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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드 | 중국 경제 안정 되찾나] 강한 듯 약한 위안화 덕에 한숨 돌려 

달러 약세에 자본 유출 압력 약해져... 中 거시지표도 개선 신호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사진:중앙포토
summary | 3월 이후 중국의 주요 거시지표는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고, 상하이 금융시장도 비교적 차분한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경기 안정에 무게를 둔 당국의 대책들이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그 배경에는 연초 대비 ‘강해진 듯하지만 사실은 계속 약해지면서 실속을 챙기고 있는’ 위안화가 자리한다.

연초 흉흉했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3월 이후 중국의 주요 거시지표는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고, 상하이 금융시장도 비교적 차분한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경기 안정에 무게를 둔 당국의 대책들이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그 배경에는 연초 대비 ‘강해진 듯하지만 사실은 계속 약해지면서 실속을 챙기고 있는’ 위안화가 자리한다. 모순돼 보이는 이 구도는 미국 연준(Fed)의 신중함이 불러온 달러 약세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강해진 위안화: 우선 달러·위안 환율 움직임을 잠시 살펴보자. 연초 6.6위안을 넘보던 역내 달러·위안(CNY) 환율은 4월 셋째 주 들어 6.45위안 대로 내려왔다. 3개월여 동안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로 2%가량 강해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위안화 약세가 방향을 바꿔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달러·위안 환율이 하락 안정(달러 대비 위안화 강세)을 보이자 위태로워 보였던 본토의 자본 유출 압력도 둔화되고 있다. 덕분에 3월 외환보유액은 시장 예상을 깨고 넉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달보다 103억 달러가 증가해 3조2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위안 환율이 안정되고 자본 유출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것은 본토의 유동성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는 외환시장 개입이 줄어드는 만큼 인민은행의 환율 개입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동성 흡수(위안화 매수)도 줄게 되는 것이다. 인민은행으로선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떠받치기 위해 기준금리나 지급준비율을 내리기도 편해졌다. 환율과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이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제일선 도시의 주택가격 버블과 돼지고기를 중심으로 오르는 소비자물가를 감안한다면 추가 완화 조치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변화는 연준의 금리 인상 스탠스가 한층 우호적으로 바뀐 덕분이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대외 경기변수를 감안해 ‘점진적 금리 정상화’라는 기존 방침에 ‘신중하게(cautiously)’를 더했다. 연준 인사들의 금리 인상 전망도 종전 연내 4회에서 2회로 내려왔다. 무턱대고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 아님을 시인한 셈이다. 연준의 ‘비둘기적(완화적)’ 스탠스가 강해지면서 달러는 약해지고 있다. 덕분에 자본 유출에 시달리던 중국 등 이머징 국가의 금융시장 환경은 개선됐고,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반등해 산유국들과 원자재 수출국에 다소나마 숨통을 틔어줬다.

사실은 계속 약해지는 위안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위안 환율과 JP모건이 산출하는 위안화 실효환율의 추이를 보자(편의상 달러·위안 시장환율은 Y축을 역전시켜 위안화가 달러 대비 강해지는 모습을 보기 편하게 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가 달러 대비로 강해지는 동안에도 무역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하는 실효환율 기준 위안화는 오히려 계속 약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들과 비교한 위안화 가치가 약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교역 환경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엔과 유로, 그리고 이머징 통화들이 달러 대비 강해지는 속도에 비해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덜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 바스켓을 참조한 관리(managed)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관리(managed)’에 의해 위안화의 절상폭이 제한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그래프]를 보자. 1월 하순을 기점으로 달러와 위안화가 실효환율 측면에서 사이 좋게 손잡고 동반 하락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쉽게 말해 교역의 관점에서 미국(달러)과 중국(위안)이 서로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돌아가는 양상이 이러하니 시장에서는 지난 2월 말 상하이 G20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환율과 관련한 밀약이 체결됐다는 설까지 나돌 정도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3월 수출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며 전년 동월비 11.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작년 3월의 수출이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반영되기는 했지만 실효환율 측면에서 계속 약해진 위안화 가치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중국의 생산자물가 마이너스폭도 시장 예상 보다 더 많이 둔화됐는데 이 역시 최근 반등한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위안화 가치가 실효환율 측면에서 약해지면서 외부로부터 유입되던 디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된 덕분이라 평할 수 있다. 이처럼 위안화는 달러 대비로 강해지면서 본토 금융시장에 안정을 가져오고 있는 것은 물론, 사실상으로는 계속 약해져 실물경기 호전이라는 실속도 챙기고 있는 중이다. 주변 이머징 금융시장의 경우 연초 고조됐던 중국발 악재의 영향권에서 일단 벗어났지만, 실효환율로 본 교역경쟁력 측면에선 중국에게 일정 부분 양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유탄 맞은 아베노믹스: 사실 달러와 위안화가 함께 약해지면서 가장 세게 유탄을 맞은 것은 일본 엔화다. 지난 1월 말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직후 ‘1달러=121엔대’에 거래되던 달러·엔 환율은 계속 미끄러지더니 4월 들어서는 107.6엔선으로 급락했다. 단기간에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12%나 강해졌다. 실효환율 기준으로도,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도 엔화는 강해지고 있다. 엔 약세에 전적으로 의지해왔던 아베노믹스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엔이 이처럼 강해진 배경에는 연준의 완화적인 스탠스와 일본은행(BOJ) 통화정책의 한계 노출, 그리고 강해지는 엔화를 보며 서둘러 환헤지에 나선 일본 기업과 투자자들의 움직임 등 많은 요인이 자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이상 엔 약세를 받아줄 나라(미국과 중국)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유로화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미국과 중국이 ‘이젠 우리 차례’라고 나오니 그간 일방적으로 환율 혜택을 봤던 나라들이 물러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일본 이야기를 좀 더 하면 사실 아베노믹스가 흔들리는 근본 이유는 일본은행(BOJ)이 공격적인 완화조치를 통해 벌어준 3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변변한 구조개혁도 성장 전략도 취하지 않고 환율에만 의지해 많은 것을 풀어보려 했다. 이는 중국에도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지금은 달러와 위안화 사이에 평화가 찾아 들어 한숨 돌릴 틈이 생겼지만 이 평화기는 일본에게 주어진 것보다 훨씬 짧을 가능성이 크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의 주요 걸림돌로 중국발 리스크와 저유가를 꼽았었다. 그런데 연준의 일보 후퇴로 두 핵심 변수의 부정적 영향력이 후퇴하기 시작하면서 연준이 다시 금리를 올리기 편한 환경 또한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실제 6월이나 9월경 연준이 다시 금리를 올리겠다고 나서면 중국과 이머징이 누리는 지금의 평온무드 또한 다시 흔들릴 수 있다.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긴장감을 갖고 틈틈이 밀린 숙제를 해놔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 안정에 매몰돼 필요한 개혁 과제를 계속 미루다 보면 결국엔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법이다.

-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1332호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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