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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가교’ 프로젝트 만든 오종남 광주고 총동문회장] ‘위급한 순간에 내 편이 있다’ 

졸업생 멘토가 재학생 멘티의 학업·진로·가정·연애 고민 나누고 격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오종남 광주고 총동문회장.
“사춘기 아이들을 보면 고민을 털어놓을 데가 없어서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교사나 부모가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동문회가 나서서 해보자고 결심한 거죠.” 광주고 총동문회가 갓 졸업한 선배(대학생)와 후배(재학생)를 멘토와 멘티로 맺어주는 ‘사랑의 가교’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했다. 졸업생과 재학생 30명씩을 1대 1로 연결한 이번 프로젝트의 다른 이름은 ‘좋은 형 만들어주기’다. 형과 동생처럼 학업·진로·가정·연애 등 각종 고민을 함께 나누고 격려하자는 취지다.

고교 동문회 차원에선 유례가 드문 프로젝트를 생각한 사람은 오종남(64) 새만금위원회 민간위원장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 통계청장,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한 그는 올해 초 광주고 동문회장을 맡았다. 오 회장은 취임 후 동문회 명부를 살펴보다 자신의 입학동기 가운데 25명이나 졸업을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등 여러 사정 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것이다. 그는 ‘당시 길잡이가 되어줄 선배가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저도 시골에서 광주고로 진학했을 때 정말 외롭고 힘들었어요. 그때 ‘의지할 만한 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요즘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그런 선배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 측과 상의해 ‘사랑의 가교’ 프로젝트를 가동키로 했다. 무엇보다 신경을 쓴 부분은 멘티의 고민에 맞는 멘토를 연결해주는 부분이었다. 교사를 꿈꾸는 후배에겐 사범대 선배를 맺어 주는 식이다. 사회에 진출한 대선배들은 ‘시니어 멘토’로 나서 재학생을 위해 1인당 평균 100만원의 장학금을 후원하기로 했다.

4월 27일 열린 결연식에서 오 회장은 가수 리아킴의 ‘위대한 약속’을 직접 불렀다. “가사 중에 ‘위급한 순간에 내 편이 있다는 건 내겐 마음의 위안이고’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게 바로 멘토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고 싶었죠.”

오 회장은 ‘장학(奬學)’의 개념도 새롭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을 더 잘 하도록 고무시키는 것이 장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부족한 학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것이다. 그는 “90점을 받는 학생을 95점으로 만드는 것보다 60점 미만의 학생을 그 이상으로 끌어올려서 사회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회장이 멘토의 중요성을 깨달은 데엔 그를 이끌어준 스승들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멘토 두 명을 소개했다. “국민학교 5·6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제자를 가르치는 일을 사명처럼 여기던 분이셨습니다. 과외도 없던 그 시절, 방과 후까지 남아서 열정적으로 가르치셨거든요. 또 대학 시절 저에게 경제 관료의 진로를 추천해주신 서울대 경제학과 임원택 교수님도 빼놓을 수 없는 멘토입니다. 제 인생의 길잡이였던 두 분처럼 저도 미래의 주역들에게 그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오 회장은 [은퇴 후 30년을 준비하라]를 펴내는 등 노후의 ‘참 행복’을 전파하는 ‘행복론 전도사’로도 꽤 알려져 있다. 그는 ‘행복지수’를 ‘가진 것/바라는 것’이란 공식으로 설명한다. “스스로가 인생의 주체가 돼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하면 ‘가진 것’은 늘어나고 ‘바라는 것’은 줄어듭니다. 이것이 행복이 커지는 비결입니다.”

-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1334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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