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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경제공약 분석 | 새누리당] 일자리→내수 자극→성장 ‘1타 3피’ 전략 

일자리 400만 개 목표는 비현실적 … 참신성 부족한 탁상공론 많아 

김유경·장원석 기자 neo3@joongang.co.kr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3월 15일 일자리 창출 중심의 총선 핵심 5대 공약을 발표했다. / 사진:뉴시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공약의 앞자리에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일자리를 늘려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늘어 가계 소득이 늘면 복지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일자리 하나로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선거 때마다 펴는 정책 논리다. ‘일자리 창출이 경제활성화며 복지’란 메시지는 명료하고 직관적이다. 새누리당의 이번 총선 공약 슬로건은 ‘일자리 더하기, 부담 빼기, 공정 곱하기, 배려 나누기’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도 일자리 창출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와 달리 2014년 6회 지방선거 때까지 새누리당 경제 공약의 핵심 키워드였던 ‘경제민주화’는 이번엔 제외했다. 새누리당은 기업 육성 정책과 산업의 질적 개선을 통해 21대 총선이 치러지는 2020년까지 총 4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U턴 경제특구’ 만들어도 일자리 효과 의문

‘일자리 중심 성장론’을 내건 새누리당의 간판 정책은 ‘U턴 경제특구’ 설치다. 해외로 나간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여, 일자리를 확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단 전략이다. 경제특구 설치는 지역 표심 공략에도 도움이 된다. U턴 경제특구는 새누리당의 ‘일자리 더하기 3go 프로젝트’의 핵심 사안이다. 경제특구는 개발 비용 절감과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청주·여수·구미 등 기존의 대형 산업단지를 우선 후보지로 정할 방침이다. 사업 검토를 통해 새로운 지역에 경제특구를 정할 수도 있다. 경제특구로 돌아오는 기업에는 산업시설의 국내 반입을 위해 설비수입 관세 감면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유발·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대기업에도 중소기업과 동등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수도권으로 U턴하는 기업은 세금 감면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공장 입지를 2~3년 간 무상으로 빌려주는 한편, 사업이 안정될 때까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파견근로도 허용한다.

새누리당은 기업의 U턴을 촉진하기 위해 공동 연구개발이 가능한 연구·개발(R&D)센터와 고급 인력 양성센터도 설치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민생119’ 본부장인 나성린 의원은 “해외에 나간 큰 기업을 다시 국내로 데려오려면 온갖 세제 지원과 10년 간 노조 활동 금지 같은 파격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경제특구 내에서만이라도 외국인 근로자의 장기 근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 사업이 연착륙하면 연간 5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 효과로만 보면, 국내에 삼성전자(직원 수 9만8999명, 2015년 6월 말 기준)만큼의 회사가 해마다 5개씩 새로 생기는 셈이다. 이는 해외에 진출한 기업 중 10%가 돌아왔을 때를 가정해 산출한 수치다. 다만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일자리 창출 목표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새누리당은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 조사를 토대로, 약 4만7000개의 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총 281만 명의 해외 인력을 고용 중인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해외 진출 기업이 국내에서도 같은 수준의 고용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낙관적 가정 아래 추산해 발표한 수치”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14 회계연도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해외 진출 기업의 81.91%인 3만8458개가 투자금액 100만 달러 미만의 영세사업장이다. 대부분 소규모 공장이거나 무역·관광회사, 부동산임대업, 현지인을 상대로 한 서비스 업종이다. 국내에 돌아올 가능성이 크지 않고 돌아온다고 해도 고용은 미지수다. 이들 기업은 현지에서 약 70만~8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금액이 100만 달러 이상인 5666개사의 경우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현지 영업직 직원 12만8308명을 포함, 총 191만3901명의 인력을 채용한 상태다. 새누리당 계산대로 이들 기업의 10%가 매년 한국에 돌아온다고 해도 산술적으로 신규 고용은 19만 개 밖에 늘지 않는다. 또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에서는 해외만큼의 인력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이 U턴한다고 해도, 해외에서 창출한 고용이 오롯이 국내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기훈 한국외대 교수는 “일자리 50만 개는 파급효과도 함께 산출한 결과겠지만, 얼마나 많은 기업이 돌아와야 하는지 등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해외로 나간 한국 기업이 국내로 들어올 유인도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해외 진출 한국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28%, 이자보상배율은 4.5배로, 국내 기업의 32.2%, 2.8배보다 양호하다. 해외에서 빚을 적게 지고 돈도 더 많이 번다는 뜻이다. 해외에 나간 기업으로선 굳이 한국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 해외 진출 기업의 U턴을 유도해 연간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욱이 국내 대기업은 고용에 인색한 편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국내 직원 수는 10만 명으로 매출액이 비슷한 혼다(20만명)나 닛산(17만명)·포드(18만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U턴 경제특구 설치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낙관적 가정 하에 연구원들이 추산해서 발표한 수치”라며 사실상 허수가 끼어있음을 인정했다. 여기에 해외 진출이 반드시 필요한 국내 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 나갈 땐 토지제공 등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 U턴 정책에 따른 국내 기업에 대한 현지 정부의 인식 변화가 부정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내 관광자원의 질을 높이고 콘텐트를 다양화해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도 가동할 계획이다. ‘일자리 150만개 더하기’ 공약의 일환이다. 이전까지 단지 보고 느끼는 데 그쳤던 관광에서,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관광으로 질적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2020년 외국인 관광객은 2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계획은 세부적으로 ‘산악관광 활성화’ ‘동북아 해양관광 메카’ ‘체험형 한류관광 및 스토리 관광’ ‘탄탄한 관광인프라 구축’ 등으로 나뉜다. 큰 가능성을 가진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관광자원을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현재까지 국내 관광은 해외 시장에선 ‘싸구려’ 취급을 받아왔다. 관광산업이 수도권으로 제한돼 왔고, 유적지 대부분은 공짜이거나 가격이 지나치게 싸다. 극심한 경쟁과 면세점의 높은 수수료 정책 탓에 국내 관광은 쇼핑을 중심으로 한 ‘저질 산업’으로 추락했다.

토목 중심 관광정책에 비판론

새누리당은 우선 산악관광 진흥을 목표로, 광역단체별로 산악관광특구를 지정하고, 마운틴스포츠파크·마운틴힐링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1만8000km 길이의 임도에 트래킹 코스와 자전거길도 만든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전략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SUV 차량 판매가 급증하는 등 소득 상승에 따른 레저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현지의 레저·관광·스포츠 인프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는 등 소득 증가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 13억명 인구 가운데 2%(2600만명)만 골프를 배워도 미국의 골프 인구(약 2000만명)를 넘어선다. 다만, 산림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또 다시 전국 단위 토목 공사를 감행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새누리당은 또 요트·수중관광·해양레포츠 등을 즐길 수 있는 종합해양관광지구를 조성하는 한편, 올레길과 같은 ‘바닷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해양헬스케어 육성과 크루즈산업 활성화를 위한 크루즈 펀드 도입, 국제여객터미널 4개소(강정항·인천남항·속초항·부산 동삼동) 개발도 실시한다. 대형 공연장 설치와 K컬쳐밸리 조성 등 한류의 부가가치 창출 기회도 확대한다. 다만, 1300만명(2013년 기준)인 관광객이 2300만명으로 증가한다고 15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란 관측은 낙관적이란 지적이 있다. 공약의 초점이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계획보다는 토목공사에 맞춰져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업이 생기면 예산이 따라가야 함에도, 재원 방안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이 없다.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총론만 있고 각론이 부실한 공약”이라며 “문화·관광·레저가 미래성장동력이 맞는지 의문이고, 실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도 회의적”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새누리당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농·어업인 일자리 증대 전략도 카드로 꺼냈다. 이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이지만, 8개 거점단지(고창·포항·울진·괴산·속초·보령·남해·화순)를 추가하고, 농·어업인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켰다. 새누리당은 농어업의 선진화를 통해 5조3000억 달러(2014년 기준) 규모로 성장한 세계 식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단일 시장으로는 가장 큰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국 청도물류기지 등 공동물류센터 8곳과 연계해 ‘콜드체인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겠단 뜻도 내비쳤다. 또 농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신보 부분보증비율을 현행 85%에서 90%로 확대하고, 보증요율을 최대 1.2%에서 최대 1.0%로 내리기로 했다. 귀농인 지원을 위해 창업자금 운용 규모도 1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다만, 국가식품클러스터 등의 안은 이미 농림식품수산부가 추진해온 것을 새누리당이 인용한 것에 불과해, 당의 총선 공약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할랄식품단지’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발이 거세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지정책은 재탕이거나 현실성 없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월 8일 열린 당원 전진 대회에서 20대 총선 승리를 자신했다. / 사진:뉴시스
새누리당은 중견기업 전용 연구개발(R&D)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중견기업은 상시 근로자 1000명 이상, 자산 총액 5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3년 평균 매출 1500억원 이상 중 한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 그룹에 속하는 기업 수는 약 4000여 개로 전체 기업의 0.12%에 불과하지만 수출과 고용 비중은 각각 15.7%, 9.7%로 높다. 이들 중견기업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했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2018년 총 1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 전용 R&D 예산을 마련하고, 이를 2020년까지 20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도 ‘월드클래스 300’ 등 중견기업 대상 R&D 예산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선함이 떨어진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중소기업을 위한 특허공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공제에 가입한 중소기업이 소액의 월별부금을 납입하면 특허소송이나 해외출원 등 지식재산 비용이 발생할 때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발명진흥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벤처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도 개정할 방침이다. 2017년 12월 31일 끝나는 일몰 조항을 폐지하고, 기술신용보증 기금 등 공공기관 중심의 벤처확인제도를 민간 주도로 재설계하겠다는 내용이다.

한편 새누리당의 복지 정책은 ‘노년층’과 ‘가계부채’를 양대 축으로 세웠다. 65세 이상 유권자는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다. 어르신의 제2의 인생 위한 맞춤형 공약을 준비했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다만 딱히 새롭거나 눈에 띄는 내용은 없다. 기존에 나왔거나, 실효성 없는 정책이 대부분인데 어르신 동네의원 진료비 부담 완화나 치매 어르신 국가 책임 강화가 그렇다. 공약 제일 첫 머리에 놓은 건 노인복지청 신설이다. 보건복지부의 노인 복지 업무를 분리해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전담부처인 노인복지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총선 공약개발본부 관계자는 “고령사회에 대비해 노인 복지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지만 지금은 업무가 15개 중앙부처와 청으로 분산돼 있다”며 “추진기구를 일원화해 노인 일자리, 복지,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 노인 정책 전반을 효과적으로 총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인복지청 신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여당이 수 차례 공론화를 시도해온 사안이다. 홍문표 의원이 앞장서 17대와 19대 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다룬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2013년에는 대한노인회와 함께 130만 명가량의 서명까지 받았다. 그러나 법안 제출 이후 전혀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복지청을 만들자, 청년부를 만들자 하는 말이 계속 나오는데 행정기관이 없어서 일을 못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복지를 선거용으로 쓰는 건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관료적 행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부처가 하나 더 늘어는 것 뿐”이라며 “청으로 분리한다고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법안의 검토보고서에도 ‘노인 복지정책은 관련 기관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수적인데, 노인복지청을 외청으로 설립할 경우 현행 체제에 비해 법령 제·개정, 주요 정책 수립 등의 추진에 다소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 금융부담 완화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용해 중저 신용자·소상공인에게 10%대 중금리 대출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급 계획은 앞으로 3년 간 1조4000억원이다. 취업이 어려워 가계의 금융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취업상담·고용·복지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서민금융진흥원’설립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기존의 휴면예금재단, 햇살론, 국민행복기금을 통합하는 조직이다. 이밖에 압류 금지 최소액을 180만원으로 늘리고, 상각채권 원금감면율을 50%에서 60%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도 발표했다.

- 김유경·장원석 기자 neo3@joongang.co.kr

1327호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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