계 기준)을 보여온 아프리카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추락했을까. IMF는 2014년 이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때마다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을 거론했다. 그동안 아프리카 대륙의 성장을 주도한 양대 축이 광산과 인프라 분야에 대한 투자와 민간소비였는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 투자가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었다. IMF는 특히 아프리카 경제에 영향력이 큰 유럽과 중국의 경기침체가 큰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의 불황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이제 아프리카는 다시 관심 밖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이와 관련 IMF는 아프리카 경제가 대외적인 변수에 위축됐던 만큼,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서서히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면서 2015년의 3.5%가 바닥이 될 것이며, 올해는 4.0%, 내년에는 4.7%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이런 낙관적인 전망의 배경에는 아프리카의 또 다른 성장 축 ‘민간소비’를 키워주는 인구 잠재력도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자문 업체 KPMG의 아프리카 총괄 세이 비커스테스(Seyi Bickersteth)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기고문에서 아프리카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가장 중요한 메가트렌드로 인구를 꼽았다. 비커스테스는 앞으로 급속도로 늘어나는 아프리카 인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아프리카의 미래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비커스테스의 지적은 앞으로 100년 동안 일어날 아프리카의 인구폭발 현상을 배경에 깔고 있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이 2015년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 개정판에 따르면, 세계 주요 지역 중 2100년까지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곳은 아프리카와 북미, 오세아니아뿐이다. 아프리카는 2015년 11억8600만 명인 인구가 2100년에는 43억 87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5년 이후 85년 간 270%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2015년 현재 43억 93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는 2100년까지 11% 증가하는 데 그친다는 전망이다.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된 북미와 오세아니아도 각각 증가율이 40%와 82%에 그쳤다. 2100년까지 아프리카 대륙이 지구촌 인구 증가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인구는 경제성장에 양날의 검이다. 늘어나는 노동력을 제대로 활용하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만, 일자리 창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아프리카는 엄청난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갖고 있는 셈이다.

흔히 말하는 생산의 3요소 중 아프리카는 인구 외에 토지(천연자원 포함)의 잠재력도 엄청나다. 아프리카 대륙은 미국과 중국, 인도 및 북·서유럽을 합친 것보다 더 넓다. 유엔의 전망치가 맞는다면, 2100년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그림 속에 포함된 나라들의 인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아프리카(43억 8700만 명) > 38억1857만 명(인도 16억6000만 명+중국 10억 400만 명+유럽 6억4600만 명+미국 4억5000만 명+아르헨티나 5857만 명).

노동력 활용에 아프리카의 미래 좌우

결국 아프리카 대륙은 토지·노동·자본으로 구성된 생산의 3요소 중 자본만 부족한 셈이다. 그런데 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아프리카의 몫이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아프리카 각국이 어떤 기회요인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1325호 (2016.03.1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