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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의 이 한 문장] ‘전략적 인색함’이 공동체 살찌운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군주는 관대하다는 평판을 얻으려면 사치스럽고 과시적으로 재물을 써야 한다. 그러나 국민에게 큰 부담과 과한 세금을 부과하여 미움을 사고 결국에는 가난해져서 멸시를 당할 것이다. 따라서 군주는 인색하다는 평판에는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그가 절약해서 재정이 탄탄해지면 전쟁이 발발해도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된다. -[군주론] 16장
통상적 의미에서 ‘관대하다’는 선한 덕목이고 ‘인색하다’는 악한 덕목이다. 하지만 국가 정책에서 선악을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선악을 초월하는 고차원적 현실론이다. 인간사 모든 활동은 경제적 관점에서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다. 언제나 들어오는 건 적고 쓸 데는 많은 게 돈이다. 군주가 인기를 얻으려 물질적으로 베풀면 눈앞에서 환호성을 지르겠지만, 능력을 넘어서는 관대함은 결국 재정 파탄을 불러온다. 따라서 오히려 ‘인색하다’는 평을 얻는 것이 공동체에 이롭다는 역설이다. 이런 문제는 오늘날에도 ‘복지’로 형태만 바꾸어 존재하는 현안이다.

사람이 중병에 걸렸을 때 이를 직시하고 수술하는 위험을 감수하면 회생 가능하지만, 당장 눈앞에서 따뜻한 말을 건네고 위로하면서 진실에 마주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회생의 기회조차 놓치게 된다. 이는 국가와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1959년 27세의 나이로 사업을 시작해 아메바 경영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평소 불교사상에 심취해 인간 중심의 경영을 강조했고, 65세가 되는 2005년에 은퇴하면서 퇴직금 전액을 모교와 교육기관에 기부하고 불가로 출가했다.

그러다 그는 2010년 파산한 일본항공 JAL의 회생을 책임질 경영자로 취임했다. 2010년 8월 법원에 회생계획을 제출한 이후 4만8000명 중 1만6000명을 감축하는 일본 기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매머드 구조조정을 1년 만에 완료하고 2011년에 2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고통스러운 회생 과정에서 ‘소선(小善)은 대악(大惡)과 닮아 있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과 닮아 있다’는 지론을 펼쳤다. “몇몇 사람에게 작은 선을 베푼 것이 전체적으로 보면 좋지 않은 것이었다. 아주 쓰라린 것을 얘기하는 것이 전체적으로는 아주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예전 경영자들은 ‘이렇게 하면 피를 조금만 흘리고도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소선(小善)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그것은 옳지 않았다. 많은 피를 흘리지 않으면 회사는 재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기업도 미래 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구조를 재편하려면 고통이 따른다. 평온한 현실에 안주할 것인지, 고통스러운 재탄생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리더의 선택에 달려있다. 리더가 찬사를 듣고 싶은 허영에 사로잡히면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현재 가진 것을 나누려 하고,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주변에 영합하게 된다. 막연한 관대함이 아닌 ‘전략적 인색함’이 공동체를 부강하게 만든다.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1326호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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