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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지역 상권 | 약진한 부산 해운대·기장군 상권] 여름 한 철 장사 옛말, 사철 인파 북적 

중1동 3년 매출 증가율 226% … 부촌 들어서고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4월 3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홀리 축제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온 몸에 색색의 가루를 뿌리며 춤을 추고 있다.
‘여름 한 철 장사’로 통하던 해운대 바닷가 상권에 변화가 일고 있다. 해운대 상권은 과거 신혼 부부의 신혼여행지나, 여름철 피서객이 일시적으로 몰리는 상권이었지만 최근에는 고급 주거 단지가 들어서고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으면서 사계절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해운대구 중1동의 3년 간 매출 증가율은 226%에 달했다. 김경수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철 장사하는 상권이었다면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사시사철 사람이 붐비는 상권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도 “인근에 해운대래미안 아파트와 해운대힐스테이트위브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상권의 유동인구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올해 분양가 1~3위 아파트 해운대구 차지


이 일대는 관광지뿐 아니라 ‘부촌’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올 들어 거래된 아파트 분양권 중 전국에서 최고가 1~3위를 기록한 아파트가 모두 해운대구에 있다. 올해 분양권이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인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들어서는 곳도 중1동이다. 이 아파트는 전용 186㎡(49층)가 23억1100만원에 거래됐다. 고급 주거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소비층도 확대됐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중1동 지역에서 소비가 가장 크게 는 연령층은 60대 이상(430%)과 50대(261%)였다. 중1동 지역은 먹거리 중심의 구남로 상권뿐 아니라 아웃렛 쇼핑몰인 세이브존과 상설할인매장이 있는 로데오 거리 등의 쇼핑 시설, 온천·호텔 등 관광 시설, 해운대 시장 등의 전통 상권이 복합적으로 발전한 곳이다. 또 인근에 마린시티(주거지구)와 센텀시티(상업지구)가 위치한다. 이영래 대표는 “온천과 해운대시장 등이 겹치는 지역으로 중장년층의 소비 비중이 큰데다 신규 인구 유입이 활발해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동인구의 증가로 중1동 지역에 자리한 편의점은 3년 간 638%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종합의류(462%)·유아복(435%) 등 의류상점의 매출 증가율도 높게 나타났다. 서동한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아웃렛 쇼핑몰인 스펀지 등이 들어서면서 종합 의류나 아동복점 등의 매출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귀금속과 시계(325%) 역시 외국인 관광객에 힘입어 매출이 껑충 뛰었다. 김경수 선임연구위원은 “서면에 귀금속 특구가 있긴 하지만 관광객들이 호텔에서 가까운 곳을 선호하다 보니 파라다이스 호텔 면세점 내 귀금속 매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해운대 해안을 끼고 있는 중1동이 전통적 상권이라면 부산 지역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상권은 기장군 기장읍이다. 이 지역은 지난 3년 간 389%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이영래 대표는 “신세계 사이먼 프리미엄 아웃렛 부산점과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동부산점이 각각 2013년과 2014년에 입점하면서 주변 상가 분양이 많이 이뤄졌다”며 “아무것도 없던 택지지구에 대규모 아웃렛과 상가가 들어서 매출 신장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브랜드 커피전문점(403%)과 편의점(326%) 등의 매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기장읍 전통 상권도 활기

기장군 기장읍의 전통 상권도 활기를 띄고 있다. 기장읍에는 국내 최대 멸치항인 대변항과 기장미역·대게 등의 수산물이 유명한 기장시장이 있다. 김경수 선임연구원은 “유동인구와 관광객의 증가로 국내 최대 멸치잡이 항구인 대변항 인근의 횟집 등 음식점이 장사가 잘 되고, 아웃렛 쇼핑 후 수산물을 사가려는 인파로 기장시장이 북새통을 이룬다”고 말했다. 이곳 상권 역시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부산시는 기장군 기장읍 일대 366만㎡규모의 부지에 약 4조~5조원의 사업비를 들여 내년까지 세계 수준의 체류형 복합관광단지를 조성한다. 테마파크·골프장 등의 오락시설, 부산과학관·메디컬타운 등의 문화 시설,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과 오션뷰레스토랑·쇼핑몰 등 상가 시설이 들어선다.

해운대 중1동에서 동부산 관광단지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도 눈여겨볼 만하다. 부산시는 지난해 말 동해 남부선의 기찻길이 폐쇄됨에 따라 이곳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 일대에 상가 투자를 하거나 자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라면 주의할 것이 있다. 서동한 연구원은 “부산 지역의 경우 대형 집객 시설 중심으로 상권이 발전하고 있는데, 이런 대형 매장은 시설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 버리기 때문에 배후 지역의 상권이 발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래 대표는 “해운대의 경우 관광지의 특성을 고려해 커피숍이나 호프집 등의 업종이 유리하고, 기장읍의 경우는 유동인구가 많아 음식점이 잘되는 만큼 기존 음식점과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이면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가 투자의 경우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연 4% 정도의 수익률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1330호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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