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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경제팀 마무리 투수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 정치적 슬로건은 ‘호프노믹스’(hope+economics) 

‘부실기업=퇴출’ 지론의 ‘색깔 있는 보수 경제학자’ ... 일자리 정책에 주력할 듯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시장에서 원하는 구조조정은 간단명료하다. 부실한 기업은 누구든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확고하고 예외없이 적용된다면 모든 기업이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5월 15일 임명된 강석훈(52)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이 2001년 초 한 언론에 기고한 글 중 일부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는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 여러 차례 언론 기고나 인터뷰를 통해 ‘부실기업=퇴출’이라는 지론을 폈다. 초선 의원이던 지난해 국정감사 때는 “만성적 한계기업이 더 부실화하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선제 구조조정론을 제기했다. 비슷한 시기 그는 새누리당 경제상황점검 TF단장을 맡으며 원샷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과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의 국회 통과를 주도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구조조정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취약산업 구조조정은 강 수석의 지론과는 다른 방향이다. 정부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일단 급한 불을 끄자는 쪽이다. 부실 조선·해운 업체가 이대로 무너지면 지역 경제 붕괴와 대량 실업 등 이어질 파장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5월 16일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이 종전 방식대로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하는 형태로 갈 기미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 수석에겐 뼈아픈 지적이다. 그렇다고 강 수석이 정부의 기조를 뒤집기엔 너무 늦었다. 현재로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호흡을 맞추면서 정부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고 야권의 협조를 끌어내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게 그에게 주어진 1차 숙제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은 강 수석 지론과 달라

세간에 알려진 대로 강 수석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브레인 중 한 명이다. 2012년 대선 당시 그는 박근혜 캠프에서 굵직한 공약 개발을 주도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주요 정책을 설계했다. 스스로 “내 손때가 묻지 않는 국정과제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그가 박근혜 정부 경제팀의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다.

일단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후하다. 경제학자로서 전문성을 갖췄고 합리적 성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19대 국회에선 초선 의원으로는 이례적으로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정무 감각과 협상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늘 ‘정권 실세’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녔지만 야당 의원들과도 소통이 잘 됐다고 한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추진력도 남달랐다. 좋은 일화가 있다. 2004년 초 일이다. 당시 전국 180여 개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1000여 명이 정부를 상대로 ‘이제는 경제’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전력하고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성명을 주도한 게 강석훈 수석이다. 그는 관가와 언론계에서도 인기 많은 학자였다. 성신여대 경제학교 교수 시절 그는 기자들이 조언을 구하면 어떤 경제 현안에도 막힘 없이 ‘쓰기 딱 좋게(?)’ 코멘트를 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계량경제학으로 석·박사를 학위를 땄지만 거시경제나 사회 이슈에도 밝았다. 정부 부처 자문·평가위원 등 대외 활동도 활발했다.

“성장판 열 희망판도 닫히고 있다”

강석훈 수석은 어떤 성향일까. 그는 법인세 인상과 최저임금 상향에 회의적이다. 현재로서는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본다. 증세와 복지 확대에도 부정적이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로 보면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재벌 개혁에 대한 입장도 분명하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의 TV 토론회에서 “대기업의 손발을 묶어서 투자를 못 하게 하는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대기업의 장점은 살리고 못된 짓, 나쁜 짓은 고치겠다는 것이 우리의 경제민주화”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를 단순히 보수 경제학자로 규정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의 정치적 슬로건은 ‘호프노믹스(hope+economics)’다. 강 수석은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고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호프노믹스”라고 설명한다. 그는 사석에서 “사라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되살리는 것이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말을 한다. 그가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기회 균등 보장 및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 역시 그의 철학이 담긴 법안이다. 법안 발의 당시 그가 남긴 말은 야권이나 진보 진영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세대간 계층 이동성이 높았던 과거와 비교할 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보다는 내 자식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한다면 장기적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결책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 이에 대해 강 수석의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82학번)인 한 사립대 교수는 “넓게 보면 보수 경제학자로 볼 수 있지만 그만의 색깔이 있다”고 평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그의 진단은 매우 어둡다. 그는 지난해 말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위기는 눈에 보였고 피부로 체감했던 옛날과는 다르다. 현재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잘 보이지도 않고 느끼기도 어려운 유령위기다. 성장판이 잠시 닫히다가 다시 벌어지는 순간의 위기가 아니라 서서히 그리고 영원히 닫혀버릴지도 모르는 항구적 위기인 셈이다. 성장판을 다시 열 수 있는 희망판도 같이 닫히고 있다.”

그가 내린 처방은 단연 ‘일자리’다. 그는 의원 시절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했던 서비스업발전기본법 입법화에 앞장섰다. 지난 3월 국회 브리핑에서 그는 “서비스발전법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국민 행복을 높이는 데 있다”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는 청년의 고통을 덜어주고 경제 재도약의 발판이 되어 줄 민생법안이 바로 서비스발전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4대 구조개혁(공공·교육·노동·금융)을 강조하는 것 역시 방점은 일자리에 찍혀 있다. 올 3월 24일 대표 발의한 규제프리존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그가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되면서 먼저 강조한 것 역시 일자리였다. 문제는 그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박근혜정부 임기는 650일도 남지 않았다. 불가피한 레임덕과 내년 대선 정국을 감안하면 남은 시간은 더 없다. 그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1336호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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