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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은행의 4색 조직문화] 실적·가족적·안정적·업무강도가 키워드 

잡플래닛에 올라온 각 은행 전·현직 직원 리뷰 분석 … 통합 등 조직변화 따라 달라져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신한은행은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대치동 사교육 시장의 인기 강사? 국민은행은 나이 많은 대학 교수님 이미지이고요.” (하나은행 L행원)

“하나은행은 젊은 여성이 연상된다면 우리은행은 남자 공무원 같은 느낌이에요.”(국민은행 L대리)

서비스도 상품도 비슷비슷한 ‘붕어빵 은행’이라고는 하지만 은행에 따라 조직문화와 이미지는 제각각이다. 기업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에 최근 몇 달 간 올라온 각 은행 전·현직 직원들의 리뷰에 드러난 빅4 은행(KEB하나·KB국민·우리·신한)별 특징을 정리했다.

KEB하나은행 | 실적 위주 합리주의 … 통합 후엔 어수선


영업실적을 중시하는 건 어느 은행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KEB하나은행은 그중에서도 유독 ‘실적이 중요하다’는 표현이 리뷰마다 거의 빠짐없이 등장했다. 실적 중시 풍토가 비판 대상인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영업만 잘하면 평판 쌓기가 쉽다”면서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그 바탕엔 학연이나 지연이 아닌 실적에 따라 평가하는 비교적 투명한 인사관리시스템이 있다. KEB하나은행의 K지점장은 “하나은행은 전통적으로 철저하게 성과 위주로 평가하고 이를 서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엔 조직이 커지다 보니 그런 전통이 다소 희석되기도 했고, 조금은 달라졌다는 푸념도 있다”고 덧붙였다. ‘○○○라인’이라는 게 점점 생겨나는 분위기라는 뜻이다.

잡플래닛의 리뷰에선 외환은행과의 통합 이후 달라진 업무 환경에 대한 불만이 엿보였다. “통합 이후 영업압박이 심해졌다” “합병으로 전산을 포함해 여러 가지로 불안정하고 어수선하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해 통합해 KEB하나은행을 출범시켰지만 아직 전산통합이 마무리되지 않아 대출 연장이나 상품 가입 등 주요 업무와 관련해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지점 직원들이 주말에도 근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또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영업실적에 대한 압박이 더 거세질 거란 시각도 있다. 지금 당장은 통합에 따른 진통이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란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두 은행의 합병으로 KEB하나은행은 자산 규모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한 직원은 잡플래닛에 “합병 후 잠재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고 여자가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라고 평했다.

KB국민은행 | 인사 적체 심한 대신 가족적 분위기


국민은행의 직원 수는 2만836명. KEB하나·우리·신한은행이 1만5000명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직원 규모 면에서는 단연 앞선다. 남자 직원 기준으로 평균 근속연수(21.3년) 역시 다른 은행보다 2~5년 길었다. 다시 말하자면 국민은행엔 그만큼 오래 다닌 나이 많은 직원이 많다는 뜻이다. 잡플래닛 리뷰에서는 이런 인력구조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인사적체가 매우 심하다” “활기가 별로 없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고연봉의 무임승차자에 대한 불만이 엿보였다. “정년만 채우자는 마음가짐으로 무임승차하는 40, 50대 직원들 때문에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평이다.

‘가족 같은 화목한 분위기’를 장점으로 언급한 직원들도 있었다. 직원이 많다 보니 세대 간 갈등이 있지만 동시에 동료 간 우애도 돈독한 편이라고 한다. 국민은행 K과장은 “국민은행은 엘리트 위주가 아닌 다소 투박하면서도 가족적인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들이 알아주는 이름난 회사에 다닌다는 점은 은행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장점이다. 다른 은행보다 유독 국민은행 직원들이 회사의 인지도 면에서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우리은행 | 인간적·안정적이지만 문제는 인사


‘안정적인 직장’은 은행 앞에 단골로 붙는 수식어다. 은행을 좋은 직장으로 꼽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의 기업 리뷰에선 유독 안정적이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최대 주주인 정부 소유의 은행이다. 주요 경영사항은 예보와 맺은 양해각서에 따라 결정한다. 이로 인해 일종의 공기업 같은 분위기와 문화가 자리잡게 됐다.

실적 압박이 다른 은행과 비교해서 심한지 덜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예전보다는 프로모션이 잦아서 힘들어졌다는 평이 좀 더 우세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메신저 서비스인 ‘위비톡’에 고객이 가입할 때 추천한 우리은행 직원의 행번(행원식별번호)을 입력하게 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단점으로 꼽힌 건 인사문제였다. “실력보다는 연줄로 승진·발령이 결정된다” “인맥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해외 점포 같은 좋은 부서에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인이 없는 은행이다 보니 정치바람이 심하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으로 “특정 부서에 지나친 특권이 주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여기서 특정부서란 인사팀을 말한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K과장은 “인사팀의 힘이 세기 때문에 직원들이 인사팀 출신과 친하게 지내려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관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은행 K차장은 “예전보다 승진이나 연수기회에서 영업점을 배려하는 등 균형을 잡아가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한은행 | 일은 많지만 보상 확실한 리딩뱅크


잡플래닛에 올라온 신한은행 관련 리뷰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리딩뱅크’다. 2006년 조흥은행과 통합한 신한은행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금융지주 중 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을 표현한 단어가 리딩뱅크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신한은행만큼은 아니지만 국민은행 리뷰에서도 간간히 ‘리딩뱅크’라는 표현이 나온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영업점과 직원 수에선 업계 1위지만 순이익면에서는 2위에 머문다.

여러 리뷰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건 ‘극심한 업무강도’. 실적 압박뿐 아니라 자기계발에 대한 압박도 끊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일한 만큼 충분히 보상해준다’는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업무량이 많은 만큼 연봉도 높다는 뜻이다.

단점으로 꼽힌 것 중엔 ‘군대문화’가 있었다. 그 연장선에서 잦은 회식과 음주문화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에선 4년 전 온라인에서 이슈가 됐던 신입행원 교육 프로그램 때문에 생긴 이미지가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신한은행 신입행원들이 ‘기마자세’를 한 채 도산 안창호 선생의 ‘주인 정신’ 글귀를 복창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돼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3시간 동안 기마자세로 버텨야 하는 이 교육은 지금은 사라졌다. 신한은행 Y과장은 “은행이 돈을 만지는 곳이다 보니 보수적이고 상명하복의 문화가 있긴 하지만 부정적인 의미의 군대문화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성장기엔 밤늦게까지 야근하고 술로 스트레스를 풀던 문화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지금은 사전 공지 없이 술 마시자고 하면 젊은 직원들이 ‘약속 있는데요’라며 피한다”고 덧붙였다.

-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1331호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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