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소비 

 

타마키 타다시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니케이 서울지국장)
2016년 1월,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신형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의 홍수 속에, 소니와 파나소닉의 신상품이 적잖은 이목을 끌었다. 두 회사가 새로 내놓은 제품은 아날로그 레코드 플레이어였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아날로그 플레이어 제품을 새로 내놓은 것은 각각 8년, 6년 만이다. 레코드 플레이어를 다시 내놓은 것은 이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서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레코드 판매량이 늘고 있고, 출하액은 연 50% 이상 확대됐다. 일본의 지난해 레코드 생산매수는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1986년 CD가 등장한 이후 자취를 감췄던 레코드 플레이어가 최근 다시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10~20대 젊은층에서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턴테이블에 레코드를 얹는 느낌이 좋다’ ‘음이 부드럽다’는 평가 속에. 후지필름의 즉석카메라 ‘체키’도 올 들어 생산량이 30%나 늘었다. 이 제품은 1998년 발매해 큰 히트를 쳤지만,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한 2007년을 기점으로 체키의 판매량이 상승 반전했다. 지난해에만 650만 대나 팔렸다. 이 역시 20~30대 젊은층이 주도했다. 디자인과 화질, 아날로그의 감성이 젊은 감각에 맞아떨어졌다.

일본에서는 TV홈쇼핑처럼 ‘라디오쇼핑’이 있다. 유명한 ‘쇼핑캐스터’가 매일 등장해 ‘오늘의 특별상품’을 판매한다. 이들은 화면이 없이도, 상품의 특성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물론 일본에서도 인터넷쇼핑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지만, 라디오쇼핑의 선전도 꽤나 볼 만하다. 신문·TV 등 전통적 매체의 광고는 줄어들고 있지만 라디오광고는 일정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라디오쇼핑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덕분이다. 라디오쇼핑은 ‘수동적’ 소비로 이어진다. 소비자로선 어떤 상품을 소개할지, 어떤 식으로 광고할지 기대감도 있다. 라디오는 청취자의 사고와 상상력을 자극한다.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인터넷쇼핑과는 차이가 있다.

디지털 전성시대에 이런 아날로그 감성의 소비 증가는 주목할 만하다. 효율·경제성만 따진다면 대부분 소비는 인터넷에서, 디지털 제품만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인간은 분명 편리함을 지향한다. 그러나 항상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집에서 듣는 아날로그 레코드의 감성, 지인과 함께하는 ‘못난 사진’의 즐거움. 라디오를 통한 수동적 쇼핑.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일지는 모르지만, 이 또한 소비의 한 즐거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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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8호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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