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급성장하는 국내 안마의자 시장] 가상현실·바이오센서 달고 해외 넘봐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융복합 제품 속속 개발 … 해외 의료기기 박람회에서 호평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서울 명동·강남 등 직장이 밀집된 지역에 최근 안마의자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1만3000원을 내면 50분 동안 안마의자로 마사지를 받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위메프·쿠팡 등 소셜커머스로 미리 이용권을 구매하거나 10회 정기권을 끊으면 9900원으로도 1회 이용이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안마의자 카페 사업을 시작한 이상목 미스터힐링 대표는 “주말에도 20~30대 커플이 데이트 코스로 찾아온다. 한 매장당 안마의자가 30대 정도인데 점심시간이나 주말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이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고 말했다.

도심 오피스가에 안마카페 인기


일본에서 수입돼 주로 노인층이 사용했던 안마의자가 20~30대 젊은층의 호응을 받으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목욕탕 구석에 있던 칙칙한 검은 색 위주의 디자인도 화려하게 바뀌고, 국내 회사가 제조한 상품이 전체 안마의자 시장의 70% 가까이 점유하며 선전하고 있다.

안마의자는 터치스크린이나 스마트폰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마사지를 받기 전 안마의자가 사용자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면, 다리 길이와 어깨 높이에 맞게 자동으로 변형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맞춤형 마사지 기술을 선보이도록 진화하고 있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안마의자를 포함한 마사지용 기기는 2억611만 달러(약 2390억원) 규모다. 2000년 수입액은 657만 달러에 불과했다. 2000년 당시는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이 절반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중국산 제품 수입액이 91%로 가장 높았다.

국내 안마의자 업체는 중국산 제품 중 상당수가 주문 생산 방식으로 들어온 제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장은 중국에 있지만 디자인과 기능을 국내 업체가 주문하는 방식이다. 올해 초 설문조사 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국내에서 안마의자를 구입한 1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1%가 국내 업체 제품을 쓰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 업체의 독무대였던 한국 안마의자 시장을 국내 업체 제품이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허영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의료기기 담당 프로그램디렉터(PD)는 “국내 중소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는 중국을 무작정 따라하기보다 미국 기업 애플처럼 디자인과 마케팅, 플랫폼 창출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안마의자는 1956년 일본에서 마사지체어(マッサㅡジチェア)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발됐다. 재봉틀 원리로 자전거 체인과 자동차 핸들을 부품으로 사용해 어깨를 두드리는 진동 제품이 나왔다. 일본 전역에 퍼져 있는 공동 목욕탕에 납품을 시작하자 순식간에 인기 상품이 됐다. 1990년대부터 파나소닉·이나다 등 일본 업체는 전자 부품이 정교하게 들어간 제품을 출시했다. 안마사가 목과 어깨를 어떻게 주무르는지 연구해 실제 손 모양과 유사한 움직임을 재현했다.

국내 시장에도 일본 업체가 2000년대 초반까지 장악하고 있었지만 400만원대 이상 고가 제품이라 50대가 주요 소비층이었다. 국내 업체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0년대 후반. 2007년부터 한 중소업체가 최초로 대여 개념을 도입했다. 39개월 동안 4만9500원을 내면 대여 기간 수리(AS)도 책임지는 식이다. 광고모델도 30대 격투기 선수를 쓰면서 20~30대 소비층을 공략했다.

사용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안마의자는 혼수 용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업체에서 정수기와 매트리스를 안마의자와 패키지로 대여해주는 식이다. 강민수 을지대 의료IT마케팅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에 판매 활로를 열어 줄 수 있는 홈쇼핑과 대여 방식을 활용해 한국 환경에 적합한 마케팅 방식이 나왔다”고 말했다.

안마의자 시장에 동양매직·코웨이 등 대기업도 뛰어들었고,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업체가 중국과 미국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안마기 시장 크기가 매년 10% 가량 증가하고 있다. KOTRA는 지난 2014년 ‘가정 안마기 보급률은 일본이 40%, 한국은 15%에 달하나 중국은 1%에 그치는데다 경제력이 있는 노인 인구까지 증가하고 있어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국내 안마의자 상품 선전에는 정부 주도의 기술 개발 지원 사업도 한몫했다. 2006년부터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 생산기술연구원과 의료기기 업체 대경산업, 서울대·건양대 등 산학연 협력을 통해 5년 동안 사용자 생체 인식 기능을 갖춘 안마의자를 개발했다. 사용자의 혈압과 체지방 등을 측정해 ICT 기술로 정보를 모은 뒤 사용자에 맞는 안마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당시 제품 개발에 참여했던 최동혁 건양대 의공학부 교수는 “잠이 들면 사용자 생체 신호를 분석해 안마 강도를 약하게 낮추는 기능까지 가능하다”며 “하드웨어보다는 여러 정보를 모아 사용자 편의에 맞추는 프로그램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ICT와 결합된 수면베개 상품도 개발되고 있다. 베개에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달고, 이 정보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저장한다. 이 정보는 사용자가 최적의 수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베개의 높낮이나 각도를 조절하는데 다시 쓰인다. 김기봉 대전보건대 컴퓨터정보과 교수는 “ICT가 가져온 편리성이 건강 제품과 결합되면서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품이 쏟아질 것”이라며 “ICT와 의학, 기계공학이 더욱 빠른 속도로 융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기로 등록하려면 인증 절차 복잡해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한 가상현실기술(VR)이 상용화됨에 따라 안마의자와 기술 융합도 시도되고 있다. 국내 업체가 해외 의료기기 박람회에 참여하면 외국의 VR 업체가 직접 사업 제의를 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안마의자가 의료 기기가 아닌 전기기기로 분류돼 기술 융합에 제약을 받는 한계가 있다. 가령 안마의자에서 팔을 지압하는 장치로도 간단히 혈압을 잴 수 있지만,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아 아직까지 적용이 불가능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의료기기로 등록을 하려면 인증 절차가 까다로운데다 검증 기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제품은 의료기기로 등록돼 의사들과도 기술 교류가 활발한 편이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기술 융합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규제 자체를 없애고 필수적인 것만 제한하는 형태로 바꿔 상용화를 과감하게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1330호 (2016.04.1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