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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원 굴리는 이재경 삼성증권 상무] 실적에 목 매면 돈도 사람도 잃는다 

고객 성향에 맞는 상품 권해야... 대한민국 상위 0.001% 위한 투자관리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이재경 삼성증권 상무. / 사진:중앙포토
증권업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삼성증권 SNI사업부는 다르다. 단 3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SNI사업부 산하 3개 지점은 대한민국 상위 0.001%(900여명)가 맡긴 15조원을 관리한다. 한국의 유관 금융사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크다. 6조원 규모이던 SNI사업부를 3배 가까이로 키운 주인공 중 하나가 이재경(50) 상무다. 이 상무는 ‘성공한 직장 여성’ ‘삼성증권 첫 여성 임원’ ‘여대생이 되고 싶어하는 롤모델’로 유명하다. ‘유리천장’을 뚫고 성공한 여성으로 손꼽힌다. 3월 30일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그런 평가에 손사래를 쳤다. 이 상무는 “오히려 여성이라서 나의 실적을 100%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에는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분이 많아요. 삼성그룹에 다니는 50대 중후반이라면 대부분 자녀 입학·졸업식은 못 가봤을 거예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거든요. 그중에도 여성이면 ‘남편이 이해해줬을까?’ ‘아이들은 누가 돌봐줬을까?’라며 가족에 대한 희생의 정도를 더 크게 봐줍니다. 그래서 실적이 더 부각돼 회사가 ‘발견’하기 쉬웠던 것 같아요.”

남보다 수월한 편이라지만 실제 그는 악착같이 일한다. 이 상무는 매일 6시 반까지 출근한다. 침대에서 일어나 20분 만에 완벽하게 준비한 뒤 출근 차량에 탄다. 생존본능처럼 빠르게 움직이다.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고 오후 5~6시면 업무를 마친다.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에 나가는 날엔 밤 12시가 넘어 귀가한다. 나머지 3일 중 2일은 저녁 약속이 있다. 일주일 중 단 하루가 자신만을 위한 저녁 시간인데, 그 땐 골프 레슨을 받는다. 주말도 없다. 일요일 오전 7시 반엔 임원회의가 있다. 토·일 모두 각각 고객과의 골프 라운딩이 잡혀있다. 승진을 거듭하고 회식자리가 잦아지자 나이트댄스와 보컬 트레이닝 학원까지 다녔다. 그는 수십 년을 이렇게 살았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성공하기 쉬운 것 같아요. 주변을 신경 쓰려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니까. 전 아주 월등한 능력을 타고 나지 않았으니 노력을 많이 해야죠. 직장을 다니면서 직위가 오를 때마다 책임감이 커져 스스로를 담금질하게 되더라고요. 원래 전 성실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이 아닌데 직장을 다니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어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실적이 중요하다. 이 상무의 실적은 ‘영업의 달인’ 수준이다. 그에게 ‘열심히’ ‘잘’ ‘성실히’를 제외한 구체적인 영업비법을 물었다. “영업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영업은 결과예요. 영업을 해야 할 사람을 잘 골라야 해요. 내 상품(하이리스크 펀드)에 맞지 않은 성향의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실적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안정적인 면을 중시하는 성향의 사람에게 원금 손실이 생길 수 있는 상품을 팔면, 실적도 잃고 사람도 잃어요. 돈이 많은 사람도 자기 성향에 맞지 않은 투자로는 만족할 수 없어요. 내 상품에 맞지 않으면 차라리 그에게 맞는 다른 금융사를 소개해주고 다른 사람을 찾는 게 나아요.”

모객에만 치중해선 좋은 실적을 낼 수 없단 얘기다. 결국 사람을 잘 파악하란 말이다. 이 상무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만의 ‘빅데이터’를 만든다. 성향별 패턴을 정리해두고 사람별 투자 성향을 잘 골라낸다. 사람을 벌면 실적은 따라온다. 흔하게 듣지만 실천하긴 어려운 ‘진짜 영업 비법’이다.

-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1329호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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