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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처럼 쏟아지는 자동차 애프터마켓 앱] 스마트폰으로 차 수리부터 중고차 매매까지 

온·오프라인 결합한 O2O 서비스 속속 등장... 삼성전자·KT 등 대기업 진출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직장인 홍은정(32)씨는 지난 3월 아파트 주차장에서 후진하다 차량 범퍼가 움푹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근처 정비소를 찾았더니 범퍼를 갈아야 하지만 부품이 떨어져 이틀 뒤에나 수리를 마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는데다 이전에 바가지 수리비를 경험한 홍씨는 지인의 소개로 ‘카닥’이라는 자동차 외장수리 애플리케이션(앱)을 휴대전화에 다운받았다. 차량의 파손된 부분을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자 10분 만에 정비소 4곳에서 수리 견적을 보내왔다. 홍씨는 가격과 정비소의 신뢰도, 위치 등을 비교해 수리 업체를 선택했다. 수리비용은 아파트 근처 정비소에서 부른 80만원의 절반 가격이었고, 반나절 만에 차량 수리를 마쳤다. 자동차 관련 모바일 앱의 편리함을 경험한 홍씨는 이후 실시간 주차장 검색, 저렴한 주유소 정보 등을 제공하는 앱도 휴대전화에 다운받아 설치했다. 엔진 오일과 에어컨 필터 등 차량 소모품의 교체 시기를 알려주는 차계부 앱도 쏠쏠하게 활용하고 있다.

애프터마켓 전반의 플랫폼 구축


▎스마트폰 앱을 매개로 자동차 애프터마켓이 급성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카롱(모바일 차계부), 카닥(외장 수리 견적), 파크히어(주차장 검색·예약), 와이퍼(손세차) 앱.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특화된 서비스로 무장한 자동차 관련 앱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주로 온·오프라인을 연결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음식배달에서 시작된 O2O 시장이 세차, 주차장, 부품 교체, 중고차 매매 등 자동차 애프터마켓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외장수리 견적 앱 ‘카닥’이다. 2013년 2월 출시 이후 지난 3월 말 기준 앱 다운로드 수가 60만 건을 돌파했고, 누적 견적요청 수는 17만 건을 넘었다. 이준노 카닥 대표는 “소비자는 정보가 부족하고 수리 업체는 소비자를 만날 통로가 부족해 외장 수리 시장엔 불신이 팽배했다”며 “우리 서비스를 통해 운전자는 자동차 수리를 안심하고 맡기고, 카센터는 소모적 가격 경쟁이 아닌 서비스 품질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운전자를 겨냥한 차량관리 가계부 ‘마카롱’도 인기다. 마카롱은 같은 차량을 보유한 차주의 자동차 관리 및 정비내용을 분석해 사용자가 보유한 차량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쏘나타에 사용되는 부품 교체 주기나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 쏘나타를 잘 수리하는 추천 정비소 등 자신에 차량에 특화된 정보만 골라 받을 수 있다. 3월 말 기준 다운로드 수가 30만 건에 육박한다.

‘파크히어’는 목적지 주변에 있는 주차장을 예약하고 주차 요금도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차장 입구 높이, 경사도 등 정보를 모바일 앱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으며, 내비게이션과도 연동돼 주차장 찾기도 수월하다. 고객이 요청한 자동차를 손세차장으로 옮겨서 세차를 한 후, 다시 고객이 요청한 장소로 자동차를 가져다 주는 서비스 ‘와이퍼’도 인기다.

최근엔 중고차 직거래나 경매 관련 앱도 늘고 있다. ‘바이카’에서는 차 사진 4장과 간단한 차량정보를 등록하면 전국 약 2300명의 중고차 딜러가 실시간으로 온라인 경매를 진행한다. 경매 종료 후 최종 금액이 마음에 들 때 자신의 차량을 판매하면 된다. 정욱진 바이카 대표는 “미국 30%, 일본 60%가 경매 방식으로 중고차를 거래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고작 3%에 불과하다”며 “가장 합리적이고 선진화된 경매방식을 운전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바이카의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애프터마켓 규모는 1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유·보험처럼 대기업이 주도하는 분야도 있지만 정비, 중고차 거래 같이 특별한 강자가 없는 시장의 규모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갖춘 스타트업이 다양한 O2O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속속 뛰어들고 있다. 파츠모아를 운영하는 박정호 인선모터스 대표는 “중고 부품 쇼핑몰과 같은 자동차 애프터마켓 분야는 국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투명한 가격정책과 다양한 정보 제공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확장성을 본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늘고 있다. 승차 공유 앱인 ‘에어팩토리’는 4월 초 휴대폰 결제 전문기업 다날로부터 4억5000만원을 투자받는 등 10억원을 유치했다. 마카롱도 지난 1월 벤처캐피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4억원을 투자받았고, 카닥은 지난해 카카오의 투자전문회사 케이벤처 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파크히어는 지난해 5월 국내 벤처 캐피털들로부터 총 15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들 앱 스타트업의 목표는 ‘플랫폼 구축’이다. 외장 수리나 세차, 주차장 위치 안내 등 하나의 서비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험수리, 중고차 구매 등 자동차 애프터마켓 전반을 다루는 플랫폼을 갖추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다양한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리운전 앱 ‘버튼대리’는 최근 주차 대행, 손세차, 실내클리닝 등 자동차 통합 서비스 앱 ‘버튼’으로 변신했다. 중고차 O2O 서비스인 바이카도 손세차, 차수리, 자동차튜닝, 보험, 렌터카, 썬팅 유리막, 신차 견적 등 자동차 관련 24개의 카테고리 서비스를 담은 카링앱을 5월 중 출시한다. 카닥 역시 중고차 매매 서비스와 프리미엄 세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브랜드 간의 연대도 이뤄지고 있다. 와이퍼(손세차), 모두의 주차장(주차장 정보), 카페인(자동차 진단·정비), 컴백홈(대리운전), 디오너(중고차 매매) 등 5곳은 지난해 ‘오토 애비뉴’라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었다. 개별 스타트업이 홀로 시장을 확대하기엔 한계가 존재하고, O2O 시장에 진입하는 대기업과의 경쟁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 브랜드끼리 손 잡기도


최근엔 삼성전자·KT 등 대기업들도 자동차 애프터마켓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6’에서 커넥티드 카 솔루션인 ‘삼성 커넥트 오토’를 공개했다. 자동차의 온보드 진단(OBD-II) 포트에 꽂아 사용하는 단말기로, 운전 습관을 개선할 수 있도록 운전 성향을 평가해 실시간으로 전송해준다. 보험료 산정 등 차후 자동차 애프터마켓의 확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평가된다. KT도 교통정보, 레스토랑 추천, 주차정보, 관광정보 등을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준도 카닥 대표는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스타트업이 덤빌만한 비즈니스 모델은 그리 많지 않다”며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들어가는 인건비 등이 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중고차 매매 관련 앱이 늘고, 프리미엄급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싸야 한다’는 국내 시장의 인식도 넘어야 할 벽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1331호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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