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업종 차이 뚜렷한 상권 | 3인3색 서울 가산동·양재동·중계동] 가산동 종합의류, 양재동 잡화류 인기 

중계동은 아웃도어·등산복 강세 … 동종 점포 많아 초보 창업자에겐 불리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서울 남서권 대표 패션 상권인 가산디지털단지 역은 종합의류센터가 집중돼 늘 사람들로 붐빈다.
‘옷이나 액세서리 사려면 서울 가산동으로, 등산복을 구입하려면 중계동으로….’ 같은 입지, 같은 상권에서도 잘 나가는 업종은 따로 있다. 상권이 발달돼 있다고 모든 업종이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장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개업 전 먼저 ‘해당 업종이 어디서 먹힐지’를 따져본다. 그렇다면 상권별로 잘 되는 업종은 무엇일까. 이번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가산동에서 종합의류·액세서리가, 양재동에선 제화·시계 등 잡화류가, 중계동에서는 등산복 같은 기능성 의류가 각각 잘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상권별 업종 분석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가산동 아웃렛 타운 유동인구 하루 평균 20만~30만

수도권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4번 출구를 빠져 나오면 대형 쇼핑몰이 줄줄이 눈에 띈다. 롯데그룹이 최근 문을 연 롯데 팩토리아웃렛을 비롯해 마리오 아웃렛, W몰, 현대아웃렛 등이다. 이곳엔 남녀 정장매장과 스포츠·캐주얼 등 다양한 브랜드의 의류점이 입점해 있다. 이들 아웃렛을 중심으로 길가엔 의류 업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할인매장이 로드숍 형태로 길게 늘어서 있다. 언뜻 보면 송파구 문정동의 로데오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아웃렛 매장이 밀집해 있을 뿐 아니라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여건이 좋아 접근성도 뛰어나다. 때문에 이 일대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인산인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사람이 북적거린다. 하루 평균 유동인구만 20만~30만 명 수준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주말이면 아웃렛으로 향하는 차량들로 일대 교통이 마비를 겪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남서권의 대표적인 패션 상권인 금천구 가산동 아웃렛 타운의 모습이다. 아웃렛은 유명 브랜드의 재고 의류상품을 파는 곳이다. 주로 출시한 지 1년 미만의 이월상품과 시즌이 갓 지난 상품(1년 미만의 재고상품)을 시중가보다 적게는 20~30%, 많게는 80% 정도 저렴하게 판다. 동대문 등 저가 의류를 판매하는 복합의류매장과 달리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이 일대 종합의류 업종은 지난 2월 기준으로 3년 전(2013년 2월)과 비교해 매출이 2.6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가맹점 수는 366곳에서 448곳으로 늘었고, 이용 고객 수도 8500여 명에서 2만6000여 명으로 3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덕분에 아웃렛에 들어서 있는 액세서리 상점 매출과 고객 증가율도 각각 545%, 525%나 됐다. 옷을 사러 아웃렛에 들른 고객이 매장 안에 있는 반지·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도 함께 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1980년대까지 이곳은 봉제·섬유·합성수지·광학기계제품 등을 생산하는 공장지대였다. 90년대 이후 서서히 공단 기능이 약화됐고, 2001년 그 자리에 아웃렛 매장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패션타운으로 탈바꿈했다. 소규모 상설의류매장이 많아 가리봉 로데오거리로도 불렸다. 2001년 7월 문을 연 마리오 아웃렛이 이 일대 터줏대감이었다. 일반쇼핑몰처럼 개별 점포를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를 받고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주차장을 넓게 만들고 건물 안에 별도의 식당가를 조성했다. 입소문을 타자 서울 강북권이나 경기, 인천 등지에서 쇼핑객이 몰려들었다. 2014년 문을 연 현대아웃렛은 가족 단위 방문객 이용이 편리한 게 특징이다. 백화점처럼 가게 사이의 거리가 넓고 극장과 미용실, 키즈카페 등 다른 편의시설이 많아 ‘원스톱 쇼핑’을 즐기기 좋기 때문이다.

의류 업종의 주요 소비층은 외지인들이지만 배후 수요도 풍부한 편이다. 인근 가산디지털단지는 LG전자와 제일모직 등 대기업을 비롯해 IT, 벤처기업 등 1만1000여 개의 업체가 밀집해 있다. 근무자만 16만여 명에 달해 의류 등 점포 매출 증대에 적잖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근 IT 관련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유모(32)씨는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을 이용해 이따금 정장이나 캐주얼 의류를 사기도 한다”며 “10만~20만원대로 쓸만한 정장을 살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과 실용성 등을 중시하는 2030세대는 물론 브랜드나 품질을 신경 쓰는 40·50세대 고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몰렸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3년 전 대비 가산동 일대 고객이 가장 크게 늘어난 연령층은 60대 이상(315%)이었다. 이어 40대(211%)와 50대(204%), 20대 이하(175%), 30대(158%) 등 순이었다. 소비 증가율도 비슷했다. 60대 이상(362%)의 소비가 가장 크게 늘었고, 40대(247%), 50대(215%), 20대 이하(192%), 30대(171%) 등이 뒤를 이었다. 마리오 아웃렛에서 6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이모 점장은 “가족 단위로 와서 옷을 구입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옷값도 싸지만 브랜드가 다양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산동 상권, 배후 수요도 풍부


임대료 수준은 도심 등에 견줘 낮은 편이다. 고정비용의 상대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상업전용지역이 아닌 점도 저렴한 임대료를 형성하는 데 한몫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가산동 주변 상권의 월 임대료는 ㎡당 2만 5000원(2015년 4월 기준), 보증금은 49만6000원 정도다. 같은 시기 인근 신도림동 상권의 월 임대료는 ㎡당 2만9000원, 보증금은 50만6000원이다. 점포 임대료의 변동이 크지 않고, 점포 회전율이 평균 4년 이상 될 정도로 고정 점포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김민영 부동산114 연구원은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임대료 수준이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건 그만큼 안정적인 상권이라는 얘기”라며 “앞으로도 정장 같은 의류 이월 상품을 찾는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여 상권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양재동 일대 잡화류 상권은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IC) 근처에 형성돼 있다. 농협 하나로클럽, 이마트, 코스트코같은 대형마트와 프리미엄 아웃렛인 하이브랜드가 모여 있다. 이 지역은 1996년 하나로클럽 양재점이 들어설 때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다. 하지만 코스트코(2000년 개장)와 이마트(2005년), 하이브랜드(2005년)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상권다운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서울은 물론 성남·과천시 등 주변 부도심과 연결되는 교통 접근성 덕에 빠르게 발달했다.

이 일대에선 대형마트 등이 몰려 있는 상권 특성상 주로 잡화가 잘 팔린다. 가방·지갑·시계 등 패션 잡화와 치약·칫솔·면도기·비누·모자 같은 생활잡화 등이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양재동 일대 잡화점의 3년 간 매출 증가율은 1만9497%에 달했다. 지난 2013년에 비해 매출이 194배가량 뛴 것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과거에 비해 광역 교통망이 좋아지고 유입인구가 크게 늘면서 요즘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쇼핑객이 붐빈다”며 “고객 대부분 자동차를 몰고 쇼핑하러 오는 일종의 광역상권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고객층은 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 거주자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판교신도시, 과천시, 안양시, 용인시 등 수도권 남부지역에서도 몰린다. 코스트코 양재점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아무래도 가까운 강남권에 거주하는 고객이 전체 고객의 40~50% 수준은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인근에 현대·기아차 본사 사옥이 있는데다 양재·우면동 일대에 IT 연구단지가 들어서 있어 이들 업체의 상주 직원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양재·우면동 일대에만 LG전자와 KT의 연구 개발(R&D) 센터를 비롯해 대기업과 280여 개의 중소기업의 연구소가 자리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주변 기업이나 직장인 수요가 많은 입지를 갖췄다는 게 큰 매력”이라며 “정부가 이 일대를 ‘R&D 특구’로 만들 계획이어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연령대는 구매력을 갖춘 30~40대가 많다. 다만, 양재 상권에서 지난 3년 간 소비가 가장 크게 늘어난 연령층은 60대 이상(507%)이었다. 그 뒤를 20대 이하(479%)와 30대(478%)가 바짝 쫓고 있다. 한 상가정보업체 관계자는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60대 이상 노년층과 20대 젊은층이 많이 찾는 곳은 상권이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60대 이상이 지갑 많이 여는 양재 상권

강남 일대에서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상권인 만큼 임대료도 오름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양재동 주변 상권의 월 임대료는 ㎡당 3만원 수준으로 2년 전(2013년 4월)에 비해 ㎡당 7000원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보증금은 ㎡당 40만원대로 큰 변동이 없었다. 점포 매매가격은 ㎡당 1100만원 정도로, 가산동 상권보다는 세 배가량 높고 서초구 반포 일대 상권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었다.

서울 중계2·3동 주변 상권은 등나무근린공원과 용동초등학교 사이에 있는 2001아웃렛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중계역과 하계역이 가깝고 주변에 무지개·청구·목화·롯데 등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풍부한 편이다. 아웃렛 바로 옆에 홈플러스 같은 생활편의시설과 대규모 공원이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특히 저녁시간과 주말에는 유입인구 규모가 곱절 이상 늘어나며 이 일대 상권으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중계동에선 입지 여건상 아웃도어·등산복 같은 기능성 의류 판매가 강세다. 동쪽엔 불암산이, 서쪽엔 초안산이, 북쪽에는 수락산이 각각 자리하고 있어서다. 삼성카드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3년 간 중계동의 기능복 매출 증가율은 633%에 달했다. 같은 기간 땀 배출이 잘 되는 기능성 내의의 매출 증가율도 315% 수준이었다. 아웃렛의 한 의류 점포 판매직원은 “등산복과 기능성 내의가 최근 2~3년 동안 매출이 부쩍 늘었는데, 특히 날씨가 풀리는 요즘 같은 때 인기가 좋다”고 귀띔했다.

중계동 일대 기능성 의류 상권의 강점은 역시 저렴한 가격대다. 아웃도어 의류가 워낙 고가인 데 반해 아웃렛에선 시중 가격의 절반 가까운 금액에도 구입할 수 있다. 아웃도어 매장의 한 직원은 “가격 거품은 빼고, 기능성은 강화한 제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고가 아웃도어 브랜드들과 맞붙어도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가격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갑이 얇은 대학생과 직장 초년생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인근 은행사거리에서 학원강사로 일한다는 김정민(28)씨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기 때문에 평소 되도록 세일 폭이 큰 떨이 상품을 구하려 애쓴다”고 전했다.

중계동 일대 임대료 변동 거의 없어

이곳은 20대 이하도 많이 찾지만, 등산을 자주 하는 30~40대가 주요 소비층이다. 중계동 상권에서 30~40대는 전체 매출의 72%(지난 2월 기준)를 사들였다. 지난 3년 간 매출 증가율 기준으로는 60대 이상(723%)이 가장 높았고 50대(650%), 30대(646%), 40대(634%), 20대 이하(540%)가 뒤를 이었다.

임대료 수준은 몇 년 동안 큰 변동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중계2·3동 주변 상권의 월 임대료는 ㎡당 2만7900원, 보증금은 56만3000만원 선이다. 지난 3년 간 보합세를 보이며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점포 매매가격은 약세다. ㎡당 390만원 정도로, 3년 새 매매가격이 반토막 났다. 중계동의 D공인중개업소 사장은 “동네에 아파트가 많고 학원가가 잘 발달해 기본적인 수요는 갖췄지만, 상권이 확대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주변에 업무시설이 별로 없고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수요도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예비 창업자라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동종 점포가 한 상권에 많이 몰려 있으면 해당 상권의 인지도를 높이고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집객 효과가 크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상품 경쟁력 등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자칫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경우 단골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난관이다.

-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1330호 (2016.04.1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