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애플사태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미국의 샌 버너디노에서 발생한 총기테러 사건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범인의 아이폰에 담긴 정보를 FBI가 확인할 수 있도록 잠금 해제 방안을 제공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애플이 거부하면서 고객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정도로 중요한 국가 안보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덩달아 애플의 암호화 기술이 미국의 FBI도 뚫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다는 마케팅 효과도 거두고 있다. 고객이 직접 입력한 비밀번호가 없으면 애플도 고객의 아이폰에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고객정보 보호 기업이라는 애플의 명성에 걸맞는 행동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의 명령을 거부한 애플의 행동을 마케팅 활동의 일환일 뿐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애플과 미국 정부 사이의 긴장관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기업, 특히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기업은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4년 발생한 카드사 고객정보 대량 유출사태, 기업 자신이 고객정보를 판매해 수익을 올린 사례, 최근 적발된 은행연합회 일부 직원이 고객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사건…. 우리나라 기업의 고객정보 보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주리라는 고객의 믿음을 저버린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도덕적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둘째, 애플사태는 우리에게 기업과 정부 간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활동에 정부가 관여하려면 법과 규정에 따라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때때로 ‘시급함’ 혹은 ‘애국심’의 이름으로 정부가 기업에게 법 규정에 없는 특정 활동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은 사회의 안녕질서 혹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바가 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정당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요구돼야 한다. 애플사태가 보여주듯이 고객의 권리 보호와 사회의 안전이라는 이슈가 충돌할 경우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과정에서 공론화하는 절차는 밟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가 권력의 남용’이냐 ‘기업의 이기적 행동’이냐라는 단순 이분법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논의도 정부의 일방적인 요구가 아닌 법과 그리고 사회적 합의라는 틀 속에서 이루어져 한다.

셋째, 앞으로 고객의 정보를 외부의 압력이나 해킹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넘어서서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지 않는지 지켜봐야 한다. 애플이나 구글·페이스북 등 사용자의 정보를 대규모를 지니고 있는 기업일수록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고객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각광받고 있다. 빅테이터 분석은 고객의 활동이나 정보가 익명으로 그리고 전체로서 분석돼야 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특정 개인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특히 기업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객이 원하지 않는데도 ‘맞춤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동의없이 자신의 행동이 분석되고, 그에 따라 특정 행동을 하리라고 예측하는 것 자체가 바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1327호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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