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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의 이 한 문장] 자력갱생은 고금의 진리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군주가 동원할 수 있는 무력은 본국 군대, 용병대, 외국 원군 및 이 세가지를 혼합한 혼성군이 있다. 이 가운데 용병대와 원군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위험하다. 군주가 용병대로 국가의 토대를 구축했다면, 장래의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군주나 공화국이 그들만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을 때 가장 큰 성과를 냈으며 용병들은 오직 피해만 남겼다.’ -[군주론] 12장
원시부족의 남녀 분업 구조는 기본적으로 남자는 사냥과 전투, 여자는 채집과 가사였다. 남자는 평상시 생업에 종사하다가 유사시 전투원이 되는 겸업형태에서 차츰 공동체 규모가 커지면서 사회적 분업이 진전돼 전투를 직업으로 하는 군인이 출현한다. 하지만 생산력이 낮았던 고대에 생산에 종사하지 않는 군인의 숫자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었고, 노예는 병사가 될 수 없었기에 상비군의 규모는 제한적이었다.

고대 로마는 공화정 시절 평상시 생업에 종사하다 유사시 무기를 들고 전투에 나서고, 전쟁이 끝나면 다시 생업으로 돌아가는 병농일치의 시민군 체제를 기반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구축하고 제국을 이루었다. 로마 멸망 후 중세 봉건시대는 왕, 봉건제후, 기사 계급 간의 주종관계에 기초한 군사적 상하관계로 신분과 군사적 역할이 결합된 체제였다. 그러나 12~13세기 십자군 전쟁으로 봉건제도가 이완되고 페스트까지 겹쳐 인구가 줄어들자 생계가 곤란해진 하급 귀족과 기사들이 돈을 받고 전투에 나서기 시작해 ‘자유롭게 창을 든다’는 의미의 프리랜서(Freelancer), 용병집단이 나타났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동방무역으로 부유해졌으나 인구가 적어 상비군 유지가 어려웠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었다.

하지만 돈을 위해 싸우는 용병은 언제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의를 버리고 고용주를 바꾸곤 했다. 전투는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지만 돈이 목적인 용병이 전투에 목숨을 걸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용병대장이 유능하면 반란이나 역모의 위험성이 생겨났고 무능하면 전쟁에 패배했다. 군주의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에나 용병의 활용은 화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결국 자신의 나라는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경제력과 함께 국력의 핵심인 군사력을 돈으로 구매하는 용병을 현대 기업에 적용해보면 핵심 경쟁력의 아웃소싱이다. 내부 역량의 기반에서 외부 전문가의 활용은 전술 차원의 문제이지만, 내부 역량 없는 외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기업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긴 것과 다름없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외부 지식과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은 중요하지만, 기업 자체가 중심을 잡고 경쟁력을 확보해나가는 내부 역량이 없으면 모두 신기루이다. 자력갱생(自力更生)은 고금의 진리이다. 독립성의 핵심은 자신의 생존조건을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인간본성이라는 게 원래 힘없는 사람을 동정해도 존경하지는 못하게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그에게 힘이 있다는 낌새마저 없으면 그러한 동정마저 오래가지 않는다.’ 19세기 중반 미국 흑인노예 출신의 저명한 노예해방운동가 프레드릭 더글라스의 아픈 지적이다.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1328호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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